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A ‘정준영 사건 2차 가해’ 보도 책임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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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자 '피해자 보호' 요구 묵살...사과방송으로 무마해선 안돼

▲ 채널A <뉴스A>는 지난 12일 '정준영 동영상 피해자 보도'를 첫 소식으로 전했다가 '2차 피해' 지적이 나오자 삭제했다.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가수 정준영이 불법적으로 촬영하고 유포한 영상의 피해자는 지금 불안과 공포에 떨고 있다. 피해자들은 신원 공개를 극도로 꺼리며 취재의 손길도 두려워하고 있다고 한다.

채널A와 <동아일보>가 지난 12일 13일 단독으로 내보낸 ‘정준영 사건’ 보도는 미디어가 어떻게 사회적 흉기로 돌변해 피해자를 두 번 울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채널A와 <동아일보>는 보도가이드라인과 윤리강령 등을 무시하며 성범죄 피해자를 특정하는 보도를 ‘단독’이란 이름으로 당당하게 내보냈다.

채널A 기자협회에 따르면 채널A 취재기자는 보도 과정에서 수차례에 걸쳐 피해자 보호를 요구했지만 부장, 본부장 선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취재기자의 과도한 표현에 데스크나 본부장이 인권 침해나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차원에서 보도의 수위를 조절하는 게 일반적이다.

취재기자가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를 요구했음에도 부장, 본부장이 이런 보도행태를 보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뜻이다. 미디어의 역할보다 상업주의를 내세워 보도의 역기능을 보여준 채널A, <동아일보>의 보도는 중징계감이다. 해당 부장, 본부장은 직접 책임을 져야 한다.

채널A는 성관계 영상 관련 보도에서 피해자 직업과 데뷔 년도, 출연 영상 등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그대로 담았다. 피해자 보호에 역행하는 상세정보를 내보낸데 대해 채널A 기자협회가 나서서 공개적으로 항의를 했을 정도였다. <동아일보> 역시 13일자에 채널A가 보도한 피해자를 파악할 수 있는 주변 정보를 그대로 썼고 추가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확인한 성관계 동영상 장면을 상세히 묘사하는 내용을 넣어 ‘단독’ 보도했다.

더구나 취재기자의 피해자보호 요구를 묵살한 데스크와 본부장 등 ‘게이트 키핑’ 책임자들의 한탕주의는 <동아일보> 채널A의 저널리즘 수준을 시궁창으로 처박았다. 이런 보도를 막기 위해 언론사마다 보도 가이드라인, 윤리강령 등을 만들고 시행에 나섰지만 이들은 지키지 않는다.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등 3곳은 2018년 공동으로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을 발간했다. 가이드라인을 보면 언론은 피해자의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이름, 나이, 주소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명시해 놓았다. 채널A <동아일보>는 이런 것들을 지키지 않았을 때 받는 제재보다 보도해서 얻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보도하는 것이다. 

채널A, <동아일보>같은 주요 매체가 이런 식의 보도를 하는 것은 저널리즘을 부정하는 것이고 피해자의 인권을 명백하게 침해하는 행위다. 오죽하면 채널A 기자들이 “재발 방지를 위해 보도본부 차원에서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실천 요강을 공유할 수 있게 조치해주길 바란다. 또 인터넷에서 해당기사를 완전히 삭제할 것을 요청한다”고 요구했을까.

더 큰 문제는 이런 보도는 단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다른매체의 인용보도로 삽시간에 퍼져나가면서 악성보도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이다. 채널A 보도를 인용한 <이데일리> 등의 매체는 채널A가 보도했다가 삭제한 피해자 정보까지 받아썼다. 인터넷 매체들이 인용보도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이들도 책임을 져야한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은 일단 보도가 나가면 그것이 오보든 사생활 침해 보도든 통제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멀쩡한 매체에서 기자의 바이라인(실명)까지 밝히며 보도했으니 전파의 속도는 더 빠를 것이다.

미디어 과잉시대, 정보홍수시대에 공신력있는 언론사의 간부들이 자행한 무책임한 행태는 받아들여질 수 없다. 스스로 만든 보도강령조차 무시한 이런 보도를 미디어 소비자들은 용납해서는 안 된다. 전파력 강한 미디어의 칼끝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취재 결과물을 보도할 것인지 여부는 부장과 국장, 본부장의 권한이고 책임이다. 비판이 커지자 채널A는 다음날 사과방송을 했지만, 이 정도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피해자의 인권을 짓밟는 보도에 대해선 무관용의 원칙으로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언론사가 불리할 때마다 내세우는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는 개인의 인격권 침해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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