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죄 엇갈린 재소자 ‘몰카 취재’, 대법원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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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죄 엇갈린 재소자 ‘몰카 취재’, 대법원 판단은?
'3건 유죄'→'1건만 유죄' 판결...국민 알권리 차원으로 바라봐야
  • 이광택 국민대 명예교수
  • 승인 2019.03.14 10: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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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9월 5일 방송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담장 위를 걷는 특권’ (기소 사건과 관련없음) 화면 갈무리.

[PD저널=이광택 국민대 명예교수(언론인권센터 이사)] 2016년 교정시설에서 재소자를 ‘몰래카메라’ 방식으로 취재한 SBS PD 1명, 독립PD 9명이 무더기로 고소당한 사건이 모두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가려지게 됐다.

지난해 12월까지 항소심이 모두 종료됐는데, 3건은 무죄가 1건만 유죄(벌금 100만원∼70만원)가 나왔고 모두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MBC <리얼스토리 눈> ‘두 여자는 왜 1인 8역에 속았나’ 편(2015. 11. 방송)과 ‘시흥 아내 살인사건’ 편(2016. 1. 방송) 독립PD 4명 △MBC <리얼스토리 눈> ‘환갑의 소매치기 엄마 왜 전과 14범이 되었나’ 편(2016. 4. 방송) 독립PD 2명 △SBS <궁금한이야기Y> ‘K5 도난 사건’ 편(2015. 3. 방송), ‘춘천 초등생 인질극 사건’ 편(2015. 9. 방송) 독립PD 3명 △SBS <그것이 알고싶다> ‘보이스피싱’ 편(2015. 6. 방송) SBS PD 1명이 법원의 판결을 받을 예정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보이스피싱’ 편은 SBS PD가 프리랜서 촬영감독을 대동해 제작한 것으로 실제 방영되지는 않았다.

이들은 모두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건조물 침입’ 혐의로 기소됐고, 관할 법원도 같다. 항소심부터 변호인도 모두 법무법인 세종이 맡고 있다.

하지만 각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동일하지 않았다. 1심에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 ‘보이스피싱’ 편을 제외하고 모두 유죄가 나왔고, 항소심에서는 <리얼스토리 눈> ‘환갑의 소매치기 엄마’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죄가 나왔다. 항소심에서 유무죄가 갈린 <리얼스토리 눈> 담당 독립 PD들은 판결도 같은 날(2017년 12월 13일)에 있었다.

사건은 서울과 지역에 소재한 구치소장 또는 교도소장들이 PD들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촉발됐다. 소장들은 공무원 조직의 성격상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 고소한 것으로 보인다.

‘몰래카메라’ 취재의 ‘피해자’라면 해당 재소자일 것이고 보호 대상도 이들의 인권이다. 편집 과정에서 재소자의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하고 음성도 변조해 당사자를 식별할 수 없게 한 것 때문인지, 재소자들은 법적구제를 요구하지 않았고, 이들을 수용하고 있는 구치소장 또는 교도소장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보호법익이 ‘재소자의 인권’에서 교도관의 ‘공무집행’이 된 셈이다. PD들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한 ‘취재의 자유’를 행사한 것이다. 사건의 본질은 PD의 취재권과 교도관의 공무집행권의 충돌이다. 몰래카메라 취재방식의 정당성은 언론의 자유(취재의 자유)와 그로 인해 침해되는 법익 사이의 균형에 있다. 몰래카메라로 얻는 공익과 그로 인해 침해되는 법익(인격권 침해 등) 중 어느 것이 더 큰가를 따지는 것이다.

▲ 2016년 11월 24일 한국독립PD협회가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독립PD 기소 사건에서 방송사로서 최종 책임을 져야하는 MBC가 독립PD와 제작 프로덕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PD저널

국가는 간섭과 규제를 가능하면 최대한으로 자제해야 하며,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중대한 법익에 대한 위험이 명백한 경우에 한해 최후수단으로서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헌법재판소 2002. 10. 31. 99헌바40 등 참조). 더구나 국가는 국민의 알 권리, 취재의 자유를 보호할 헌법적 의무를 부담하고, 취재로 인한 피해자로 보기도 어렵다.

신인수 변호사는 2017년 3월 언론인권센터 등이 주최한 ‘알 권리와 언론의 자유’ 토론회에서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그 순간 언론의 자유는 필연적으로 위축되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된다”며 “국가가 취재방식을 문제 삼아 국가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제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익을 위한 언론 자유의 차원에서는 교정당국도 취재에 협조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교정당국은 언론기관이 재소자 인터뷰를 요청하면 이를 불허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져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접견을 시도한 것이다.

취재를 이유로 하는 수감자 접견을 불허하는 법률적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행형법)은 접견금지 사유로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때’(제41조 제4호)를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접견실에서 수용자를 접견하는 건 교정시설의 안전이나 질서와는 무관하다. 따라서 교도관이 언론기관의 취재 요청을 이유로 수용자와의 접견을 거부하는 것이 정당한 직무집행임을 전제로 한 검사의 입장은 그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검찰은 허가를 받지 않고 취재한 것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라고 봤는데, 언론의 자유는 허가를 받아 누리는 것이 아니며, 허가를 전제로 한 취재는 사전검열에 가깝다. 특히 탐사보도인 경우 잠입‧매복 등의 방법으로 그 완성도가 높아갈 수도 있다. ‘허가’ 받지 않았다고 ‘위계’로 보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몰이해에 기인한다.

또 수용자는 주류·담배·화기·현금·수표, 그 밖에 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물픔’을 소지할 수 없고(행형법 제92조 제3호), 교도관은 시설의 안전과 질서유지를 위해 필요하면 교정시설을 출입하는 수용자 외의 사람에 대해 의류와 휴대품을 검사할 수 있다. 이 경우 출입자가 제92조의 금지물품을 소지하고 있으면 교정시설에 맡기도록 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출입을 금지할 수도 있다(형형법 제93조 제3항). 행형법의 보호 대상은 어디까지나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이지 ‘취재금지’가 아니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법무부의 ‘언론 취재·촬영 요청 등에 관한 업무처리 기준’이 “교정시설에서의 언론 공보 업무라는 내부적인 업무처리를 위한 사무처리 기준에 불과해 대외적 구속력을 갖지 않고, 형의 집행‧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등 법령의 직접적인 위임에 따라 법령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정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잠입취재가 교정시설의 안전 또는 질서를 해쳤다면 교정시설이 피해자로서 공무집행방해를 주장할 수 있다. 취재로 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었다면 그 수용자가 피해구제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수용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는데 제3자인 교정당국이 피해자임을 자처하고 있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주장하는 공무집행방해의 ‘공무’는 ‘촬영을 금지하는 것’이 된다.

교정시설에서 일반인의 수용자 면접이 허용된다면 취재를 금지하는 법률은 존재할 수가 없고 또 현실도 그러하다. 그러므로 잠입취재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주거침입으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게 된다.

▲ 재소자 몰카 취재 PD 무더기 고소 사건에서 MBC <리얼스토리 눈> ‘환갑의 소매치기 엄마 왜 전과 14범이 되었나’ 편을 제작한 독립 PD 2명만 2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항소심에서 유일하게 유죄가 인정된 <리얼스토리 눈> 독립PD 2명의 경우 교도관들이 철저하게 감시‧감독 업무를 수행하지 않은 것을 이유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는 무죄로 봤다. 그러면서 녹음‧녹화 장비를 몰래 반입해 교도소 내부로 들어간 행위는 교도소장의 명시적‧추정적 의사에 반해 건조물의 사실상의 평온을 해한 것으로 건조물 침입죄는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에 대해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할 수 없는 이상 피고인들이 범죄행위를 목적으로 교도소에 들어간 것은 아닌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이 관리자인 교도소장의 추정적 의사에 반해 교도소에 들어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공무집행방해죄가 무죄인 이상 건조물 침입죄도 당연히 무죄라는 이야기다. 

두 심급을 지나며 네 사건 중 ‘하나만 무죄’에서 ‘하나만 유죄’로 진전했다가 이제 모두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면서 법원이 탐사보도 취재의 영역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주목된다.

이 사건은 종래 법률의 근거 없이 관료주의의 발상에서 등장한 ‘촬영금지’의 관행을 극복하고 국민의 알권리 신장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또 독립PD라는 이유로 차별하거나 지상파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와 불공정한 거래를 해온 관행도 개선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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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선우 2019-11-04 12:52:17
기자라면 저렇게 하는 게 맞지. 윤리를 조금 위반한다고 해도 온 국민이 알아야 할 사실을 알려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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