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칼럼>폐지돼야 마땅한 선거방송심의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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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선거방송과 관련해 우리 방송PD들도 잘 모르는 사실 하나가 있다. 바로 방송위의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20조’. 내용은 이러하다. “방송은 선거일 전 9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법의 규정에 의한 방송 및 보도, 토론 방송을 제외한 프로그램에 후보자를 출연시키거나 후보자의 음성, 영상 등 실질적인 출연효과를 주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된다.” 단순화시켜 말하면 이달 16일부터 뉴스와 토론프로그램 이외에는 모든 후보자들은 TV와 라디오에 출연할 수 없다. ‘설마’라고 말하실 우리 PD분들은 방송위 홈페이지에 가서 직접 검색해 읽어보시라. 정말 이런 조항이 존재한다. 진짜다. 이 규정이 미칠 실질적인 영향을 시뮬레이션 해보자. 아니 단지 시뮬레이션이 아니라 벌써 일부 PD들에게는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일단 <추적…>, , <그것이…> 등 각사 간판 시사프로그램들은 총선후보자를 피해 선거이슈를 다뤄야 하는 불가능에 가까운 아이러니에 부딪혔다. 정치개혁을 다루던, 불법선거운동 현장을 취재하든 어떻게든 후보자의 인터뷰는 PD 스스로 피해야 한다. 이런 상황은 아침방송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PD는 “총선맞이 요리 특집이라도 준비해야 할 판”이란 자조어린 말을 하기도 했다. 비단 시사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뉴스와 토론을 제외한 모든 프로그램은 16일부터 노심초사, 강박증에 시달리며 제작하여야 한다. 어떻게 이런 비상식적이며 폐쇄주의의 극치인 ‘어불성설’ 방송위 규정이 20004년도에 버젓이 남아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어떤 PD분들은 이렇게 말씀하실지 모르겠다. “설마 방송위가 일부러 이런 비상식적 규정을 만들었겠어? 선거법이나 선관위 등의 상위규정이 있겠지….”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아니다. 국회에서 제정한 선거법 어디에도 공정하게 방송하란 말만 있지, 이렇게 출연 금지를 내린 법조항은 없다. 이 규정은 온전히 방송위의 책임아래 놓인 규정일 따름이다. 십분 양보해 과거 군사독재정권의 재림이 두려워 만들어진 규정이라고 제정 취재를 이해한다치자. 그러나 아직까지도 구시대적 규정을 꿀단지 끌어안듯 쥐고 놓지 않는 방송위는 유치한 고집을 버려야 한다. 세상이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참여, 참여’를 외쳐대는 정부가 세워진 지 1년이 다돼가도록 ‘배제, 배제’를 읊조리고 있는 방송위는 즉각 이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배제 속에 사라진 일반 국민들의 알권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넘쳐도 모자랄 선거관련 정보를 이렇게 막고 나서면서 무슨 참여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공정성의 문제라고? 낙천,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시민단체들의 시퍼런 눈과 귀를 속여 가며 어느 방송사가 편파방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방송위는 시대감각이 그렇게 없단 말인가.PD들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이 규정은 국회를 소집해야 고쳐지는 선거법이 아니다. 방송위가 결정하면 오늘 당장이라도 고칠 수 있는 규정일 따름이다. 당하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체념하는 ‘바보들의 행진’을 우리 스스로 해서는 안 된다. 우리들의 권리는 우리가 나서서 찾아야만 한다. 지난 대선 당시 인터넷 매체들이 국민들의 정치열망을 업고 급성장 하고 있을 때 우리는 무슨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제발 이번 총선만큼은 정말 제대로 유권자들과 함께 가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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