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아인·관객이 펼치는 토요일 밤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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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참여 열기 뜨거운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 녹화 현장..."대본 없이 소통에 집중"

▲ <도올아인 오방간다> 녹화 현장. ⓒKBS

[PD저널=이은주 기자] “국립묘지에 안장된 이승만의 무덤을 파헤쳐야 한다.” “선생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역사의 악인으로 평가받는) 인물을 연민할 수 있는 여지는 없을까요?”

지난 2일 저녁 KBS 신관공개홀에서 '앞으로 100년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해방정국’(가제)을 주제로 진행된 <도올아인 오방간다>(이하 <오방간다>) 11화 녹화 현장. 도올 김용옥의 강연 도중에 유아인이 불쑥 끼어들자 지켜보던 관객들이 통괘하다는 듯이 박수를 보냈다. 도올도 불쾌한 기색 없이 “아인의 생각이 역시 깊다”면서 웃어 넘겼다. 

지난 1월 5일 방송을 시작한 <오방간다>는 도올 김용옥과 배우 유아인의 신선한 만남과 강연에 공연을 조합한 형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임시정부 100주년을 조명하는 다른 프로그램들이 주로 역사적 인물과 사건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방간다>는 오늘날 한국사회의 문제에 시선을 둔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동양철학자 도올을 내세우면서도 일방적인 강연과 결을 달리하는 것도 특징이다.

역사적 사건을 통해 현재의 문제를 고민한다는 <오방간다>의 기획 의도는 관객의 참여로 완성됐다.

박동민 <오방간다> PD는 “우리 프로그램은 대본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며 “도올과 유아인이 녹화 현장에서 자유롭게 청중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에 힘쓴다”고 말했다. “조명이나 음향도 관객과 강연자가 마음껏 자유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연출한다”고 박 PD는 덧붙였다. 

이날 녹화 현장도 도올 아인 출연자 두명과 청중과의 교감을 이끌어 내는 데 집중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오방색의 조명은 무대 위의 도올·아인뿐만 아니라 방청석 곳곳을 비췄다. 

관객들의 참여 열기도 뜨거웠다. 1시간 남짓 도올의 강의가 끝난 뒤 2시간 동안은 ‘관객’이 묻고 도올과 아인이 답하는 ‘질문 배틀’ 시간으로 채워졌다. 손을 드는 방청객들이 많아 끝내 질문을 하지 못한 이들도 많았다.

▲ 지난 2일 진행된 <도올아인 오방간다> 녹화

현장에서 출연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PD저널

두번째로 <오방간다> 녹화에 참여했다는 한 20대 여성은 “오늘 다섯 번이나 손을 들었는데 선택을 받지 못했다”며 "하고 싶은 질문이 많았는데 실패했다”고 아쉬워했다. 

방청석에서 나온 질문은 가볍지 않았다. ”(여전히 ‘빨갱이 담론’을 신봉하는)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는 어떻게 교류할 수 있나“, ”북미회담 결렬 이후 한국은 어떠해야 하는가“ 등 묵직한 물음이 무대 위로 향했다. 

이날 연신 손을 든 한 30대 남성은 “도올 선생이 주로 답을 주지만 질문에는 (각자의) 생각이 담겨 있다"며 "도올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쟁적인 주제도 충분한 논박이 이뤄지지 않은 채 도올의 답변으로 결론을 내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승준 PD는 “역사라는 어려운 주제를 재료 삼아 관객들이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에 무게를 두고 싶다"고 답했다.  

방송을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밖에 안됐지만, 매니아층도 생겼다. 40대부터 80대까지의 만학도가 다니는 일성여자중고등학교 학생들은 <오방간다> 서포터즈  ‘공감 3·1 오방단’으로 1회부터 매주 빠지지 않고 녹화에 참여했다.  

방청석 맨 뒷줄에서 녹화를 지켜본 일성여자중고등학교 한 할머니 학생은 "<오방간다>는 배움의 연장선"이라며 "녹화가 끝나면 손주들에게 들려줄 이야깃거리가 하나씩 생긴다"며 웃었다. 

이날 오후 7시에 시작된 11화 녹화는 10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12부로 제작된 <오방간다>는 오는 23일 방송을 끝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 <도올아인 오방간다> 녹화 현장.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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