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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연예인' 슬그머니 복귀 언제까지?

정준영 방송 줄하차했지만....방송사 안팎 "출연 제한 강화 필요" 김혜인 기자l승인2019.03.13 18: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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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혜인 기자] 가수 정준영이 성관계 불법 촬영·유포 혐의로 프로그램에서 줄줄이 퇴출되면서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놓고 방송사의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방송이 범죄자 이미지를 세탁하고 있다는 시청자들의 항의에 방송사 내부에서는 ‘사전 검증’은 불가능하다고 토로하면서도, 사회 분위기와 시청자 눈높이에 맞는 출연자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준영이 2015년 말부터 10개월간 불법 성관계 영상을 유포했다는 지난 11일 SBS<8뉴스> 보도가 나온 다음날 방송사들은 정준영 퇴출을 결정했다. 정준영이 출연하던 KBS <1박2일>과 tvN<짠내투어>, 출연 예정인 <현지에서 먹힐까> 제작진은 정준영을 하차시키거나 찍은 촬영 분량도 통편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하차 결정 이후에도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청자 항의가 멈추지 않고 있다. <1박 2일> 시청자 게시판에는 '성범죄자 옹호 방송' 이라는 비판과 함께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김생민에 이어 정준영도 하차하게 된 <짠내투어>도 몸살을 앓고 있다.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는 출연자들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얼굴과 현실에서 드러난 모습의 괴리가 컸기 때문이다.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의 여파로 은퇴한 가수 승리는 MBC<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성공한 사업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승츠비’(승리+개츠비)라는 캐릭터를 얻었다. 정준영도 <1박2일> <짠내투어> 등에 고정 출연하면서 '4차원'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정준영이 2016년 3개월 동안 빠졌다가 다시 복귀한 <1박 2일>에 대한 시청자 불만은 더욱 크다. 당시 정준영은 성관계 불법촬영 무혐의를 받고 다시 복귀해 “그동안 1박2일이 너무 그리웠는데 앞으로 시청자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 2016년 성관계 불법촬영 혐의를 받아 잠정 하차했다가 3개월만에 복귀한 정준영은 KBS<1박2일>에 나와 "그동안 1박2일이 너무 그리웠는데 앞으로 시청자 여러분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KBS

예전부터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은 예능과 드라마를 재개 발판으로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갈수록 성범죄·음주범죄 등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물의 연예인'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미성년자 성매매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배우 이경영이 SBS <해치>로 18년 만에 지상파에 복귀했을 때도 일부 시청자들은 지상파의 낮은 출연 제한 기준에 문제제기를 했었다. 지난해 JTBC <아는형님>에 해외 원정 도박으로 비난받았던 신정환이 나온 방송은 시청률이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방송사는 내부적으로 출연 정지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실상 여론과 출연자의 인지도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지상파 3사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 여부를 자체 위원회를 꾸려 결정하고 있다. 과거에는 제작진의 요청으로 열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미투운동 등으로 문제가 된 출연자들은 유죄 판결을 받기 전에 출연 중지 결정이 나왔다.

한 지상파 PD는 “과거 여혐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김구라, 장동민도 아무 문제없이 출연하고 있다”며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을 섭외하지 않고 있는데, 시청률을 보면 옳은 선택을 한 건가 싶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진행자 풀이 좁은 데다가 시청률이 뒷받침되는 경우에 논란에 휩싸였던 진행자를 섭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신중하게 사전 미팅을 하고 오랫동안 방송을 하더라도 출연자의 사생활까지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하소연도 한다.  

한 지상파 PD는 “프로그램 들어가기 전에 작가, 동료 연예인, 함께 일했던 제작진, 소속사 매니저에게도 묻지만 소속사도 모르는 사실을 제작진이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방송사 안팎에서는 방송사와 제작진이 출연자 섭외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KBS <뉴스9>에서 '정준영 사건'을 보도한 취재기자는 “법적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이 없어진 것도 아니고 도의적 책임이 없는 것도 아니”라며 “당시 KBS가 정 씨를 바로 복귀시킨 건 일종의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것도 당시에 느슨한 분위기가 일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당시 무혐의가 나온 정준영을 KBS가 받아들인 것 자체가 감수성이 떨어지는 처사”라며 "특히 관찰 예능에 나온 출연자에 시청자들의 신뢰가 크기 때문에 출연자들의 윤리·도덕적인 부분은 엄밀하게 따져야 한다”고 했다.

방송사 내부에선 지난해 미투운동을 거치면서 출연 정지 기준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한 방송사 심의팀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음주운전이나 성범죄, 혐오 발언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출연 정지 기준을 강화하고 폭 넓게 적용하려는 흐름도 있다"고 전했다.

한 지상파 PD는 “'사회적 물의'의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방송사 내부에서 출연자 가이드라인, 출연 제한 기준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혜인 기자  key_mai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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