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화 매진했지만...갈 길 먼 공영방송
상태바
정상화 매진했지만...갈 길 먼 공영방송
암초 만난 '적폐 청산'·기대에 못미치는 실적..."내부 동력으로 극복 불가능" "공영방송 역할 재정립 필요"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8.12.17 14: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 KBS

[PD저널=이미나 기자] 지난 9년 동안 방송 장악에 시달린 공영방송들이 과거와 결별하고, 신뢰를 되찾는 데 안간힘을 쓴 한해였다. 새로운 사장들은 독립성과 제작·보도 자율성 제고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안팎의 공세에 휘말리면서 정상화의 여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양승동 KBS 사장과 최승호 MBC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한 적폐 청산은 일부 성과를 냈다. 

과거 청산 기구인 KBS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와 MBC 정상화위원회가 가동되면서 과거 불공정 방송에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의 처벌과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진상 규명이 이뤄졌다.  

KBS 진미위는 2008년 KBS 사장 선임에 이명박 정부가 개입한 정황이 담긴 '영포빌딩 문건'을 공개하고 2016년 기자들을 대상으로 화이트리스트가 작성됐다는 사실도 밝혔다.

MBC 정상화위원회의 조사로 2012년 '안철수 후보 논문표절 의혹'과 '신경민 의원 막말 파문' 보도, 2016년 '우병우 전 민정수석 보도 청부 의혹' 등의 진상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과거 청산기구 등을 통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싸우다 현업에서 쫓겨난 기자들과 PD들도 제자리를 찾아 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과 해고노동자 문제·세월호 참사 등 지난 정부에서 자취를 감췄던 이슈들도 적극적으로 다뤄지기 시작했다. 

'적폐 청산' 작업은 안팎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 보복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두 공영방송 과거 청산기구 조사 활동은 '이메일 사찰 의혹'을 받았고, KBS 진미위는 KBS 공영노조가 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이 일부 받아들여지면서 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MBC는 올해 초 계약을 해직한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 판정을 받으면서 재심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MBC가 파업대체 인력으로 결론을 내린 노조 파업 기간에 들어온 직원들의 문제도 남아 있다.  

KBS와 MBC가 전격적으로 기용한 방송인 김제동과 주진우 기자 등을 둘러싸고는 화이트리스트 우대가 아니냐는 의혹이 뒤따랐다.  

EBS도 야권으로부터 '친정부 방송' 공격을 받았다. <빡치미> 패널 성향부터 김정은 위원장 교구 문제로 일년 내내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EBS는 'UHD 송신부담 각서'로 사퇴 요구를 받아온 장해랑 사장이 연임이 실패하면서 차기 사장 공모를 앞두고 있다.  

▲ ⓒ MBC

일각의 반발 속에서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낸 적폐 청산과 달리 복구 작업은 더딘 양상을 보이고 있다. 9년전과 비교해 '지상파 프리미엄'은 사라졌고, 광고 매출은 10년 사이에 40%가량이 감소했다. 

MBC는 2018년 적자 편성을 감수하면서 콘텐츠 경쟁력 제고에 나섰지만, 올 한 해 콘텐츠 부문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예능 부문에선 <전지적 참견 시점>과 <나 혼자 산다> 등이, 드라마는 하반기에 <내 뒤에 테리우스>와 <나쁜 형사>가 선전하며 체면을 세웠다. KBS도 <TV는 사랑을 싣고>와 같은 일부 '복고' 콘텐츠가 반향을 얻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경쟁력 침체와 수익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대규모 조직 개편을 시행한 MBC는 앞으로 세 차례 명예퇴직을 실시한다. 양승동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3년 임기를 이어가게 된 KBS도 내년 상반기 상위직급 개편 등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언론계 안팎에선 1년 동안 정상화에 매진한 공영방송에 합격점을 주긴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KBS의 한 기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데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라며 "다만 과연 KBS가 뚜렷한 미래 전략을 갖고 있는지, 공영방송의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KBS만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9년간 누적된 문제를 단시간에 해결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MBC 한 중견 PD는 “지난 10년 동안 쌓인 상처가 예상보다 깊었다는 걸 확인한 1년 이었다”며 “고의적으로 지상파를 파괴한 흔적을 치유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영방송 정상화의 방향이 원상 회복이 아니라 현재 미디어의 환경 변화를 반영한 역할 재정립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내부의 동력만으로 이 위기를 극복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결국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어떻게 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공영방송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선영 이화여대 에코크리에이티브 협동과정 특임교수는 “지금은 중요한 건 거창한 전략과 계획보다 시청자가 공영방송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분석하고 명확한 아젠다 세팅을 하는 게 필요하다”며 “공영방송 정상화를 구호로만 외칠 게 아니라 공영방송 역할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