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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무게 벗어던진 사극

SBS ‘해치’ tvN ‘왕이 된 남자’ 등 장르물로 변주된 사극 인기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9.03.05 16: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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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방송 예정인 SBS <해치> 예고편 갈무리. ⓒSBS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사극은 역사와 상상력이 만난다는 점에서 그 시대가 갖고 있는 시각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변화해왔다. 1990년 MBC <조선왕조 500년 대원군>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사료에 충실한 정통사극을 보여주며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 관점을 드러냈다. 이후 이병훈 PD은 <허준>, <상도>, <대장금> 같은 이른바 퓨전사극들을 통해 역사의 주변부에 있던 인물들을 끌어오거나 역사를 재해석하면서 사극의 관점 변화를 이끌어온 바 있다.

이런 변화에는 사극 작가‧PD의 계보가 존재한다. 이병훈 PD와 함께 해왔던 김영현 작가는 그 후 독립해 나와 박상연 작가와 <선덕여왕>, <뿌리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같은 역사와 상상력이 탄탄하게 얽혀진 그들만의 새로운 사극의 세계를 일궜다. 또 이병훈 PD와 <이산>, <동이>, <마의>를 작업한 김이영 작가는 <화정>과 최근 방영되고 있는 <해치>로 자기만의 새로운 세계를 열고 있다.

중요한 건 새로운 사극이 새롭게 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방영되고 있는 김이영 작가의 <해치>나 최근 종영한 <왕이 된 남자> 같은 사극, 그리고 지금까지 좀처럼 다뤄지지 않았던 상고시대 역사를 소재로 제작되고 있는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아스달 연대기> 같은 작품들이 이른바 ‘신세대 사극’이라고 부를 만하다.

굳이 ‘신세대 사극’이라는 지칭을 쓰는 건 이들 사극들이 가진 특징이 과거의 사극들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 가장 큰 차이는 ‘실제 역사’에 대한 부담감이 확연히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사극이 나올 때마다 늘 있어왔던 ‘역사 왜곡 논란’이 좀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제 사극을 대중들이 역사적 사실이 아닌 온전한 하나의 드라마로 보기 시작했다는 걸 의미한다. 이들 신세대 사극들은 역사적 사실을 가져오거나 혹은 아예 가상의 설정을 가져와서 그 위에 마음껏 상상의 이야기들을 펼쳐나가는 데 과감해졌다.

예를 들어 <왕이 된 남자>의 경우 영화 <광해>가 원작이지만 실존 임금의 이름을 과감히 빼버리고 드라마화함으로써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줬다. 실제 왕을 죽이고 그 자리에 앉은 광대가 중전과 사랑에 빠지고, 민초들을 위해 권력만을 탐하는 신하와 대비까지 제거한 후 왕의 자리를 물려주고 궁을 떠나는 이야기는 지금껏 사극이 그래도 넘지 않았던 많은 선을 넘었다는 점에서 파격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파격적인 이야기를 섬세한 연기와 유려한 연출로 풀어내면서 최고 시청률 10.8%(닐슨 코리아 집계)을 기록하며 화제성 높은 사극이 됐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해치>는 영조라는 실존 임금이 당대의 파벌 정국 속에서 왕좌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는 있지만, 우리가 봐왔던 사극 속 영조와는 사뭇 다른 해석이 들어있다. 왕이 되려는 자들과 왕을 옹립해 자신의 권력 기반이 되려는 자들의 욕망들이 뒤섞이며 마치 <왕좌의 게임>의 조선판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처럼 신세대 사극이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미드 같은 장르물들의 영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왕이 된 남자>가 정치사극에 멜로 장르를 성공적으로 엮어냈다면, <해치>는 액션과 추리, 스릴러를 더한 영웅들의 서사 장르가 사극에서 시도되고 있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버리는 대신, 그 넓혀진 틈새로 지금까지 사극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설정이나 이야기들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킹덤> 같은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동시 방영되며 전통의상에서 비롯된 ‘갓신드롬’이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결국 <킹덤>처럼 사극이 장르물을 만나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갖게 되는 그 지점에서 신세대 사극의 새로운 경쟁력이 생겨나고 있다. 어쩌면 바로 이러한 과감한 장르물과의 접점이 ‘한류 사극’을 새로운 전성기로 끌어올릴 수 있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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