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재판' 못 벗어난 '조현아 동영상'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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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소송 중인 남편 주장 일방 전달...'아동학대'보다 '폭언·고성' 부각

▲ 20일 KBS <뉴스7> 화면 갈무리 ⓒ KBS

[PD저널=이미나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폭언이 담긴 동영상이 지난주 연달아 보도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이 4년 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갑질' 논란을 촉발한 장본인인 데다 내용도 자극적이어서 언론은 '조현아 동영상'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언론이 조 전 부사장이 대중의 공분을 산 인물이라는 이유로 이혼 소송 과정에서 나온 증거자료로 여론재판을 벌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조 전 부사장의 남편이 지난 19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폭행 당했다며 사진 일부를 공개한 이후 폭언이 담긴 동영상은 지난 20일 KBS <뉴스9>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조현아 동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대중의 주목을 받자 JTBC 첫 보도가 나온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330여개의 관련 기사가 나왔다. 

초반 '조현아 동영상'을 적극적으로 보도한 언론은 조 전 부사장의 고성이나 폭언에 초점을 맞췄다. 음성과 영상이 공개된 뒤 아동학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언론의 주된 관심사는 아니었다.  

지난 21일 채널A <사건상황실>은 약 17분 간 조 전 부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상대방 남성에게 폭언을 퍼붓는 음성 파일을 공개했다. '파일에 담긴 대화 내용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주고받은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패널로 출연한 김복준 한국범죄연구소 연구위원이 영상을 보고 발언한 "소름이 끼친다" "이게 현실 세계에서 가능한 일이냐" 등의 의견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전날 채널A <뉴스톱10>도 '조현아 이혼소송, 형사소송으로 회항'이라는 제목의 꼭지에서 "부부간의 문제다" "부부간의 내밀한 문제는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다를 수도 있어 잘잘못을 판단할 수 없다"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 부부의 학력과 결혼·별거 과정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 20일 채널A <뉴스톱10> 화면 갈무리 ⓒ 채널A

사회적 영향력이 큰 공인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지는 다툼이 있지만, 사생활과 소송 중인 사건에 대한 보도는 신중해야 한다는 원칙은 기자협회 윤리강령, 방송심의 규정에도 명시되어 있다. 

대법원도 지난 2013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디스패치를 상대로 낸 사생활 침해 금지 소송에서 "사생활 영역에 속하는 양가 상견례 장면 등을 상세하게 묘사하고, 동의 없이 얼굴을 무단으로 촬영, 게재한 보도는 초상권 침해"라는 원심의 판단이 정당했다고 판결했다. 

이번 '조현아 동영상' 보도를 통해 언론의 선정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봉우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팀장은 "부부가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언론이 '조현아 동영상'을 비롯해 박 씨의 주장을 검증 없이 전하는 것은 사실보도라기보단 조회 수를 높이기 위한 선정적 보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학대' 의혹 보도라 하더라도 향후 아이의 신상이 알려질 가능성이 높고, '자극적인 영상을 오랫동안 방송에 노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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