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저격한 KBS 보도 놓고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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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프로그램 비판 보도 이례적...'책임론 만회' '물타기' 의혹도

▲ 16일 방송된 KBS <뉴스9> 화면 갈무리 ⓒ KBS

[PD저널=이미나 기자] 정준영의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 혐의로 제작이 중단된 KBS <1박2일>이 이번엔 또 다른 출연진의 '내기 골프' 의혹으로 폐지 갈림길에 놓였다. 무엇보다 KBS 메인 뉴스에서 자사 예능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내기 골프' 의혹을 제기해 이례적인 보도라는 평가다.  

KBS <뉴스9>는 배우 차태현과 개그맨 김준호가 2016년 국외에서 수백만 원대 내기 골프를 쳤다고 지난 16일 보도했다. 경찰이 확보한 정준영의 휴대폰에 두 사람이 <1박2일> 출연진과 당시 PD가 있었던 단체 대화방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남긴 사실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보도 이후 차태현과 김준호는 '국외에서 골프를 친 것은 아니며, 돈은 모두 돌려주었으나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공식입장을 내고 <1박2일>을 비롯해 출연 중인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KBS가 스스로 12년간 KBS의 장수 예능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던 <1박2일>을 존폐의 기로에 서게 한 결정적 보도를 내놓은 셈이다.

앞서 KBS는 12일 <뉴스9>에서도 정준영이 과거 비슷한 혐의를 받고 <1박2일>에서 하차했다 복귀한 것을 두고 "당시 KBS가 정 씨를 바로 복귀시킨 건 일종의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 것도 당시에 그런 느슨한 분위기가 일조한 것 아니냐,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프로그램에 대해 자사 뉴스에서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경우는 드물다. 

KBS 보도국 내부에서도 이번 보도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있었지만, 보도할 가치가 있는 사안이라면 자사의 이익을 따지지 않고 보도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보도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1박 2일> 관련 보도는 KBS 보도의 독립성과 자율성의 수준을 대외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하지만 KBS 메인뉴스에서 주요 뉴스로 배치할 만큼 보도의 가치가 있었느냐를 포함해 배경과 이후 파장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 일간지 기자 A는 "KBS가 스스로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뉴스에 내보낸 적이 (보도를 보고) 놀랐다"면서도 "<1박2일>과 관련한 문제를 놓고 KBS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시점에서 조금이라도 이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한 느낌이다"라고 평가했다.

경찰이 이미 해당 대화방의 내용을 인지하고 수사 중인 만큼, 취재 결과를 묵인할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사안의 본질에서 벗어난 지엽적인 보도로 되레 동정론을 일으키기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보도 이후 차태현 김준호가 방송 하차를 선언하면서 폐지 반대 여론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 온라인 매체 기자 B는 "KBS가 '물타기'식 보도를 했다는 생각에 당초 폐지로 기울었던 여론에도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온라인 매체 기자 C는 "해당 보도가 지금 '버닝썬' 게이트와 정준영의 불법 동영상 촬영 및 유포로 이어지는 보도의 흐름에서 KBS 메인 뉴스의 앞머리에 배치할 만한 것이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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