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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홍어방송', 혐오의 역사를 뒤집다

광주 MBC '핑크피쉬' 20부작 대장정 시작...아이슬란드‧뉴욕 돌며 홍어 요리 재해석 이미나 기자l승인2018.11.01 11: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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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MBC <핑크피쉬> 스틸컷 ⓒ 광주MBC

[PD저널=이미나 기자] 그저 식재료일 뿐인데, 너무 많은 상징이 덕지덕지 들러붙어 있었다. 그것도 몹시 유쾌하지 않은 상징들이. 홍어 얘기다. 2010년대 한국 프로야구에서 특정 구단을 향해 쓰이기 시작한 홍어는 어느덧 '전라도', 특히 광주 5.18 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멸칭이 되어 버렸다. 

지역을 비하하는 뜻으로 '홍어'를 입에 올리는 사람들은 홍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주변에서 접하기 어렵고, 냄새가 고약하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혐오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닐까. 지난 22일 첫 방송돼 2부까지 방영된 광주MBC <핑크피쉬> 제작진의 문제 의식은 여기에서 출발했다.

홍어가 받고 있는 편견을 벗기기 위해 <핑크피쉬> 제작진은 셰프들에게 '칼'을 쥐어 줬다. 박찬일·박준우·남성렬 셰프는 아이슬란드와 뉴욕으로 떠나 그곳에서 홍어가 어떻게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 경험했다. 아이슬란드에서 홍어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꼭 먹는 명절음식이었고, 뉴욕에서는 고급 레스토랑의 인기 메뉴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셰프들의 눈으로 홍어가 다양한 요리로 탈바꿈되는 과정을 쫓으며 <핑크피쉬>는 자연스럽게 홍어를 지역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용어가 아니라, 먹거리 그 자체로 시청자에게 소개한다.

'맛으로 생각의 경계를 넘어서는 여정'이라는 <핑크피쉬>의 캐치프레이즈는 식재료로서 홍어를 이해하면 홍어에 덧씌워진 '혐오'도 걷어낼 수 있다고 역설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셰프들이 배우 김의성과 소리꾼 김나니를 초대해 재해석한 홍어 요리를 대접하는 장면이 바로 그렇다. 낯선 식재료였던 홍어는 셰프들의 손을 거쳐 신선한 풍미를 품은 한 접시의 요리가 됐다. 

김의성은 셰프들의 홍어 요리를 맛본 후 "홍어가 자신의 정체성을 열어 보이고, 그를 통해 혐오를 넘어서는 강한 힘과 자존감을 갖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고 평가한다. "익숙하냐 낯서냐는 결국 시간문제인 것 같다"는 박준우 셰프의 말 역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경계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적 문법을 취하고 있으면서도 유쾌함을 놓치지 않았다. 조리하는 과정이나 완성된 요리를 먹음직스럽게 담으며 '먹방'의 면모도 톡톡히 해낸다. 

광주MBC는 앞으로 <핑크피쉬>를 총 20부작 대기획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일단 오는 6일 3부를 방송한 뒤 제작진은 홍어를 많이 소비하는 우리나라 덕분에 홍어가 고갈될 위기에 처한 아르헨티나와 칠레, 설날이나 생일에 홍어를 먹는 풍속이 남아 있는 일본 히로시마 등을 찾아 추가 촬영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으뜸으로 꼽는 흑산도 홍어에 대한 취재도 남았다.

마지막으로 <핑크피쉬>는 전라남도 나주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세계 각지의 홍어 요리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셰프들의 요리를 선보인다. 제작진은 "발상의 전환을 통해 홍어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소구력 있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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