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가는 길, 곳곳이 오보 '지뢰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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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정세현 방북 오보 등 남북관계 보도에 집중...언론 불신 키운 '올해의 오보'

[PD저널=박수선 기자] 올해 끊이지 않고 나온 오보는 가뜩이나 팽배한 언론 불신을 더욱 키웠다. 한반도 평화로 가는 걸음마다 오보가 지뢰처럼 터진 탓에 청와대는 진땀을 뺐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세간의 주목을 받은 뉴스에선 가짜뉴스를 방불케 하는 오보 행렬이 이어졌다.

숱한 오보 뒤엔 ‘기레기’ 오명이 또다시 따라붙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를 남발한 언론사들은 여전히 고개 숙이는 데 인색했다. 언론이 반성을 잊은 사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8년 언론 수용자 의식조사에서 언론인에 신뢰도는 2016년 수준으로 추락했다. 언론의 신뢰를 바닥으로 끌어내린 올해의 오보를 추렸다.   

연합뉴스, ‘정세현 전 장관 방북’ 오보

집에 있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난데없이 북한으로 보낸 <연합뉴스>의 오보는 올해 최악의 오보로 꼽을만하다.

지난 11월 29일 연합뉴스는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방북…'김정은 답방 물밑 논의' 주목> 보도에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 비공개로 북한을 방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취재기자는 “정 전 장관이 방북 기간에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를 위한 타협점 모색을 위해 북한과 논의할 가능성이 점쳐 진다”는 분석까지 덧붙였다. 하지만 중국 선양의 한 교민의 말을 인용한 이 보도는 불과 몇시간 만에 오보로 판명됐다.

정세현 전 장관은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와의 인터뷰에서 “감기 몸살 때문에 집에 누워 있었다”며 <연합뉴스> 기자와 통화한 적도 없다고 했다.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생략한 보도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오보였다. <연합뉴스>는 오보를 낸 선양 특파원은 감봉, 담당 부장은 다른 부서로 경질성 인사 발령을 내렸다.

▲ 오보 논란이 일었던 TV조선 '풍계리 폭파 취재비 요구' 보도.

'북한 풍계리 폭파 안했다'는 TV조선

TV조선 보도는 올해 빈번하게 오보 논란에 휘말렸다. 북한 비핵화 의지의 상징인 풍계리 폭파 소식을 전한 보도가 대표적이다.

TV조선은 지난 25일 인터넷 뉴스로 북한이 풍계리 갱도를 폭파 안했다고 보도했다가 10분 만에 삭제했다. TV조선은 SNS 등을 통해 “‘풍계리 갱도 폭파 안 해... 연막탄 피운 흔적’이란 문구를 10분가량 노출시켰다"며 ”온라인 뉴스팀의 착오 발생한 일로, 확인 즉시 삭제했다”고 밝혔다.

TV조선은 단순한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앞서 북한이 풍계리 취재비로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로 도마에 올랐던 터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북한 취재비 요구 의혹과 관련해 복수의 매체는 “북한이 외신에 1만 달러를 취재비로 요구한 적이 없다”고 반박 보도를 냈지만, TV조선은 “오보가 아니다”고 끝까지 맞섰다.

청와대는 TV조선 ‘풍계리 보도’를 남북미 상황을 위태롭게 만드는 보도라고 날을 세웠다. 청와대는 “(TV조선 보도가 사실이면 북한은)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거액을 뜯어내는 나라가 돼버리고 마는 것”이라며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를 이런 방식으로 묘사했다면 당장 법적 외교적 문제에 휘말렸을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TV조선은 ‘풍계리 취재비‘ 보도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은 뒤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가 최근 슬그머니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 청와대 사칭 이메일에 대형 오보를 낸 '아시아경제'.

청와대 사칭 이메일에 낚인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는 가짜 청와대 보고서에 낚여 대형 오보를 냈다.

<아시아경제>는 지난 11월 26일자 1면 ‘한미동맹 균열 심각...靑 실토’ 기사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 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며 청와대가 미국의 불신과 우려를 인지했는데도 쉬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시아경제>가 단독 입수했다는 보고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사칭한, 해킹이 의심되는 문서였다.

청와대는 즉각 “오보 차원을 넘어 언론 역사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악성”이라며 “최소한의 확인도 거치지 않고 보도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아시아경제>에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아시아경제>는 보도 사흘 만에 공식 사과하고 기사를 취소했다. 기사를 쓴 기자와 담당 데스크는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다. 

<아시아경제>는 “해킹 조작이 있었다면 본지 또한 피해자”라고 항변했지만, 창간 13년만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다. 입수한 보고서의 출처를 확인했다면 피할수 있었던 오보였다. 

채널A ‘드루킹 돈 잘 받으셨나요’

의도가 의심되는 보도는 선거 기간에 성행한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지방선거의 블랙홀이 됐다. 후보 검증, 정책 보도는 자취를 감췄고, 특정 후보를 겨냥한 보도가 쏟아졌다.  

이 가운데 지난 4월 22일 채널A가 <뉴스A>에서 내보낸 <[단독] 드루킹 "돈 잘 받으셨나요" 김경수에 연락>는 미디어감시연대로부터 악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채널A는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 보좌관에게 돈을 보낸 뒤 김경수 의원에게 '잘 받았느냐'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가, 서울경찰청과 김 의원 측의 정정 요구를 받고 앵커가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다.

채널A는 앵커 멘트를 통해 “서울경찰청은 드루킹이 문자를 보낸 시점은 김 의원 측을 협박한 3월 이후라고 알려왔다”며 “김 의원은 해당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지방선거 미디어감시연대는 채널A 보도를 두고 “보도를 내보내기 전 확보했어야 할 기초적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 시점과 주체에 대한 오해를 유발하는 발언을 부각했다는 점에서 악의성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 YTN이 김경수 의원실에 압수수색이 진행된다는 오보를 내보낸 뒤, 이를 사실로 간주한 취재진들로 의원실 앞은 장사진을 이뤘다. ⓒ 뉴시스

법정제재 받은 YTN '김경수 압수수색' 오보 

YTN는 ‘김경수 의원실 압수수색’ 오보로 망신살을 뻗쳤다.

지난 4월 19일 뉴스 속보로 '수사당국, 민주당 김경수 의원실 압수수색‘를 전한 YTN은 이날 오후 보도 내용을 정정하고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취재기자는 검·경찰에 확인도 하지 않고 제보자의 말만 믿고 보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YTN의 오보를 받아 쓴 다른 매체까지 오보 릴레이가 이어졌고, 김경수 의원실에는 취재진이 몰리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결국 YTN은 '김경수 의원실 압수수색' 오보로 선거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법정 제재인 ‘주의’까지 받았다.

‘김경수 의원실 압수수색’ 오보는 YTN 노조 파업 기간에 나온 것으로, 이미 ‘김기식 금감원장 출국금지’ 오보 등으로 체면을 구긴 상태였다. 지난 9월 취임한 정찬형 YTN 사장은 잇따른 오보와 관련해 “오보의 굴레부터 벗어 던지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조선일보> 10월 19일자 3면 기사.

조선일보,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오보 사과했지만...    

언론의 확증편향은 오보로 가는 지름길이다. 여기에 취재까지 게을리 한다면 오보는 필연이 된다. <조선일보> ‘서울교통공사 채용 비리’ 오보같이 말이다.

지난 10월 19일 <조선일보>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사무총장의 국정감사 발언을 인용해 “서울교통공사의 민노총 소속 전 노조 간부의 아들이 세습 고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특혜 취업 의혹을 받는 전 노조 간부가 5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이라고 보도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조선일보>는 다음날 “아들이 교통공사에 특혜 취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 노조 간부는 5대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김모씨가 아니라 전직 도시철도노조 위원장으로 확인됐다”며 정정보도를 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못마땅한 <조선일보>가 ‘채용 비리’ 보도를 쏟아내다가 나온 오보였다.

민주노총은 “(서울교통공사) 채용과 전환 과정에 비리가 있었다면 철저히 조사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자한당과 조선일보 등이 근거 없는 의혹을 부풀리며 사실왜곡을 하는 이유는 비정규직 정규직화라는 시대적 과제와 흐름을 가로막고 싶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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