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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뽕짝이 내게로 온날 40] P 선배 딸의 결혼식

양가 부모님 인사는 세대 교체의 순간...축복으로 충만한 어느 결혼식 김사은 전북원음방송PD·수필가l승인2018.11.02 18: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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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수필가] 여름내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고 두문불출하던 P 선배가 가을 초입에 둘째 딸의 결혼 소식을 알려왔다. P 선배는 삼남매를 고루 잘 키워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중 둘째 딸은 일찌감치 셰프가 되기로 인생의 길을 정하고 호주와 뉴욕에서 공부를 했다. 

7~8여 년 전, 동네 커피숍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너무 고왔다. “아휴 어쩜, 이렇게 예쁘게 잘 컸을까?” 덕담을 건넸더니 “그러게요. 제가 부모님을 잘 만나서 복이 많아요”라고, 대답도 이쁘게 하던 아가씨였다.

그렇게 두어 번 마주친 것이 전부이지만 P 선배의 둘째 딸을 떠올리면 큰 눈 가득히 미소를 머금은 얼굴이 떠올라서 기분이 좋았다. 뉴욕에서 세계 3대 요리학교로 손꼽히는 명문학교를 졸업하고 좋은 레스토랑에 취업해서 휴가를 마치면 복귀하기로 했는데, 여름휴가차 한국에 왔다가 남자친구의 집에서 결혼을 서둘러 갑자기 날짜가 정해졌다고 한다.

P 선배 입장에서는 개혼(開婚)인데, 생각지도 않던 혼사라 걱정했지만 사돈댁에서 워낙 배려를 많이 해줘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사윗감은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딸이 다니는 학교에서 레스토랑 경영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방학과 휴가기간에 결혼식을 올리자고 해 미국에 있는 아들까지 불러들여 치르게 되었다. 신랑감 역시 어려운 미국 생활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활력을 주는 예비 신부에게 반했을 것이다. 

왜 그런지 나는 몰라 온 세상이 아름다워
내 마음은 풍선처럼 부풀어
왜 그런지 나는 몰라 웃는 여잔 다 이뻐
아마 나도 사랑할 때가 됐나봐
언제부터 그랬는지 복잡한 거리가 좋아지네
지나가는 사람들을 자꾸 쳐다보네
친절하게 웃음짓는 귀여운 소녀와 눈 마주치면
나는 어쩔 줄을 모르고 가슴만 두근거려

(김성호 노래 / <웃는 여잔 다 이뻐> 가사 일부)

그러고 보니 P 선배의 자녀들은 하나같이 웃는 모습이 예쁘다. 인도대사관에서 근무하는 큰 딸도 늘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고, 군 복무 중인 막내아들 역시 서글서글한 인상이 퍽 호감을 준다. 부모님의 아낌없는 사랑과 지지 속에 저마다 품은 뜻을 열정과 노력으로 채워가는 모습이 남의 자식이지만 대견하고 자랑스럽다.

시부모라고 크게 다를까. 명랑하고 따뜻한 성품의 며느리감을 하루빨리 식구로 맞아들이고 싶으셨는지, 한여름 상견례를 마치고 두 달여 남짓 준비 기간을 거쳐 10월 중순으로 결혼식 날짜가 정해졌다. 무엇보다도 신부 부모 입장에서는 준비해야 할 일이 많았지만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함 들어올 때 신부가 입은 한복은 놀랍게도 P 선배가 결혼할 때 입었던 한복으로, 딸에게 꼭 맞았다고 했다. 그중 노랑 저고리를 골라서 딸에게 주었다는 얘기는 우리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결혼식 한복을 고이 간직해 온 것도 놀라웠고 엄마와 딸의 체구가 똑같다는 것도 신기했다. 엄마의 옷을 물려받아 입은 신부의 모습은 상상으로도 아름답다.

▲ 축복은 행복하기를 빌거나 기뻐하여 축하한다는 뜻이다. 이번 결혼식에 축복을 보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픽사베이

수양버들 춤추는 길에 꽃가마 타고 가네
아홉살 새색시가 시집을 간다네
가네 가네 갑순이 갑순이 울면서 가네
소꼽동무 새색시가 사랑일 줄이야

(이연식 노래 / <새색시 시집가네> 가사 중)

결혼식 날이 되어 우리 모임에서도 혼주가 준비한 버스를 타고 오랜만에 전주에서 서울로 결혼식 나들이를 했다. 11명의 회원 가운데 혼주와 백일장 심사를 맡은 C시인을 제외하고 9명이 참석했다. 날씨도 청명하여 출발 또한 가뿐했다.

오후 6시에 시작하는 결혼식에 맞춰 여유롭게 출발했다. 혼주 측에서는 간단한 요깃거리를 준비했는데 작은 팩에 떡과 머핀, 마카롱, 귤 등이 알뜰하게 들어있다. P선배의 감각과 정성이 담긴 패키지였다. 오랜만에 장시간 함께하다 보니 그야말로 버스를 대절해서 가을 나들이를 나선 기분이었다. 축복하러 나선 길이어서 더없이 행복했다.

 

그리운 사람끼리 두손을 잡고 
마주보고 웃음지며 함께가는 길
두손엔 풍선을 들고 두눈엔 사랑을 담고
가슴엔 하나 가득 그리움이래

그리운 사람끼리 두눈을 감고
도란도란 속삭이며 걸어가는 길
가슴엔 여울지는 푸르른 사랑
길목엔 하나 가득 그리움이래

(박인희 노래 / <그리운 사람끼리> 가사)

일찍 도착한 덕분에 신부 얼굴도 보고 신부 부모님에게 축하와 더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며느리를 보러 온 사돈과 사진을 찍었는데, 신부 엄마와 신랑 엄마가 체구도 비슷하고 인상이 좋으셔서 마치 며느리가 시어머니 닮은 듯 했다. 참 좋은 인연이라는 덕담이 쏟아졌다. 신부 대기실 앞에서 신부 어머니의 친구들이 더 설레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고백하면 결혼식장에 가면 축의금만 전달하고 눈도장 찍고 식사하고 오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저녁 만찬과 더불어 진행되는 결혼식이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했다. 테이블에 차분히 앉아 신랑, 신부 어머니가 촛불을 밝히러 다정하게 손잡고 들어오는 모습과 신랑이 씩씩하게 입장하는 장면, 아버지의 손을 잡고 들어서는 신부의 모습을 봤다.

사회자의 세련된 진행 속에 ‘아주 모시기 어려운 분’의 축가가 있다고 해 기대감을 증폭시켰는데, 신랑이 자리를 무대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온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눈부신 햇살이 오늘도 나를 감싸며
살아있음을 그대에게 난 감사해요
부족한 내 마음이 누구에게 힘이 될 줄은
그것만으로 그대에게 난 감사해요
그 누구에게도 내 사람이란 게 부끄럽지 않게 날 사랑할게요
단 한 순간에도 나의 사람이란 걸 
후회하지 않도록 그댈 사랑할게요 
이제야 나 태어난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아요
그대를 만나 죽도록 사랑하는 게
누군가 주신 나의 행복이죠
(중략)
그대를 만나 죽도록 사랑하는 게
누군가 주신 내 삶의 이유라면
더이상 나에게 그 무엇도 바랄게 없어요
지금처럼만 서로를 사랑하는 게
누군가 주신 나의 행복이죠

(김동률 노래 <감사> 가사 일부)

신랑이 정성을 다해 부르는 <감사>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어떤 축가보다 인상적이고 감동적인 무대였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앙코르 공연도 볼 수 있겠지!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는 신부였지만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장면에서는 역시 울컥했다. 어떤 결혼식에 가더라도 신랑 신부가 부모님께 인사하는 장면은 숙연하고 뭉클하다. 잘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잘 자라서 한 가정을 이루게 된 자녀에 대한 대견함과 고마움이 교차하면서 눈물이 난다. 마치 한 세대를 거슬러 겪었을 모든 인생의 과정이 되살아나면서 세대의 교체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순간 같기도 하다.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부부를 위해 축하객들이 일어서서 박수를 보냈다.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밤 8시에 출발하여 돌아오면서 이번 결혼식에 왜 이렇게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봤다. 좋은 품성을 지닌 P선배의 딸이 좋은 인연을 만나 좋았고, 그 과정이 순조로워서 더불어 기뻤고, 무엇보다 언젠가 인륜대사를 치르게 될 날이 머지않아 남의 일처럼 생각되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 20대 기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 곁에는 어느덧 장성한 딸과 아들이 부모와 함께 하객으로 참석해서 더욱 반가웠다. 그렇게 세대가 바뀌고 있었다. 이번 결혼식이 특별했던 것은 내가 마치 혼주가 되어 심성 고운 며느리를 맞이하면 좋겠다, 넉넉한 품성의 사돈을 만나면 좋겠다, 결혼식은 이처럼 순조롭고 축복 속에 진행되면 좋겠다, 이런 바람이 담겨있었기에 더욱 특별했던 것 같다. 학생인 두 아들이 독립해 가정을 이루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축복(祝福)이란, 남 또는 남의 일이나 미래가 행복하기를 빌거나 그것을 기뻐하여 축하한다는 뜻이다. 이번 결혼식에 축복을 보낼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축복할 일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그럴 일이 있다면 아낌없이 축복을 보낼 것이다.


김사은 전북원음방송PD·수필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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