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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결렬 '북한 탓'하는 언론

채널A 기자 트럼프에 '북한 제재 강화' 질문...‘거짓말하는 북한’ 시각 여전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9.03.01 12: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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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체제구축의 기대감을 높였던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성과없이 막을 내렸다.

세계의 매스컴은 회담 시작 전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700㎞ 기차대장정에 초점을 맞추며 한껏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등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과연 미디어는 기대만큼 회담 시작과 마무리까지 제 역할을 다했을까.

국내 언론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보도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그 방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먼저 협상결렬의 원인을 한쪽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전달하거나 그 주장을 진실로 단정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28일 하노이에서 이뤄진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유를 “북한이 (영변 핵시설 해체의 대가로) 모든 제재를 해제하길 원했기 때문”이라며 “그들은 제제 해제를 원했다. 전체 제재를 다 해제해 달라고 해서 우리는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회담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주장을 그대로 전달하는 언론이 잘못한 것은 없다. 북한쪽의 입장이나 주장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언론보도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문제는 어떤 협상이든 결렬됐을 때는 양쪽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균형잡힌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점이다. 대북제재 해제 요구 대가로 미국이 과연 북한에 어느 수준의 비핵화를 원했는지 알 수 없다.

▲ 채널A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북제재 질문한 당찬 여기자는?'이란 제목으로 자사 기자를 부각한 '숏토리' 화면 갈무리.

기자회견을 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은 어느 수준의 비핵화를 요구했는지, 볼턴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물었어야 했다. 그런데 오히려 북한을 압박하는 질문이 국내 언론사로부터 나왔음이 알려졌다. 채널A의 한 기자는 “북한 지도자가 언제 회담장에 올지 모른다고 말했다. 제재를 강화해서 압박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다.

기자는 어떤 질문도 할 수 있지만, 협상 결렬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 강화’를 과연 국내 언론이 꼭 해야 할 질문이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우연히 나온 것이 아니라 국내 보수 언론의 냉전적 대립구도에서 나오는 일련의 보도태도의 연장선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3월 1일 새벽(현지시간)에 기자회견을 열고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원인에 대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전면적인 제재 해제 아니고 일부 해제”라고 트럼프의 일방 주장을 반박했다. “구체적으로는 유엔 제재 결의 11건 가운데 2016년부터 2017까지 채택된 5건, 그 중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만 먼저 해제하라”는 구체적 내용까지 밝혔다. 이 주장에 근거하면 트럼프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회담 결렬 책임을 어느 쪽에 물을 것인지, 왜 그렇게 됐는지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양측의 이야기를 균형있게 전달해야 하는 것은 저널리즘의 기본이다. 미국은 선, 진실, 북한은 악, 거짓이라는 도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보도 행태는 곳곳에서 나타났다.

<세계일보>는 제목에서 “숨겨온 ‘제3의 핵시설’ 들통”이라며 북한을 거짓말쟁이로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일자 사설은 ‘최소한 지금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뜻이 없고 비핵화는 가짜’라는 제목으로 단정했다.

<조선일보>는 전날 사설을 통해 “가장 큰 걱정은 국내 정치 때문에 업적 조바심을 내고 있는 트럼프가 실질적 비핵화 조치가 아닌 지엽적 합의를 ‘성과’라고 자랑하며 1차 회담 때 느닷없이 한·미 연합 훈련 중단을 줘버린 것과 같은 중대한 양보를 할 가능성”이라며 “만에 하나 영변 플루토늄 고철과 제재 완화를 맞바꾸면 북은 핵보유국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야말로 악몽이다”고 주장했다.

조선은 미국의 합의 서명을 두려워했고 트럼프가 못마땅했다. 그 전에는 또 다른 사설 북미 '종전선언' 가능성에 "우리는 나라도 아닌가"라며 도발적인 주장을 했다. 청와대가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자 조선일보는 "한국 빠진 6·25 종전선언이라니, 우리는 나라도 아닌가"라며 울분을 토했다.

종전선언도 나오지 않았고 작은 합의조차 없었지만 일부 언론은 미리 흥분하고 예단했다. 협상이 결렬되는 순간, 정확한 협상 결렬 원인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실에 접근하는 질문보다는 오히려 북한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부적절한 질의가 이어졌다.

불필요한 지엽적인 보도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담배 피우는 김정은 모습, 재떨이를 들고있는 김여정의 모습 등 본질과 관계없는 흥미위주의 보도는 과연 꼭 필요한 것인지 이런류의 보도를 반복해야 하는지 언론계 내부의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북한은 은둔의 국가에서 미국과 2 차례 걸쳐 정상회담에 나서며 핵실험, 미사일 실험 등을 일체중단했다. 동창리 등 일부 지역 핵시설도 폭파하는 등 나름 성의를 보이고 있다. 그 노력과 성과가 기대에 못미친다 하더라도 다시 한반도에 전쟁의 위기를 야기할 수 있는 일은 막아야 한다.

북한을 미화할 필요는 없지만 입장 변화와 그 노력까지 폄하하는 불공정한 보도 행태는 냉전시대 유물이다. 한반도의 운명과 직결된 문제에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 것이 국민과 미래를 위한 일이 될지 보다 언론계 내부의 고민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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