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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과잉 시대, 시청자의 선택은

일주일 동안 20편 드라마 방송 중...‘내 뒤에 테리우스’‧‘백일의 낭군님’ 가벼운 코미디 호응 높아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8.10.30 11: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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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내 뒤에 테리우스> 현장 포토. ⓒMBC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바야흐로 드라마 춘추전국시대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너무 많은 드라마들이 쏟아져 나와서인지 시청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지만 무얼 선택해야할지 갈팡질팡하는 상황이다.

월화에만 지상파 3사와 tvN, JTBC 드라마 5편이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고, 수목에는 지상파 3사, tvN, OCN, MBN 드라마가 동시간대 맞붙었다. 주중 10편에다가 주말드라마까지 더하면 20편에 가까운 드라마가 한 주 동안 방영 중이다.

드라마의 양적인 증가가 볼만한 드라마가 더 많아졌다는 걸 뜻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tvN <미스터 션샤인>이 끝난 후 볼 드라마가 없다는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무언가 그럴 듯한 이야기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막상 포장을 뜯어보니 그다지 새로운 것이 없다는 실망의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월화에 방영되는 SBS <여우각시별>은 공항이라는 흥미로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비범한 남자와 평범한 여자의 좌충우돌 멜로를 담고 있지만, 어딘지 작위적이고 과장된 이야기 구성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나마 8%(닐슨 코리아)대로 지상파 3사 중 수위를 차지하게 된 건 공항이라는 흥미로운 공간과 이제훈이라는 매력적인 연기자 덕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여우각시별> 이외에 지상파의 MBC <배드파파>나 KBS <최고의 이혼>은 모두 2%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배드파파>는 남자들을 위한 드라마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어딘지 이현세 화백의 ‘까치’ 시리즈를 보는 듯한 구시대적인 스토리가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고 <최고의 이혼>은 일본 원작 리메이크로 섬세한 심리가 돋보이는 작품이지만 역시 우리 정서와 맞지 않는 부분이 취약점이다. JTBC <뷰티 인사이드>는 꽤 선전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화제성이 약하다.

▲ tvN <백일의 낭군님> 현장 포토. ⓒtvN

이런 상황에 12%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tvN <백일의 낭군님>은 단연 도드라져 보인다. 어찌 보면 음모로 기억을 잃고 평민이 되어버린 왕세자가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가는 이 이야기는 너무 뻔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이만한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뭘까.

조심스레 예측되는 건 지금의 대중들이 쏟아져 나오는 드라마들 속에서 좀 더 편안하고 가벼운 코미디를 원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추론이다. 드라마가 너무 많으니 하나에 집중하기보다는 가볍게 언제 봐도 즐거운 로맨틱 코미디에 더 기우는 경향이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일의 낭군님>은 한두 편 정도는 건너뛰어도 드라마를 즐기는 데는 그다지 큰 장애가 되지 않는 드라마다.

이런 추론은 수목드라마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MBC <내 뒤에 테리우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tvN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이나 SBS <흉부외과>, KBS <오늘의 탐정> 같은 작품들은 사실 들여다보는 것이 부담되는 무거움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OCN <손 the guest> 같은 경우는 좋은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지만 너무 무서워 못 보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그러니 가볍게 웃을 수 있고 액션도 가미되어 있는, 일상과 스파이물이 더해진 <내 뒤에 테리우스> 같은 로맨틱 코미디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물론 양이 질을 담보한다는 건 상식에 가까운 이야기다. 많은 양의 드라마들이 나오면 그 중에 완성도 높은 드라마가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드라마 시청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작품들에 대한 집중력 자체가 흩어진 것도 사실이다. 이제 경쟁 속에서 돋보이려면 <미스터 션샤인>처럼 외형만으로도 시청자들을 잡아 끌 수 있는 요인이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드라마시장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들어 이른바 ‘TMI’, 즉 ‘Too Much Information’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정보가 많아진 시대는 정보 자체가 공해가 될 수 있고, 그래서 진짜 좋은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정서가 반영된 말이다. 드라마도 어쩌다 보니 ‘TMI’의 경향이 생겨버렸다. 물론 선택의 폭이 넓어진 건 좋은 일이지만, 선택이 쉽지 않고 그래서 조금 편한 선택들을 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완성도 높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작품들이 외면받는 현상은 자칫 드라마 제작에도 악영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지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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