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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미 어워즈 무대에 선 방탄소년단... 시상 없는 방송사 시상식의 권위

▲ 지난 2월 10일 방탄소년단이 참석한 제 61회 그래미 어워즈 레드카펫. ⓒ빅히트

[PD저널=허항 MBC PD] 지난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61회 그래미 어워드가 화려하게 치러졌다. 방탄소년단이 시상자로 나서 국내 팬들과 언론도 들썩였던 시상식이었다.

생중계가 끝난 후에도, 무대 영상들은 물론 레드 카펫 영상, 백 스테이지 영상까지 유튜브와 각종 SNS에 업로드 되어 압도적인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매년 누가 어떤 상을 탈지 전 세계 음악팬들의 궁금증이 한데 모이는 시상식다웠다.

나 역시 생중계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후에도 유튜브 영상부터, 방탄소년단이 직접 후일담을 전한 V라이브까지 찾아보며 그 여운을 즐겼다. 방탄소년단이 팝스타들 가운데 서서 베스트 R&B앨범 수상자 ‘H.E.R’를 호명하는 장면도 감동적이었지만, 50줄에 접어든 제니퍼 로페즈가 13분간 격렬한 라이브무대를 펼치는 장면은 TV 앞의 나를 완전히 얼어붙게 만들었다.

누굴 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쟁쟁한 노미네이트 가운데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현장의 전율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인종 차별, 장르 차별 논란 등으로 말도 많은 그래미지만, 중간중간 잡히는 객석 리액션 컷 한 사람 한 사람까지 모두 다 화려한, 명불허전 최대의 음악 시상식이었다.

그런데 지구 반대편의 성대한 축제를 지켜보고 나면 남는 약간의 씁쓸함(?)은 숨길 수 없다. 남의 동네 행사에 실컷 박수치고 돌아오는 느낌이랄까. 물론 올해는 방탄소년단이 당당히 참석해 우리와 그래미와의 작은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우리 음악이 아닌 남의 음악 축제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어서 드는 의문이 있다. 방송사에서는 왜 가요시상식이 사라졌을까. 이 케이팝 풍년 속에 말이다. 한 때 권위 있는 음악시상식을 표방했던 방송3사의 연말 가요시상식들은 시상 부문을 완전히 없앤 ‘축제’의 형태로 바뀐 지 오래다. 연말마다 올해의 가요대상에는 누가 호명될지 온가족이 땀을 쥐며 지켜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말이다.

물론 방송사 밖에서 치러지는 많은 음악시상식들이 있다. 골든디스크와 서울가요대상뿐 아니라, 각 음원사이트들이 개최하는 시상식도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 음악 시상식들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음악 시상식’보다는 점점 ‘아이돌 음악 행사’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시상식이지만 언제나 같은 얼굴의 아이돌이 보이고, 참석한 아이돌들은 모두 트로피를 가져간다. 그러다보니 저 상에는 어떤 가수가 호명될까, 하는 긴장감이 거의 없다. 시상식이 많다보니, 화제성도 분산된 느낌이다.

물론 인기 아이돌 팬덤에겐 자기 가수의 화려한 무대를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겠지만, 대다수에게는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으로 다가오진 않을 것 같아 아쉽다. 작년에 데뷔 40주년을 맞은 조용필 가왕에게 공로상을 준 시상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올해 데뷔 50주년인 이미자님께 상을 드릴 수 있는 시상식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케이팝 르네상스 시대, 방송사가 다시 권위 있는 시상식을 부활시킬 순 없을까. 케이팝의 주인공인 아이돌들은 물론이고, 기성세대가 사랑하는 뮤지션과 언더그라운드 가수까지 샅샅이 살펴 공정한 상을 안겨주는 시상식 말이다. 신인상은 모든 신인들의 꿈이 되고, 이 시상식의 대상가수는 그 해의 국민가수로 회자될 수 있는 독보적인 시상식을 그려본다.

작곡가와 엔지니어 등 숨은 조력자들과 대중음악계에 큰 족적을 남긴 선배가수들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코너도 있어야 할 것이다. 시상식이 최대한 자유로울 수 있도록, 방송3사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형식은 어떨지도 생각해본다.

물론 전세계 음악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미국에서 60년이 넘게 개최되어온 그래미의 스케일을 바로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다. 대중음악의 무게 중심이 방송사보다는 각종 음원사이트나 기획사들에 넘어가고 있는 현상도 무시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풍성한 케이팝의 시대에 방송사가 영향력 있는 시상식이 부활시킨다면,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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