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11.16 금 18:49

이한빛 PD 2주기, 드라마 제작 현장 아직 갈 길 멀다

'노조 결성' '방송사·제작사 드라마 환경개선 움직임' 진전...'협의체' 구성 추진력 높여야 김혜인 기자l승인2018.10.26 19:26:2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PD저널=김혜인 기자] “방송계에 몸담고 있는 노동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70분짜리 주 2회 드라마를 찍어 내야 하는 구조에서 일선 스태프의 노동 강도·조건은 여전히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받고 있다.”

2016년 tvN <혼술남녀> 조연출이었던 이한빛 PD가 살인적인 드라마 제작 환경을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지 2년이 됐다. 故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은 이한빛 PD가 떠난 이후 방송 제작 환경이 얼마나 변했는지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한빛 PD가 유서에 드라마 제작 현장의 비인간적인 모습을 고발한 뒤에도 안타까운 죽음은 끊이지 않았다.

2017년 7월 EBS 프로그램을 촬영하다 故박환성·김광일 독립 PD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에도 <화유기> <킹덤>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제작에 참여한 스태프가 죽거나 다쳤고, 일을 하고도 임금을 못받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지난해 '갑질'에 대한 분노가 터져 나오면서 방송 스태프들도 조금씩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익명성이 보장된 오픈채팅방 ‘방송계갑질119’에는 갑질 사례와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다.

'방송계갑질119'에 모인 스태프의 목소리는 노조 설립으로 이어졌다. 지난 7월 출범한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이한빛 PD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한빛센터와 함께 드라마 제작 실태를 알리면서 제작 환경 개선을 정부와 제작사 등에 요구했다.   

김두영 방송스태프지부 지부장은 “예전에는 젊은 스태프 동료들이 쓰러져갈 때도 먹고 살기 위해 아무런 항의를 할 수 없었다"며 "스태프지부가 만들어진 뒤에는 연기자노조 등과 만나 드라마 촬영 현장 변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8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드라마 제작현장의 촬영스케줄을 공개하며 정부 및 방송사·제작사에 대한 즉각적인 개선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방송스태프들의 요구에 방송사와 제작사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지상파 4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함께 비정규직 직원들의 노동환경 개선안이 포함된 산별협약을 체결했다. KBS는 오는 29일부터 문화부가 제정한 '방송작가 집필 표준계약서'를 작가들과 계약할 때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CJ ENM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1일 최대 근로시간 14시간 이내' '스태프 개별 계약 원칙' 내용을 담은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하지만 스태프들이 체감하는 변화의 속도는 더디다. '주 68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된 뒤에는 하루에 20시간 이상 몰아찍는 편법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빛센터의 요청으로 실시한 고용노동부의 드라마 제작 현장 근로감독 조사 결과도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 조사 결과에서 팀별 스태프는 노동자로 인정하면서도 팀장급 스태프에 대해서는 노동자성을 부정했다. 근로감독 조사결과가 나오자 방송계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으로 꼽히는 '턴키' 관행을 인정한 셈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5일 이한빛 PD 2주기를 맞아 열린 토론회에서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외래교수는 “제작사가 스태프 노동자에게 사업자인지 노동자인지 선택을 하라고 강요할 수 있고, 스태프 내부의 위계 때문에 제작 현장에서 전체 스태프의 의사합의가 힘들수도 있다"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 환경이 바뀌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선책과 함께 드라마 제작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의 연대도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은규 전 MBC 드라마국장은 “드라마 제작의 중심축인 PD와 작가, 연기자 등이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며 “제작 관행을 바꾸고 노동 현장을 개선하기 위한 협의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용관 한빛센터 이사장은 "지상파와 언론노조가 추진 중인 '드라마특별협의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방송 제작 환경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방송사나 제작사의 갑질에 대응하기 위해서 스타급 PD나 연기자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혜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8-715] 서울 양천구 목동 923-5번지 한국방송회관 10층l대표전화 : 02-3219-5613~5619l구독문의 : 02-3219-5618l팩스 : 02-2643-6416
등록번호: 서울, 아00331l등록일: 2007년 3월 5일l발행인: 류지열l편집인: 이은미l청소년보호책임자: 류지열
PD저널 편집국 : 02-3219-5613l광고 문의(PD연합회 사무국 · 광고국) : 02-3219-5611~2l사업제등록번호 : 117-82-60995l대표자 : 류지열
Copyright © 2018 피디저널(PD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