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편집권 넘기니 고개 드는 '제목 장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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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편집권 넘기니 고개 드는 '제목 장사꾼'
네이버 모바일 개편 앞두고 언론사 채널 구독·클릭 유도 경쟁..."선정적 자극적인 뉴스 도배" 우려도
  • 김혜인 기자
  • 승인 2018.11.20 1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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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혜인 기자] 네이버가 편집에 손을 뗀 모바일 뉴스는 어떻게 바뀔까. 새로운 네이버 모바일 뉴스를 미리 엿볼 수 있는 베타 서비스를 보면 이용자의 시선을 끌기 위한 언론사들의 '제목 장사'와 대중의 관심이 높은 강력 사건사고 뉴스를 앞세우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애초 취지와 달리 무분별한 트래픽 경쟁으로 비판을 받았던 '뉴스캐스트'의 전철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현재 개편을 앞두고 10만여 명이 이용하고 있는 네이버 모바일 베타서비스는 이용자들이 뉴스 제목이 아니라 언론사 채널을 운영하는 44개사 중에 몇 개를 직접 선택해 구독하는 구조다. 각 언론사 채널에는 해당 언론사가 편집한 7개의 뉴스가 배열된다. 

각 언론매체들은 경품을 내걸고 채널 구독을 유도하는 한편 뉴스 편집에서도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동시에 쏟아지는 '판박이' 실시간 뉴스보다는 뉴스의 뒷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맥락을 풀어주는 기사, 큐레이션을 가미한 콘텐츠를 전면에 배치하는 식이다. 

▲ <동아일보> KBS, 채널 A 뉴스판 이미지 갈무리

KBS '한국언론 오도독', SBS '뉴스딱', <매일경제> '뉴스&분석' <서울신문> <한겨레> '뉴스AS' 등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코너나 기획 콘텐츠는 속보나 단독에 주로 다는 대괄호([ ]) '문패'를 사용해 이용자의 주목도를 높였다.    

<동아일보>는 모바일 뉴스 이용이 많은 직장인 퇴근시간대를 집중 공략했다.  <동아일보> 채널은 늦은 오후 시간대에 '퇴근길 문화' '퇴근길 건강' '퇴근길 산업' 등 정보성을 강화한 ‘퇴근길’ 시리즈를 배치하고 있다.  

유덕영 <동아일보> 디지털뉴스팀 기자는 “퇴근길 시리즈는 올 상반기부터 시작했는데 (다른 기사들에 비해) 클릭률이 높다”며 "직장인들이 퇴근할 시점에 맞춰 지하철에서 부담없이 재밌게 볼 수 있는 컨텐츠를 공급하자는 취지로 기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사들은 차별화된 뉴스 편집을 고심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이용자가 언론사 채널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하는 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제목이 달린 사건사고뉴스다. 엽기적인 갑질로 대중의 공분을 산 양진호 전 한국기술미래 회장 폭행 뉴스는 TV조선은 '남자는 왜 무릎을 꿇었나'(10월 31일)라는 제목을 붙였다. 

특히 사회적 불안감을 키우고 있는 여성 대상의 강력범죄 뉴스가 언론사 채널 상위에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조선일보> "상견례 앞두고 예비신부 잔혹 살해...첫 만남부터 ‘가짜’였다"(11월 2일), <국민일보> "딸 죽인 살인마...그런데도 사형이 안되잖아요“(국민일보, 11/14) 등 모두 범죄의 잔혹성을 부각하는 제목이다. 

▲ 중앙일보와 국민일보 뉴스판 화면 갈무리

이는 채널을 운영하는 언론사의 방송 뉴스, 신문 지면의 편집 방향과 확연히 다를 뿐더러 이용자의 뉴스 선택권도 줄게 된다. 결국 이용자는 선택한 언론사 채널을 통해, 언론사가 트래픽을 고려해 내건 뉴스 위주로 온라인 뉴스를 접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네이버 '뉴스캐스트' 시절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09년 초반부터 선보인 ‘뉴스캐스트’는 네이버 초기 화면에 언론사별로 기사가 하나씩 롤링되는 방식이었다. 트래픽 경쟁으로 ‘충격’, ‘경악’ 등의 제목이 난무하자 네이버는 비판 여론을 반영해 2013년 ‘뉴스스탠드’ 체제로 바꿨다.  

언론사 내부에서는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넘기면서도 베타 서비스 이용자 정보 등을 알리지 않아 개편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는 불만도 나온다. 

박선영 <한국일보> 웹뉴스팀장은 “한 달이 지났지만 베타 서비스가 나오기 전과 후 차이를 모르겠다”라며 “베타 서비스 이용자 중 채널 이용자가 얼마나 활성화 되어있는지가 중요한데 네이버에서 제휴사쪽에 정보 공유를 안 하고 있다 보니 네이버 모바일 개편 대책을 세우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연구교수는 “이용자들의 선택을 가장 많이 받은 뉴스가 ‘많이 본 뉴스’ ‘공감 뉴스’ 등에 반영되다보니 인기에 영합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포털에 과도한 유통 권력이 집중된 게 문제의 핵심이지만 언론사도 정화 노력을 게을리하면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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