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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10.22 15:51
  • 수정 2018.10.24 10:27

"조선족, 언제까지 낯선 동거인으로 배척할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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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한중일 PD포럼 개막작 KBS스페셜 ‘삼대-연변처녀 도쿄 정착기’ 이지운 PD

▲ 지난 6월 21일 KBS1TV에서 방송된 KBS 스페셜 <삼대-연변처녀 도쿄 정착기>ⓒKBS

[PD저널=김혜인 기자] 조선족에 대한 공포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아무 근거 없이 조선족을 흉악 범죄의 가해자로 지목한 가짜뉴스가 무차별로 유포되면서 공포감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미디어도 한몫했다. 조선족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영화 <청년경찰>은 상영금지 요구를 받기도 했다.  

지난 21일 제28회 한중일 PD포럼 개막작으로 상영된 KBS 스페셜 <삼대-연변처녀 도쿄 정착기>는 중국 연변과 한국, 일본에 흩어져 살고 있는 조선족 삼대를 다룬 작품이다. 한중일PD포럼의 취지에 걸맞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편견없이 조선족의 삶을 조명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만하다.

<삼대-연변처녀 도쿄 정착기>(이하 삼대)를 연출한 이지운 KBS PD는 “단일민족이라는 교육을 받아온 우리는 같은 민족이지만 낯선, 조선족에 대한 사회적 공론의 경험이 부족하다"며 "현재 한국에 거주하는 조선족이 80만명에 이르는 만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논의해봐야 한다”라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삼대’는 중국 연변에 뿌리를 내린 조선족 1세대, 경제 발전을 이룬 고국에 정착을 시도하는 2세대, 부모와 다른 삶을 꿈꾸는 3세대를 비춘다. 

방송에서 조선족 3세대인 석춘화(28)씨는 “절대로 내 자식만큼은 똑같은 아픔을 주기 싫다”고 말한다. 도쿄에 있는 회사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춘화의 일상을 따라가며 한국에서 받았던 냉담한 시선, 직장과 결혼에 대한 고민들을 담담하게 담는다. 

이지운 PD는 “일본 때문에 한국을 떠나 중국에 정착한 조선족의 후손들이 다시 일본에 정착하고 있는 아이러니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중일 PD포럼에서 작품 상영이 끝난 뒤 중국에서 온 한 방송 관계자는 “일본에서 유학하던 시절 사귄 조선족 친구가 자신의 존재가 모순적이라 말한 게 생각난다. 중국에 살기 위해 한족학교를 다니고, 취직 때문에 일본어를 공부하지만 부모님과 할머니 세대는 한민족을 강조한다는 하소연이었다”라고 감상평을 전했다. 

<삼대>를 제작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섭외였다. 

이 PD는 "그동안 미디어가 조선족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부추겼기 때문에 섭외가 가장 힘들었다"며 "한 달간 대림동을 다니며 1세대는 연변에, 2세대는 한국에, 3세대는 외국에 있는 사례를 찾으러 다녔다"고 말했다. 춘화 씨에게 방송 출연 동의를 받기까지는 꼬박 두달이 걸렸다. 한달 반 정도 걸린 촬영 기간보다 더 공을 들였다. 

이 PD는 지난 6월 <KBS스페셜>을 통해 <삼대>가 방송된 후 춘화씨와 같은 처지에 있는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은 게 가장 기뻤다고. 

이 PD는 “방송이 나간 다음 조선족 동포로부터 ‘기존 한국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강했는데 다른 시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기회가 되면 다음에도 조선족에 대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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