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정운천 등 20명 KBS 화이트리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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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미위, '전 경영진 출연 지시 의혹 조사 결과 발표'...2009년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일방적 강요' 심해져

[PD저널=이은주 기자]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KBS 경영진의 지시로 프로그램에 출연한 '화이트리스트'가 있었다는 KBS 내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KBS 과거 청산 기구인 '진실과미래위원회'(이하 진미위)는 6일 '경영진에 의한 특정인 출연 지시 사례에 대한 조사결과 보고서‘를 채택, 의결했다. 진미위는 ’2008년 이병순 사장, 2009년 김인규 사장 취임 이후 경영진이 특정인의 출연을 강요하거나 배제하는 일이 집중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제작진이 자율적으로 출연자를 선정하는 것과 달리 내부 협의 절차 없이 윗선에서 특정 인사의 출연을 강요했다는 주장이다. 

진미위에 따르면 2016년 6월 21일 방송된 <아침마당>은 김경재 자유총연맹 총재 출연을 책임 프로듀서가 요구해 출연이 확정됐다. 담당 PD는 김경재 총재가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맞지 않는 인물이라고 거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010년 1월 25일 방송된 <아침마당>에 당시 강원도지사 출마가 확실하던 엄기영씨가 출연한 것도 담당 국장의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김인규 사장 재임 기간 동안 <아침마당> '화요초대석'에 나온 출연자 가운데 경영진의 지시로 출연한 친여권 정치인이 16명에 달했다. <아침마당> 출연 특혜는 <아침마당>이 외주제작으로 바뀐 2010년 7월 이후부터 집중됐다는 지적이다. 

진미위는 2010년부터 2018년 1월까지 <아침마당> <6시 내고향>, <생생정보통> 등에 등장한 출연자 가운데 20명을 '화이트리스트'로 분류했다. 김경재 총재 엄기영 전 MBC 사장을 포함해 안상수 전 인천시장, 정운천 전 농림부장관, 나경원 의원 등이 '화이트리스트'에 해당한다고 진미위는 봤다. 

진미위는 “시간이 흐를수록 경영진의 지인이나 정치인 출연 지시가 과도해 나중에는 제작진이 섭외를 하지 않고 출연 지시가 기다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기간 동안 진행자나 출연자를 일방적으로 교체, 섭외를 취소하는 '블랙리스트' 문제도 더욱 심해졌다.    

진미위는 2017년 7월 라디오 <이주향의 문학산책>에서 라디오1국장이 한완상 전 부총리의 출연 취소를 지시한 사례를 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국장, 본부장 등이 기획 단계에서부터 제작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블랙리스트’ 인사들의 출연을 사전에 배제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화이트리스트' '블랙리스트' 모두 취재·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행위지만, 부당하게 출연을 지시 혹은 배제한 경영진이 현재 KBS에 남아 있지 않아 이들에 대한 직접 조사나 후속 조치는 진행하지 못했다. 지난 9월 법원이 진미위의 징계 요구 규정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려, 진미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처분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은 막힌 상태다.    

진미위는 과거에 이뤄진 불공정 방송 사례와 부당노동행위 등에 대한 추가 조사를 거쳐 오는 4월 활동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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