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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과 유관순 누나

호 아저씨로 불리는 혁명의 아버지...'항거' '3월의 소녀' 등 100주년 맞아 유관순 열사 조명 움직임 김훈종 SBS PDl승인2019.02.28 10: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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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친교 만찬이 열린 27일 오후(현지시각) 국제미디어센터(IMC)가 마련된 베트남 하노이의 베트남-소련 우호노동문화궁전에서 내 외신 기자들이 대형 화면에 나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회장면을 취재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김훈종 SBS PD(<최화정의 파워타임>연출)] 드디어! 마침내! 대한민국의 명운을 건 북미정상회담이 베트남에서 이루어졌다. 트럼프가 원하던 다낭을 제치고, 북한이 원했던 하노이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다낭이냐? 하노이냐?’의 문제는 단순히 도시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아니다. 치열했던 샅바 싸움의 이유는 하노이가 담지하고 있는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하노이는 베트남 독립혁명의 아버지 호치민이 북베트남의 수도로 삼은 도시다. 공산주의 이념으로 베트남을 통일한 호치민이 낙점한 도시니, 당연하게도 북한은 두 팔 벌려 환영이다. 팍스 아메리카나의 승승장구하는 기세에 유일하게 찬물을 끼얹은 게 베트남전이다. 패전국 미국 입장에서는 하노이가 영 께름칙할 것이다.

베트남 전쟁의 승패가 갈리기 전인 1969년, 호치민은 숨을 거두었다. 하지만, 베트남 국민들은 그의 업적을 기억하고 있었다. 호치민 사후 6년이 지나, 베트남이 통일되고 북베트남의 탱크가 사이공(지금은 호치민시라고 부른다)에 진입할 때 이런 포스터가 걸려있었다. “당신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호 아저씨!”

잉? 호 아저씨?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공산주의 지도자 호치민에게 아저씨라고? 모택동, 스탈린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베트남을 프랑스, 미국으로부터 독립시킨 국민 영웅이 아저씨라고? 하도 궁금해 단골 쌀국수집에 가서 베트남 종업원에게 물었다. 친근감의 표시로 정말 ‘호 아저씨’라고 부른단다. (아저씨란 호칭은 친근함의 표시지만, 보통 이름을 부르고 성을 부르지 않는 베트남 관례상 ‘호’라는 성을 지칭하는 건 예외적으로 대단한 경의를 표하는 것이긴 하다)

하긴 우리에게도 ‘유관순 누나’가 있지 않은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등장하기 100년 전부터 우리에겐 유관순 누나가 있었다. 유관순 열사는 무조건 누나다. 증손자뻘인 내게도 누나요, 손자뻘인 우리 아버지에게도 누나다.

▲ 지난 25일부터 5부작으로 방송 중인 SBS 라디오 드라마 <3월의 소녀>.

SBS 라디오는 삼일절 100주년을 맞아 유관순 열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라디오 드라마를 지난 25일부터 5부작으로 방송 중이다. 이 특별기획 드라마의 타이틀이 바로 <3월의 소녀>다. 주인공 순이 역의 소이현을 비롯해 최화정, 김창완, 최백호, 붐, 김창렬, 김태균, 박소현, 김숙, 김영철, 배성재, 박선영, 조정식 등 파워에프엠, 러브에프엠 양 채널의 모든 DJ들이 참여한 작품이다. 연출을 담당한 이재익 PD의 표현을 빌자면 ‘의외로 고퀄이니까’ 지금이라도 다시듣기 서비스로 들어보시길!

솔직히 고백컨대, SBS 라디오센터에서는 드라마의 명맥이 끊어진 지 오래다. <최화정의 파워타임>이 방송되는 파워FM은 채널 청취율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대부분 연예오락 프로그램들로만 채워져 있다. 품 많이 들고 돈 많이 잡아먹는 라디오 드라마는 설 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KBS 정도만이 겨우 그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 드라마를 애써 제작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관순 열사지만,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만세운동을 하고 고문을 견디며 옥고를 치르면서도 뜻을 굽히지 않았던 열사의 생생한 모습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래서 누구나 알지만, 제대로 아는 이는 별로 없는 열사의 일생을 그려내기 위해 드라마 작업을 한 것이다. 윤봉길, 안창호, 이봉창, 안중근 의사는 알아도 약산 김원봉을 아는 국민은 드물었다. 하지만, 최동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 <암살> 덕분에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최소 천만 명은 약산 김원봉 의사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 동안 유관순 누나를 조명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윤봉춘 감독은 총 세 번에 걸쳐 <유관순>이란 작품을 만들었다. 1948년 작 <유관순>의 주인공은 고춘희 배우였고, 1959년에는 도금봉, 1966년에는 엄앵란이었다.

하지만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최근 고아성 주연의 <항거>가 나오기까지 수 십 년간 그 명맥이 끊겼었다. 그 바쁜 DJ들이 시간을 쪼개 흔쾌히 섭외에 응하고 열연한 이유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김훈종 SBS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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