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이미나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검찰 과거사위)가 2008년 정연주 당시 KBS 사장의 배임 사건은 검찰이 유죄판결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알고도 부당하게 기소한 것이라며 문무일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검찰 과거사위는 17일 정 전 사장이 배임 혐의로 기소된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의 가능성이 없음에도 제기된 것으로 적법한 공소권 행사의 범위를 일탈한 공소제기이고, 검사에게 현저한 주의의무 위반의 과오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2003년 취임한 정연주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지 6개월 만인 2008년 8월 배임 혐의로 감사원의 해임 권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해임됐고, 해임 다음 날 체포돼 강제수사를 받은 뒤 불구속 기소됐다. 정 전 사장은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된 2012년에야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기소 당시 검찰은 과거 KBS와 국세청 간 세금 관련 소송에서 1심에 승소한 KBS가 법원의 조정 권고를 받아들여 항소심을 취하한 것이 정 전 사장이 적자를 만회해 퇴진 위기에서 빠져나가려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 과거사위는 "사건 당시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1차장검사, 조사부장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공소제기 결정에 관여한 검사들 모두 이 사건 배임죄의 혐의 인정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공소제기를 하는 경우 유죄판결에 대한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유죄판결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기소 당시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공소는 유죄판결의 가능성에 대한 상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제기된 것으로 적법한 공소권 행사의 범위를 일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 과거사위는 당시 정연주 사장에 대한 고발이 언론장악을 위한 이명박 정부의 기획·조종에 따른 것이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의혹을 넘어 이를 뒷받침할 진술이나 자료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수사 과정·기소 경위에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의심스러운 사정이 존재하나 조사상 한계 등으로 인하여 판단할 수 없다"는 결과를 내놨다.
다만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나 검찰총장은 검찰 과거사위에 "이 사건을 수사하던 무렵은 대검이 많이 흔들리던 때였다", "이명박 정권 출범 초기부터 검찰 수사에 법무부장관의 간섭이 심했고, 항의에도 법무부장관이 일선 청에 직접 전화하는 폐습이 계속됐기 때문에 법무부의 의견이 일선에 직접 전달되었을 수 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과거사위는 검찰에 검사의 잘못된 기소로 피해를 입은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하고, 동시에 '법 왜곡죄' 도입 등 검사의 권한남용을 통제할 수단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장을 위한 제도적 개선책과 함께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권 제도 개선 마련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