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김제동’에 '헌법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 첫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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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방송심의 규정 개악 논란 조항..."자의적 정치심의" 우려

▲ KBS <오늘밤 김제동> 유튜브 채널 화면 갈무리.

[PD저널=박수선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김정은 환영 단체장’을 인터뷰한 KBS <오늘밤 김제동> 방송에 방송심의 규정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을 처음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은 2014년에 신설된 것으로 당시 정치심의 우려 등으로 개악 논란을 불렀던 조항이다.

18일 방송소위는 지난 4일 방송에서 김수근 ‘김정은 맞이 환영단’ 단장과 인터뷰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위인“, “우리 정치인들에게 볼 수 없는 모습을 봤다” 등의 발언을 내보낸 <오늘밤 김제동>이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했는지 의견진술을 듣고 판단하기로 결정했다.

방송소위는 방송심의 규정에서 ‘방송은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치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된다’(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방송은 위법행위를 조장 또는 방조해서는 안된다’(법령 준수)라고 명시한 조항을 <오늘밤 김제동> 심의에 적용했다.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은 신설 당시에도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개념이 모호해 자의적인 심의 잣대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언론시민단체들은 "국가보안법 방송심의 버전"이라며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규정이라고 반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통합진보당이 '헌법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는 결정을 받고 강제 해산된 것처럼 입맛에 맞지 않는 방송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때문에 방심위가 민원인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해 <오늘밤 김제동>에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을 적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민영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심의 규정은 예측가능하고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으면 정치심의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는데, 이 조항을 적용하면 방심위원들이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한다고 판단하면 그만"이라며 "특정 관점을 억제하거나 강요하는 심의로 흐를 가능성이 커 신중한 심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기 방심위원을 지낸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오늘밤 김제동> 방송에서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도 ‘정치인들이 이 걸로 문제를 삼으면 웃겨진다’고 말한 정도인데,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조항 적용은 과해 보인다”라며 “신설 당시에도 논란이 많았던 규정을 처음으로 적용하면서 방심위가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드는 게 아닌지 염려된다”고 말했다. 

방심위가 <오늘밤 김제동> 심의에 이 조항을 적용하면서 제작·보도 자율성 위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류지열 한국PD연합회장은 “북한을 다루는 방송은 언제든지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라며 "방송사와 제작진은 자기검열에 빠질 수밖에 없고, 한반도 평화 통일에 기여한다는 방송의 공적 책무를 지키는 것도 어렵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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