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묘한 제목 편집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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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한 제목 편집의 달인
‘김미화 남북철도추진위원장’ 만든 ‘문화일보'의 의도는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8.12.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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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문화일보>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독자들의 오해를 살만한 '제목달기' 편집 기술은 언론의 정직성과 공정성을 되돌아보게 한다. 더구나 자체 취재한 기사도 아닌 연합뉴스로부터 받은 뉴스의 내용과 정반대되는 제목달기식 편집은 실수라기보다는 고의성이 짙다.

14일 <문화일보> 홈페이지 우측 하단 ‘핫 포토 동영상’ 코너에는 “방송인 김미화가 남북철도추진위원장..”이라는 기사가 노출됐다. 제목만 보는 미디어 소비자들에게는 김미화 씨가 남북철도추진위원장이 됐다는 오해를 살만한 제목이다. 기사를 클릭하면 내용은 딴판이다.

“방송인 김미화가 남북철도추진위원장?… 무슨 소리야”라는 제목으로 연합뉴스의 기사서비스를 받아 전문 인용보도한 것인데, 제목에선 여전히 의문부호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고 있다.

기사가 전하는 내용을 자세하게 보면, 가짜뉴스급 내용을 한 정치인이 검증없이 주장한 것이다. 또한 그런 직책 자체가 없는 허위임을 기사 내용에는 포함돼 있다. 그런 직책을 맡은 적도 없고 ‘자원봉사자로 참여한 적이 있다’는 김미화 씨의 해명도 담겼다.

연합뉴스가 전하는 기사의 핵심은 바른미래당 이언주 의원이 김 씨를 문재인 정부의 화이트 리스트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하며 남북철도추진위원장을 맡았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김미화 씨 입장에서는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법익을 침해받는 사건이다.

문제는 연합뉴스가 보도한 내용에는 김씨까 남북철도추진위원장을 맡은 적이 없음을 상세하게 전하고 있는데, 왜 <문화일보>는 오해와 혼란을 확산하는 식의 ‘악마의 편집’을 동원하는 건가.

주장과 사실이 부딪칠 때 사실을 우선시 하는 것이 공신력있는 언론사가 갖춰야 할 편집 방침이다. 정치인, 이 의원이 설혹 그런 ‘김미화씨가 남북철도추진위원장’이란 일방적 주장을 하더라도 사실이 그런 직책도 없고 그런 직책을 맡은 적도 없다면 거꾸로 이 의원에게 왜 그런 주장을 하느냐고 반문해야 한다. 정치인의 허위주장에 동조하여 그 피해자를 더욱 코너몰아가는 식의 편집은 문화일보를 부끄럽게 하는 것이 아닌가.

연합뉴스가 제공한 내용을 제목만 보이게 교묘하게 편집해 <문화일보>는 홈페이지 첫페이지에 ‘방송인 김미화가 남북철도추진위원장’이란 식으로 노출시켰다. 멋대로 기사를 비틀어 제목장사를 한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본문과 정반대의 제목을 올릴 때는 의도가 있을 때뿐이다.

실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개그맨 출신 김 씨가 철도 전문가냐’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라며 현 정부를 비판하는 글이 여럿 게시됐다. 제목 장사만으로 ‘문 정부 비판세력 확산’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이룬 것처럼 보인다.

문 정부에서도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가 존재한다’식의 정치인의 마구잡이 주장에 동조하든 말든 그것은 언론사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다. 다만 정치인의 ‘아무말잔치’를 근거 없이 무조건 보도하는 언론은 무책임하다는 비판도 감당해야 한다.

‘마음에 안든다’고 억울한 피해자를 더욱 코너로 몰아붙이는 식의 편집은 이쯤에서 중단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편집으로 내용을 왜곡하고 개인의 법익을 훼손하는 것도 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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