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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별책부록', 구시대적인 여주인공

출판사 배경으로 경력단절 여성 캐릭터 내세웠지만...진부한 신데렐라 스토리 반복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9.02.12 17: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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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로맨스는 별책부록>ⓒtvN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tvN 토일드라마 <로맨스는 별책부록>은 ‘출판사라는 오피스’에서 ‘책으로 밥 먹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기획의도다. 제작진은 여기에 ‘별책부록’으로 로맨스가 있다며 ‘책을 만들었는데 로맨스가 따라왔다’고 덧붙였다.

이런 카피는 드라마를 설명하고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중요한 문구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출판사 ‘겨루’에서도 책 한 권을 어떤 방식으로 소개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마케팅 회의가 벌어지는 것처럼, 이 문구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결정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쓴 정현정 작가가 <로맨스가 필요해> 집필했다는 사실과 무엇보다 오랜만에 드라마로 돌아온 이나영과 이종석이라는 배우의 조합은 ‘결국은 로맨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첫 회에서 이나영이 연기하는 강단이라는 인물의 ‘경력 단절’이 의외로 현실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걸 느끼며 진짜로 ‘로맨스’는 ‘별책부록’ 정도로 다뤄질까 기대를 갖기도 했다.

한 때는 잘 나가던 광고회사의 마케터였지만 7년 동안의 결혼생활로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녀)’가 된 강단이. 그래서 이력서에 거추장스러운 경력을 지우고 ‘고졸 계약직 사원’으로 도서출판 겨루에 들어온다는 설정은 경단녀로 불리는 여성들의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2회를 넘어가면서부터 여지없이 깨졌다. 이혼까지 당하고 외국에 나가있는 아이를 책임져야 하지만 지낼 집도 없는 강단이를, 도서출판 겨루의 편집장이자 잘 나가는 베스트셀러 작가인 차은호가 도와주는 이야기가 전개된다.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할 뻔했던 차은호를 구해줬던 게 인연이 되어 누나 동생으로 지내던 그들이지만, 실상 차은호는 늘 강단이를 좋아해왔다는 설정이다. 

여기서 이야기는 흔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퇴행하기 시작한다. 물론 강단이는 ‘주체적인 인물’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집에 지낼 방을 꾸며주고, 옷과 가방까지 사주는 차은호를 보고 ‘백마 탄 왕자님’을 떠올리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여지없이 사각관계가 전개된다. 비오는 날 길거리에서 구두 한 짝을 잃어버린 채 절망감에 소주를 마시고 있던 강단이를 우연히 보고 구두를 찾아주고 우산까지 챙겨준 지서준(위하준)과 차은호를 좋아했지만 고백하진 못했던 출판사 직원 송해린(정유진)이 사각관계를 완성한다.

물론 누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고, 드라마가 멜로를 다루는 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 멜로 속 남녀가 맺어가는 관계가 구태의연한 과거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문제다. 양성 평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젠더 감수성에 맞는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그 변화된 멜로의 양상을 들여다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주체적인 대사나 행동을 보인다고 해서 그 인물이 주체적인 인물이 되는 건 아니다. 결국 왕자님이 신데렐라를 도와주는 구시대적 판타지의 틀에선 대사가 조금 달라졌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 이건 ‘로맨스’는 ‘별책부록’이라고 말하지만 실상 출판업계 현실보다는 결국 로맨스를 담고 있는 이 드라마를 그대로 닮았다.

남녀관계에 대한 새로운 젠더 감수성이 요구되는 요즘, 멜로 드라마는 클리셰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이게 바뀌지 않는 한 겉은 달라보여도 여전히 구시대적인 여성을 드라마에서 계속 보게 될 테니 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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