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딜레마에 빠진 지상파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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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형사’ ‘황후의 품격’ 논란 속 상승세... 호평 받은 ‘땐뽀걸즈’ 저조한 성적으로 종영

▲ MBC 월화드라마 <나쁜 형사>의 한 장면.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현재 월화드라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내고 있는 건 MBC <나쁜 형사>다. 지상파 드라마로서는 이례적으로 19금을 내걸고 있고, 실제로 꽤 자극적인 장면들이 나온다.

영국드라마가 원작인 <나쁜 형사> 같은 수위 높은 작품이 지상파 월화 밤 시간대에 편성된 것 자체가 지상파 드라마의 변화를 드러낸다. tvN이나 OCN 등이 앞서 시도했던 장르물을 이제 지상파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MBC는 <검법남녀>가 사체 검시 같은 자극적인 장면들과 장르물의 긴박감을 더해 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것에 고무되어 있는 듯하다. 월화에 <나쁜 형사>에 이어 수목에도 스릴러 장르인 <붉은 달 푸른 해>를 편성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시청률이 높다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건 아니다. <나쁜 형사>는 죽은 줄 알았던 연쇄살인마가 두 차례나 다시 살아 돌아오고, 주인공 형사를 돕는 싸이코패스 기자는 거의 신적인 존재처럼 어디서든 불쑥 나타나 제 하고 싶은 걸 해낸다. 자극적인 장면들 덕분에 시청률은 나오고 있지만 호평까지 받지 못하는 이유다.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는 SBS <복수가 돌아왔다>는 더 애매모호하다. 고교 시절 학교 폭력의 가해자로 몰려 퇴학당했던 인물이 어른이 되어 다시 학교로 돌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전형적인 학원물에 멜로 코드를 섞었지만 본격 장르물로서의 긴박감을 느끼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학원물이 갖는 사회성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다. 흔히 SBS 드라마들이 주로 해왔던 ‘적절하게 타협한 장르물’을 반복하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 역시 7%대의 적지 않은 시청률을 내고 있다.

▲ 지난 25일 종영한 KBS <땐뽀걸즈>.

반면 지난 25일 종영한 KBS <땐뽀걸즈>는 2.5% 시청률(닐슨 코리아)로 마감했지만 보기 드문 완성도와 울림이 있는 드라마였다. 실제 거제여상에 있었던 댄스스포츠 동아리를 다룬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보편적인 꿈과 현실에 대한 이야기로 다큐멘터리를 재해석해냈다. <땐뽀걸즈>는 괜찮은 완성도와 호평에도 시청률 성적은 좋지 못했다.  

시청층을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19금을 내건 <나쁜 형사>는 아무래도 나이든 세대들이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드라마고, <땐뽀걸즈> 같은 청춘학원물은 젊은 세대의 공감대가 더 큰 드라마다. 드라마의 주시청층이 고령화하고 있는 추세를 보면 <나쁜형사>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지 이해된다. <복수가 돌아왔다> 같은 경우 SBS가 지난 몇 년 간 시도해왔던 복합 장르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월화 동시간대에 진정한 승자는 이들 지상파 3사의 드라마가 아니다. 늘 10%대 시청률을 내고 있는 <가요무대>가 그 주인공이다. <가요무대>의 높은 시청률은 지상파의 주 시청층이 누구인가를 정확히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드라마들은 도대체 어디에 맞춰 드라마를 기획해야 할 것인가.

주말시간대에나 어울릴 법한 SBS <황후의 품격> 같은 ‘막장드라마’를 선택하는 방법이 있다. 이 드라마는 막장 전개에 대한 논란이 드라마 내적으로나 드라마 제작현실에서나 모두 이야기되고 있지만 시청률은 14%를 넘기고 고공행진 중이다.

MBC <붉은 달 푸른 해>처럼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환기를 추구하는 완성도 높은 문제작을 시도하는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이 드라마는 현재 4.7% 시청률에 머물러 있다. 시청률에 있어서는 꽤 큰 차이를 보이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정반대다.

<황후의 품격>에 쏟아지는 혹평과 <붉은 달 푸른 해>에 나오는 호평. 시청률 추산방식이 너무 구닥다리라 생겨나는 착시현상이지만 드라마 제작자들은 여전히 이 시청률 성적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점점 더 시청률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드라마의 주시청층인 나이든 세대를 잡으려니 너무 구시대적인 기획이 나오고, 젊은 감성을 담으려니 시청률이 안 나오는 아이러니에 부딪힌다. 지상파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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