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구속...다음 차례는 '재판거래'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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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당위성 보여준 대법원장 구속, 사법농단 수사 출발점 돼야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헌정사상 대법원장이 처음으로 구속된 사건은 사법부 개혁의 당위성을 의미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을 두고 언론이 보수와 진보 혹은 좌파와 우파의 문제로 보도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보다 곁가지를 부각시켜 사회통합보다 분열에 키우는 행태다.

“양승태 구속에 법조계 ‘사법부 역사에 오점 남겼다’”는 제목의 보도도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사법부 수장의 구속으로 사법부 역사에 오점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범죄 혐의가 40여개나 되며 사법농단의 정점에 있는 공범을 구속시키지 못하면 이것이야말로 더 큰 ‘사법부의 오점’이다.

검찰은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김앤장’ 변호사를 독대한 사실이 적시된 문건에 주목했다. 주요사건의 이해당사자인 김앤장 변호사를 대법원장이 독대해서 무슨 말을 주고받았을까. 법관들이 이런 식으로 재판을 앞두고 사건 당사자 변호사와 독대하는 것이 과연 대법원장 말처럼 ‘통상업무의 일’일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 사법부 정의를 바라는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국민의 뜻이다.

검찰이 구속영장에서 중시한 것은 ‘판사 블랙리스트’ 건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승진이나 좌천 등 인사상 불이익에 직접 표시를 했다는 기안문건까지 나왔다. 사법부 내부에서 먼저 어떤 식으로 사법정의가 유린되고 있던가를 보여주는 인사 비리다. 이규진 부장판사의 업무수첩이 구체적인 증거였다. 양 전 대법원장은 ‘조작’이라고 주장했지만 영장전담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 전대법원장의 구속은 사법농단 수사의 출발점일 뿐이다. 앞으로 법원은 스스로 사법부가 얼마나 타락했는지를 심판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사법 수사 대상에게 판결을 맡긴다는 것은 이해상충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그래서 특별재판부 설치가 필요하지만, 결국 무산됐다.

사법부 내부에는 양 전 대법원장과 이런저런 인연, 관계를 맺고 있는 인사가 너무 많다. 앞으로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도 언론의 감시가 더욱 필요하다. 삼권분립의 헌정 정신을 허문 사법부에 대해 언론의 감시, 견제의 눈은 더욱 매서워져야 한다.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가 끝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정곡빌딩 앞에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 촉구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안태근 전 검사장의 법정 구속은 뜻밖이었다. 사법부의 ‘제 식구 봐주기 관행’이 전통처럼 이어져온 이 땅에 전직 검사장에 대한 법적 처벌은 멀고도 험했다. 현직 검사가 뉴스 스튜디오에 나와 생방송으로 자신의 피해를 울먹이며 호소하는 모습은 일반인들의 눈에는 충격이었다.

법을 집행하고 경찰 수사를 지휘하는 최고책임자 검사가 자신의 법익조차 지키지 못해 직접 피해를 고발하는 장면은 한국사회 법정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성추행과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증언 등이 잇달았지만 안 전 검사장은 ‘기억에 없다’는 식으로 부정하면 구속영장도 간단히 기각됐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 있는 고백은 전국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줘 곳곳에서 ‘미투운동’을 촉발시켰다. 가해자들이 떵떵 거리고 거리를 활보할 때 피해자들은 혼자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개인의 법익을 보호해줘야 할 사법정의는 너무나 멀리 있었다. 타락하고 불신 받는 사법부는 국민 개개인의 불행을 의미했다.

서 검사는 “오늘 선고 결과가 기존의 그리고 앞으로의 가해자들에게 엄중한 경고가 되고 피해자들에게 큰 용기와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고 <경향신문>은 보도했다. 서 검사는 애초 검찰의 부실한 수사로 유죄판결을 기대하지 않아 안 전 검사장이 법정구속됐다는 소식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판검사의 불법‧편법은 수사도 어렵고 처벌도 어렵다는 것은 불문율이다. 언론조차 검찰의 수사단계에만 보도초점을 맞출 뿐 판결에 대해서는 감시나 문제제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도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검찰의 부실한 수사, 법원의 불공정 재판으로 대변되는 사법부의 몰락에 판검사들은 반성해야 한다. 물론 일부의 사건으로 사법부 전체를 매도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현재 OECD 가입 회원국 중에서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함께 사법부 신뢰도 꼴찌 수준으로 국제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음을 잊어서도 안 된다.

국회도 사법부의 몰락에 일조했다. 현직 국회의원들이 판사들에게 ‘벌금형’ 등 구체적 판결까지 주문하도록 국회는 사법부에 대한 감시는커녕 공범 역할을 했다. 사법부를 비롯한 고위공짂자 수사를 전담할 수 있는 공직자특별수사처법을 국회는 한시라도 빨리 합의, 통과시켜야 한다.

또한 국회 차원에서 사법농단에 일조한 여야 국회의원들에 대해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 국회진상조사단을 꾸려 여야 국회의원들이 국회에 파견된 판사들을 통해 어떤 식으로 재판에 관여했는지 그 내용을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전 대법원장의 구속은 사법농단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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