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동승자 루머 물고 늘어지는 관음적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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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언론, '차량 동승자 여부' 등 쟁점화...JTBC "추측성 보도에 강경 대응"

▲ 지난 26일 TV조선 <뉴스7>에서 단독으로 전한 리포트 화면 갈무리.

[PD저널=이미나 기자] 손석희 JTBC 사장 폭행 의혹을 집중 보도하고 있는 보수언론이 차량 동승자 논란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 

손석희 사장이 폭행 혐의로 경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은 지난 24일 <연합뉴스>의 최초 보도로 알려졌다. JTBC도 곧바로 손석희 사장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프리랜서 기자 A씨와 손석희 사장의 입장이 엇갈린 데다, A씨가 언론사에 추가적인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면서 손 사장을 둘러싼 의혹은 확대·재생산되는 모습이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최초 보도가 나온 이후 집중적으로 손석희 사장 관련 보도를 내놓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29일 오후 4시까지를 기준으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송고된 10대 일간지의 보도량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각각 21건과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보도량이 가장 적었던 <중앙일보>(2건)과 <한겨레>(2건)에 비하면 10배가량 많다. 

<조선일보>는 지난 25일자 1면에 경찰이 손석희 사장 폭행 혐의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를 전한 이후로 30일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동아일보>도 지난 29일까지 매일 손석희 사장 관련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소유한 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과 채널A도 메인뉴스와 시사프로그램에서 연일 '손석희 의혹'을 조명했다. 

▲ 1월 25일부터 29일까지 손석희 JTBC 사장과 관련한 10대 일간지의 보도량을 비교한 표 ⓒ PD저널

이들 언론은 사건의 본질인 폭행·취업 청탁 여부뿐만 아니라 손석희 사장이 접촉사고를 낸 날의 행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조선일보>·<동아일보>와 TV조선·채널A가 서로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는 양상도 보인다.

‘손석희 사장이 2017년 경기도 과천의 한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를 냈는데, 당시 젊은 여성이 동승했다는 목격자 증언이 있다’는 프리랜서 기자 A씨의 주장을 바탕으로 동승자 탑승 여부를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부각하는 보도가 대표적이다.

지난 25일 채널A <뉴스A>는 ‘손석희 접촉사고가 발단…2년 전 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A씨는 경찰 진술서에서 ‘피해자들은 젊은 여성이 동석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고 썼다”고 보도했다.

지난 26일에는 ‘손석희 접촉사고 낸 ‘산밑 주차장’ 가보니…어떤 곳?’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외지인들은 올 곳이 아니다” “등산객 아니면 (사람이) 별로 없다”는 인근 주민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비슷하게 28일 <동아일보>에도 “이 주변에는 교회랑 산밖에 없어 한밤중에 차를 세워둘 이유가 별로 없다”는 인터뷰가 실렸다.

<조선일보>도 지난 28일 보수 성향의 유튜버들이 주차장을 찾아 ‘왜 손석희 사장이 어두컴컴한 교회 앞 주차장에 하필이면 일요일 밤에 찾아왔는지 의문’이라고 발언했다고 전하고 동승자 여부가 또 다른 핵심 쟁점이라고 소개했다.

TV조선도 지난 26일 <뉴스7> ‘손석희, 방송 직후 전화…동승자 봤냐 물어’ 리포트에서 접촉사고 피해자가 폭행설 보도 직후 손석희 사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특히 “손 사장이 그날 일을 누구한테 말한 적 있는지 동승자를 봤는지 물었다고 덧붙였다”며 “동승자를 확인했는지 여부를 두 차례나 물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 25일 방송된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의 한 장면 ⓒ 채널A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모니터링 결과 25일부터 TV조선 <신통방통>이나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서 손석희 사장 관련 보도가 2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며 “이들 매체가 프리랜서 기자 A의 일방적인 주장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대리 여론전을 펼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이봉우 활동가는 “특히 사안의 본질과는 관련이 없는 주차장 관련 보도 등은 실제로 밝혀낸 것은 없으면서 손석희 사장이 그 곳에서 이상한 일을 한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지난 28일 방송된 KBS <오늘밤 김제동>에서 손 사장 관련 추측성 보도에 대해 "우리 사회의 관음증 문제"라며 "관음증을 자극하는 이런 행위들에 대해 우리가 관대해선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JTBC는 모 아나운서와 관련한 추측성 보도에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JTBC는 29일 동승자 여부를 둘러싼 의혹이 퍼지면서 “현재까지 작성되고 유포된 근거 없는 SNS 글과 일부 매체의 기사를 수집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된 내용을 작성하고 유통하는 모든 개인과 매체를 상대로 민형사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JTBC 관계자는 “폭행이나 공갈미수·협박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한 공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동승자 여부 등 확인되지 않은 의혹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손석희 사장에 대한) 이상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근거 없는 보도에 대해서는 자료를 수집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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