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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기자들의 오보 행렬

연합뉴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방북 오보’로 망신살...‘취재 성실 의무'는 왜 지켜지지 않나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8.11.29 17: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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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연합뉴스가 보도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방북' 보도는 오보였다. 사진은 지난 16일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잊을만하면 연합뉴스는 대형 오보를 터뜨린다. 오역이나 확인 소홀, 드물게는 권력의 언론플레이로 오보의 행렬은 계속 된다.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오보는 회원사인 주요 신문과 방송에 그대로 퍼져 한순간에 ‘오보 천국’을 만든다.

29일 오전 연합뉴스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방북…'김정은 답방 물밑 논의' 주목> 보도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비공개로 북한을 방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알려졌다’는 식으로 자신 없게 보도한 이 뉴스는 불과 2시간 만에 오보로 판명났고 연합뉴스는 정정‧사과까지 했다. 그러나 MBC, SBS, <매일경제>, <경향신문> 등은 연합뉴스만 믿고 오보를 확대‧재생산했다.

<연합뉴스>는 중국 선양의 한 교민의 말을 인용해 “정 전 장관이 어제 선양을 경유해 북한 평양에 도착한 것으로 안다”면서 “정 전 장관이 대한항공 KE831편으로 선양에 도착 후 고려항공 JS156편으로 평양에 들어갔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는 기자의 상상력을 발휘, “정 전 장관이 방북 기간에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위한 타협점 모색을 위해 북한과 논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분석까지 내놨다.

이런 정도의 구체적 내용을 보도하면 믿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정 전 장관은 평양에 가지도 않았고 그 시각에 집에 있었다는 사실이다. 전화 한 통화만 해보면 간단히 확인되는데, 왜 이런 오보를 내보냈을까.

▲ 29일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방북' 오보를 낸 연합뉴스가 보도 두시간만에 정정, 사과했다.

속보를 생명으로 하는 뉴스통신사의 속성상 오보를 완전히 피할 순 없다. 연합뉴스도 그동안 잦은 오보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모든 오보를 동일한 잣대로 손가락질 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확인이 어렵거나 취재원이 거짓말하는 등 불가피하게 이뤄지는 오보에 대해서는 법에서도 상당한 범위에서 그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 접근이 가능한 인물에 대해, 더구나 그가 해외에 머무는 것도 아니고 국내 자택에 거주하고 있는데도 확인 없이 보도해 오보를 만드는 방식은 동정의 여지가 없다. 취재수칙의 기본인 ‘취재 성실의 의무’를 저버린 게으른 소설식 작문, 특종 욕심에 빠진 기자의 상상력은 진실 보도의 적이다.

연합뉴스가 지난해 ‘오역 오보’를 내보냈을 때도 납득하기 힘든 내용이 있었다. 지난해 9월 연합뉴스는 <트럼프 “북한에 긴 가스관 형성 중...유감이다”> 라는 기사를 냈다. 연합뉴스는 “트럼프가 트위터에 ‘긴 가스관이 형성 중이다. 유감이다’라고 했다”면서 “문 대통령이 지난 6일 러시아 방문을 통해 한국과 북한 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사업 구상을 밝힌 부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다수 언론은 연합뉴스의 보도를 그대로 받아썼다.

트럼프가 적은 ‘Long gas lines forming in North Korea. Too bad!’라는 문장의 뜻은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에서 주유하려고 줄을 길게 서 있다. 딱하네” 정도였는데, 오역한 것이다. 당시 다수의 언론은 연합뉴스의 오역을 지적했지만 필자는 그 다음 해석에 주목했다. 엉터리 오역을 바탕으로 연합 특파원은 ‘문대통령 가스관 구상에 대한 트럼프의 부정적 견해’로 연결지었다. 논리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은 고약한 논리적 비약이었다.

오역의 잘못도 중요한 문제지만 정부의 가스관 구상에 대한 트럼프의 부정적 견해를 창조하는 기자의 상상력과 선입관이 더 심각한 문제였다. ‘상상을 경계하고 사실에 충실하라’는 기본을 무시한 특파원의 보도는 연합뉴스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집에 머문 정세현 전 장관을 평양으로 보낸 연합뉴스의 오보는 확인의 중요성, 취재 성실의 수칙을 다시 되돌아보게 한다. 공신력을 생명으로 하는 연합뉴스의 오보는 조금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더라면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문재인 정부에서 연합뉴스가 아니더라도 오보와 허위조작 정보는 끊임없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흔들고 국가신뢰도를 해치는 악재가 되고 있다. 지난 26일 <아시아경제>는 1면에 <‘한미동맹 균열 심각”… 靑의 실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대단한 특종이라도 되는 양 네이버 뉴스에는 ‘단독’을 붙여 보도했다. 이는 허위조작 정보에 멀쩡한 신문사가 놀아난 꼴이 됐다.

가짜뉴스의 놀이터가 된 <아시아경제>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입수한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평가와 전망’ 보고서가 근거였다. 청와대를 가장한 가짜뉴스 진위를 파악하지 못했거나 하고 싶지 않았거나 어느 경우든 언론사의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청와대는 허위조작 정보를 제작, 유통하는 곳에 대한 수사와 함께 이를 확인하지 않고 보도한 언론사에도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허위조작 정보가 파급력을 갖고 국민을 현혹하기 위해선 통신사와 방송사, 신문사 등의 언론사와 어떤 형태로든 결합해야 한다.

허위조작 정보 그 자체는 아무리 자극적이고 충격적이더라도 영향력이 떨어진다. 허위조작 정보는 ‘뉴스’라는 포장을 만들어줄 때 괴력을 발휘하게 되는 법이다. 언론사는 ‘놀라운 정보일수록 다시 확인해보라’는 기본적인 취재 수칙을 강조하는데, 요즘은 ‘오보라도 좋으니 일단 단독으로 보도부터 하고 보자’는 식이다. 무절제하고 무원칙한 보도가 오보로 이어지는 공식이다.

언론사 자율로 오보를 통제할 수 없다면 타율로라도 오보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강제해야 한다. 언론 자유는 무원칙, 무분별, 무책임한 오보까지 포함하지 않는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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