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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보모가 필요해

영화 '툴리', 지친 일상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야간 보모 신지혜 시네마토커(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l승인2018.11.29 10:4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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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툴리> 스틸 이미지.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지쳐있다. 그녀, 마를로는. 아침에 일어나 딸과 아들을 깨우고 아침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차에 태워 학교에 데려다 주어야 한다. 누구나 그렇게 하고 있는데 뭘 그 정도로 유난을 떠느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사람이 되어 그 사람의 생활을 해보기 전에 우리 중 그 누구도 타인의 삶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함부로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제 곧 셋째가 태어날 예정이고 남들과 조금 다른 아들은 자신의 세계가 조금만 틀어져도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인다. 딸은 조금 컸다고 참견하고 종알거리면서도 아직은 자기 자신의 물건조차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 그리고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들어와 지친 얼굴로 잠들 때까지 게임을 하는 남편까지 그 누구도 마를로의 상황과 상태에는 관심이 없다.

오빠 내외의 초대를 받아 오랜만에 오빠의 가족과 만난 마를로는 그 곳에서도 이질감을 느낀다. 경제적·문화적 차이를 느끼며 마를로는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져야 하는 자신의 현재가 버겁고 답답하기만 하다.

아들의 상담 때문에 학교를 찾았던 마를로는 드디어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오빠가 제안한 야간 보모에게 연락을 취하고 밤 열시 삼십분에 찾아온 젊고 예쁜 보모와 마주하게 된다. 스스럼없이 집안으로 들어와 갓난아기를 안아들고 잠을 권하는 툴리는 마를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음을 거들어준다.

마를로의 아들을 위해 컵케이크를 잔뜩 구워놓고 마를로의 상태를 알아채고 이런 저런 제안을 해준다. 남편과의 사이도 조언을 해주고 미소를 머금은 채 마를로를 칭찬한다. 툴리 덕분에 마를로는 조금씩 안정을 되찾게 되는 듯하다. 그러던 어느 날, 툴리는 이제 야간 보모 일을 못하게 되었다며 마를로에게 특별한 시간을 보내자고 제안한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아내가 된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누구나 어른이 되고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고 그 중 또 많은 사람들이 엄마가 되지만 이것은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된다는 것과는 또 다른 이야기다.

남편이 되고 아빠가 된다는 것이 어렵지 않은 일이라거나 상대적으로 덜 힘든 일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으로서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는 것은 생각보다 더 버거운 일이다.

마를로는 일과 육아, 집안일을 모두 떠안고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고 있다. 무엇 하나 놓쳐서는 안 되는 것들이기에 사력을 다해 버티고 있지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이러저러한 일들이 마를로를 극한의 상황까지 몰아넣고 있다.

그 때 나타난 야간 보모 툴리는 그야말로 구세주와 같은 존재다. 아기를 봐주어 밤에 잠을 잘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데 이 아가씨는 마를로의 인생 상담까지 도맡아 해 준다. 다정하게 마를로에게 말을 걸어주고 마음을 살피면서 마를로가 삶을 버틸 수 있게 해준다.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툴리처럼 나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주고 챙겨줘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찾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 <툴리>는 사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이야기를 하고 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상황에 닥쳤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그 시간을 함께 보낼 누군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툴리>에서도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가족이라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알려주고 있다.

영화의 종반부 마를로의 비밀 아닌 비밀을 알게 되면서 우리는 마음이 울컥해짐을 느끼게 되는데 그 심정을 마를로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컨실러 범벅이죠.”

한 사람이 짊어져야 하는 삶의 무게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얼마나 큰 것인가. 그 짐에 눌려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이 짊어지고 있는 무게에는 또 얼마나 둔감한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을 꿈꾸고, 꿈을 이뤘다면 이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서로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서로의 일상을 지탱해주고 서로의 에너지가 함부로 소모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영화 <툴리>가 마음에 와닿는 이유는 마를로의 이야기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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