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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방송 ‘갑질’ 관객들

치열한 방청권 확보 경쟁 무시하는 ‘고위 관계자’ 혹은 ‘누구의 지인들’ 허항 MBC PDl승인2018.12.04 16:3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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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일 열린 2018년 멜론뮤직어워드 중계 장면.

[PD저널=허항 MBC PD] 최근 모 배우가 자신이 시상자로 나선 한 대형 음악 시상식에서, 본인의 어린 자녀를 가수석(출연자석)에 앉혔다는 이유로 구설수에 올랐다. 방탄소년단를 포함해 국내 탑 아이돌들이 총출동, 티켓팅 경쟁이 매우 치열했던 시상식이었다. 그런 곳에서 출연 가수들 옆자리라는 ‘특별석’에 연예인 자제가 앉았다는 사실이 많은 팬들의 심기를 건드린 듯 했다.

해당 배우 측에서는 사정상 어쩔 수 없었던 조치였다고 거듭 사과했지만, 배우와 시상식 주최측에 대한 악플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일반인’ 관객이나 시청자들 눈에는 연예인이라는 특권층이 일종의 ‘부당한 특혜’를 누린 것으로 비친 모양이다.

물론 앞뒤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팩트는 알려지지 않았고, ‘작은 해프닝을 가지고 너무 마녀사냥 분위기로 몰아간다’는 의견도 있다. 필자 역시 현장 상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섣불리 왈가왈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지난 1년여 간 아이돌 쇼 프로그램을 연출해본 경험으로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쇼 현장에서는 그렇게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를만한 상황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연례 시상식이나 위클리 음악프로그램 등 아이돌이 많이 나오는 프로그램은, 늘 치열한 방청권 경쟁이 벌어진다. 자신의 아이돌을 보기 위해 티켓 오픈시간에 맞춰 ‘광클’을 하지만, 선착순 안에 들어가는 것은 거의 ‘하늘에 별따기’다. 

운 좋게 방청권을 확보한다 해도, 그 다음엔 좋은 자리에 앉기 위한 2차 경쟁이 벌어진다. 쇼 프로그램 방청석은 지정석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가수가 잘 보이는 자리를 확보하려고 수백 명의 팬들이 계절을 불문하고 방송사 앞에서 노숙을 감행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 열정(?)이 자칫하면 안전사고를 부를 수 있어 쇼 프로그램 제작진은 항상 관객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혹시 모를 불청객들을 막기 위해 사전 배부된 모든 티켓은 넘버링되어 관리되고, 전문 경호업체와 진행팀이 관객의 입장부터 착석까지 꼼꼼히 리드한다. 일반 관객 외 사내 주요 손님 등 특별 관객들은, 사전에 담당PD나 CP가 직접 도착 시간, 인원 등을 공유한 후 역시 경호업체의 관리 하에 별도 입장한다.

문제는, 그런 치열한 경쟁과 철저한 관리체계를 비웃듯 무법자처럼 나타나는 사람들이 꼭 있다는 것이다. 사전 연락도 없이 갑자기 자신의 자녀와 자녀 친구들까지 대동하고 나타나 생방송 직전에 스튜디오 입장을 요구하는 ‘고위(?) 관계자’, 차례 지켜 들어오는 팬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상석을 차지하는 ‘누구누구의 지인들’, 스탠바이 중인 아이돌과 무작정 셀카를 찍으려드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방관하는 부모들...

경호팀이나 진행팀이 제지하고 나서면, 도리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너희가 뭔데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누구도 못 보게 하느냐. 내가 누군지 알고 출입을 막느냐... 드라마 대사로 들어도 민망한 발언들과 안하무인 행동들 앞에서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던 스태프는 꽤나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곤 한다. 문제는 이런 일들이 대부분 부조정실에 있는 PD가 전혀 모르는 사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들이 혹여나 방송사고나 안전사고로 이어진다면, 책임은 고스란히 PD에게 넘어갈 터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 신경 쓰이는 것은, 그 모습을 그대로 목격하고 있을 팬들이다. 주로 10~20대인 팬들은, ‘특혜’, 혹은 ‘갑질’에 더 민감하다. 금수저 흙수저로 자신들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구분하기 시작한 이들이 바로 그들이다. 최근 숙명여고 사태 등은 그들의 민감한 부분을 한 번 더 후벼 팠다.

그런 그들이 그나마 공정한 경쟁을 뚫고 본인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보러 왔더니, 그 현장에서 또다시 특혜와 갑질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해프닝이 있은 날이면 프로그램 게시판에 빗발치듯 올라오는 어구가 있다. ‘나도 금수저였다면...’ ‘나도 부모님 빽이 빵빵했다면...’

물론 이번 일을 위와 같은 사례와 같은 선상에서 논하기엔 다소 무리인 감이 있다. 해당 연예인이 거듭 진심어린 사과를 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인신공격이 선을 넘고 있는 듯도 하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팬들, 즉 청소년들이 왜 그리 화가 날 수밖에 없었는지, 왜 그 상황을 그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지 한번 쯤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허항 MBC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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