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무풍지대’ 지역언론의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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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 ‘무풍지대’ 지역언론의 폭주
특정 정치인 편들기, 반론권 없는 일방 보도로 신뢰 흔들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8.12.05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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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일보> 지난 3일자 1면 기사.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인터넷과 SNS의 활성화로 지역언론의 영향력과 파급력은 과거에 비해 커졌으나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이나 준수 의식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남매일>과 <인천일보>는 최소한의 균형성이나 공정성이 결여됐다는 지적과 함께 보도 피해자들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를 했거나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드루킹 사건’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김태호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맞붙은 6‧13 지방선거 과정에서 <경남매일>은 공정성을 현저히 위반한 보도를 내놓았다.

<경남매일>은 선거 직전인 12일 1면에 "태호가 경수 잡았다 … 여론조사 1.5% 앞서" 보도를 배치했다. 이미 여러 차례 특정 후보를 편드는 보도했다는 지적을 받은 지역지가 고의성이 다분한 기사를 선거 전날 내놓은 것이다. 실제 선거 결과를 예측하지도 못한데다 여론조사 오차 범위도 무시한 보도였다.

이 보도가 나온 뒤 독자들에게 사과한 건 <경남매일> 노조였다. 지방선거 후 이 신문은 내분에 휩싸였고 수사 대상에 올랐다. 지역언론사가 특정 후보를 당선시키거나 낙선시키기 위해 과욕을 부렸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저널리즘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으면 존립이 흔들리게 되고 유권자의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 <경남매일>이 6 13 지방선거 전날 낸 연론조사 결과 보도.

물론 지역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노력하는 기자들이 많다. 소수의 기자, 지역언론사가 전체의 지역 언론의 이미지와 신뢰를 훼손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인천일보>가 최근 보도한 “음주사고 낸 장애인콜택시 ‘실적 압박에 못 쉬어’”(12월 3일자) 기사도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천일보>는 지난 11월 30일과 12월 3일 총 네 꼭지의 관련기사를 잇달아 보도하면서 음주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와 일부 노조의 주장을 주로 실었다. 3일자 “경쟁에 불붙이는 포상금제 장애인콜택시 피해 불보듯” 기사에는 인천교통공사 6개 노조 중 하나인 A노조 지부장의 주장만으로 가득 채웠다.

취재기자가 그의 주장에 공감했더라도 최소한 사측의 주장이나 반론도 들어가야 기사의 완성도를 갖추게 된다. 보도의 기본인 형식적 균형성을 갖추지 않고 일방적으로 한쪽의 주장만 내보낸다는 것은 고의성을 의심받게 된다. 취재기자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한쪽편 말만 듣지 말라는 것인데, 기사 어디에도 상대방 주장은 찾을 수 없을 때 반론보도 청구대상이 된다.

설혹 사측의 주장을 다른 기사 어딘가에 실었다고 하더라도 미디어 소비자들이 모든 뉴스를 본다는 전제가 성립되지 않으므로, 개별 뉴스꼭지에 균형성과 공정성을 갖도록 교육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형식의 공정성은 저널리즘이 갖춰야 하는 기본 원칙이다.

보도 내용도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음주사고를 낸 장애인 콜택시 기사가 자신의 개인적 일탈행위 혹은 잘못을 제도 탓으로 핑계대는 것을 곧이곧대로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음주사고를 낸 당사자가 “실적 압박에 음주상태에서 출근했다”고 주장했더라도 기자는 사측과 전문가도 취재,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 음주운전자의 변명이 콜택시 운전자 전체를 대변하는 것도 아니다. 

인천교통공사 측은 장애인 콜택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적포상금제는 휴가일은 반영하지 않고, 인천만 독단적으로 시행하는 제도가 아니라서 실적 압박으로 음주운전했다는 것은 핑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장애인들을 위한 서비스 개선 차원에서 마련한 제도지만 완전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 음주운전을 정당화하는 핑계는 되지 않는다. <인천일보>는 왜 이런 음주운전 가해자를 꾸짖지는 못할망정 그의 주장과 특정 노조측에만 지면을 대폭 할애해 마치 그들의 대변지처럼 제작하는 것일까.

이런 보도는 국회에서 최근 음주 관련 처벌법을 개정, 강화하는 시대 흐름에도 역행한다. 음주사고에 무관용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분위기이고 이는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인천의 다른 언론사도 이 사건을 취재했지만 <인천일보>처럼 음주사고 가해자의 일방적 주장을 엮어 보도한 곳은 없었다. 또한 <경남매일>처럼 선거기간에 공정성을 무시하고 보도한 지역언론사도 당시에 없었다. 타 언론사가 보도하지 않는 것은 뉴스가치가 달라서가 아니라 뉴스감이 안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은 아닐까.

지역에서도 언론의 비판과 감시 역할은 존중돼야 한다. 제도적 문제점이 있다면 그것은 심층보도를 통해 얼마든지 공론화 할 수 있고 제도 개선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제도개선이라는 좋은 취지, 선의가 있더라도 보도준칙과 취재의 ABC를 지키지 않으면 언론사는 존립이 위태로워진다.

보도의 균형성과 공정성은 타협할 수 없는 저널리즘의 준칙임을 강조한다. 상대방에 대한 반론권 보장은 보도의 공정성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지역의 대변지를 자처하는 지역언론사들이 좀 더 저널리즘의 원칙에 충실해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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