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폰’ 홍보한 방송의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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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폰’ 홍보한 방송의 책임
출연자 검증 강화와 함께 지나친 출연자 ‘미화’ 자제 필요
  • 방연주 객원기자
  • 승인 2019.03.1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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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영이 출연한 <라디오스타> 클립 영상이 최근 지상파의 OTT서비스 푹(POOQ) 페이스북에 ‘정준영 황금폰 및 목격담’이라는 게시물로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이번 '정준영 사건' 이후 회자되는 <라디오 스타> 방송 화면 갈무리.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버닝썬 게이트’가 방송가는 물론 한국사회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경찰이 ‘버닝썬 게이트’와 관련된 연예인과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성관계 불법 촬영 및 유포 혐의에 이어 경찰과 클럽 간 유착 의혹이 일면서 여론이 들끓고 있다.

연예인들이 줄줄이 조사를 받게 되자, 방송사와 연예기획사들도 비상에 걸렸다. 처음 보도됐을 당시 발뺌하던 연예기획사들은 연예인에 대한 소홀한 관리에 책임을 진다는 입장을 속속 발표하고, 논란을 빚은 연예인을 출연시킨 방송사들에도 이번 사태가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방송사가 물의를 일으킨 출연자를 섭외하고 ‘띄우기’에 앞장선 게 아니냐는 비난과 함께 출연자 섭외와 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준영은 지난 2016년 여자 친구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분을 받고 몇 개월 뒤 <해피선데이-1박 2일>로 복귀했다. 이번 ‘버닝썬 게이트’가 터지면서 KBS는 정준영을 <1박 2일>에서 퇴출했고, 지난 15일에는 결국 <1박 2일> 제작 중단을 발표했다.

승리는 예능을 통해 ‘위대한 승츠비’로 포장됐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승리가 해외에서 풀 파티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MBC <나 혼자 산다>에선 승리를 라멘집 CEO로서의 면모와 사치스러운 일상에 ‘승츠비’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줬다. 출연자에 대한 부실한 검증과 출연자를 과도하게 포장해 소비하는 방식에 문제 인식이 커지면서 방송사들은 전방위로 체질 개선을 요구받고 있다.

방송사들은 자체적으로 출연자와 관련해 출연금지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다. KBS에서는 방송출연규제심사위원회 운영기준에 따라 마약, 음주운전, 도박, 폭행, 언어폭력 등 범죄를 저지르거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연예인에 대해 ‘출연섭외자제 권고’, ‘한시적 출연 규제’, ‘방송출연 정지’등의 조치를 내리고 있다.

MBC도 출연정지 규정 등에 따라 마약류 관리법 등을 위반한 출연자를 제한하고 있다. SBS도 자체 가이드라인에 따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의 출연을 제한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에서는 자체적으로 출연정지 결정을 내리고 있지만, 지상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완화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출연금지 조치가 실효성을 담보하긴 어렵다. 제작진의 출연자 검증은 그 자체로 한계가 존재하고 ‘사후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섭외부터 제작 과정에서의 출연자 검증은 이해당사자인 연예인과 연예기획사에 기댈 수밖에 없다. 제작진이 출연자 검증을 수사기관처럼 다방면으로 파악할 수 없고, 실제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출연 여부를 거론하게 된다.

문제는 물의를 빚었던 출연자를 언제 복귀시키느냐다. 하지만 이 지점도 제작진의 입장과 여론이 어긋날 때가 많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높이기 위해 논란을 감수하더라도 인지도가 있는 출연자 섭외를 강행하지만, 대중은 이를 미덥지 못하게 볼 수 있다. 정준영의 복귀는 물론 음주운전, 마약, 도박 전과를 지닌 연예인들이 TV 출연 복귀하는 시점을 두고 말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사태로 방송사와 제작진의 역할은 더욱 커졌다. 당분간 출연자 검증 시스템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겠지만, 이를 강화하더라도 사생활을 소재로 한 관찰 예능의 붐 속에서 출연자 논란은 늘 도사릴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을 비추는 방식이 과도하게 ‘극대화된 재미’에만 맞춰진다면 또 다른 위험을 자초할 수 있다. 오히려 외모의 희화화·외모 비하라는 코드가 ‘재미’ 영역에서 방출되고 있는 것처럼 연예인에 대한 과도한 포장도 자제하는 게 필요하다.

방송사들은 예능이든 드라마든 콘텐츠가 TV로만 소비되지 않고 다양한 채널로 유통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파급력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곧 방송사의 위기관리 능력과 직결되는 만큼 사건이 터졌을 때 다양한 채널들의 일관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지상파의 OTT서비스 푹(POOQ) 페이스북에서는 ‘정준영 황금폰 및 목격담’이라는 게시물이 논란이 됐다. 정준영이 출연한 MBC<라디오 스타> 클립 영상을 소개하는 안이함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느 때보다 사회적으로 공분을 일으킨 이번 사건은 출연자 검증 논란을 넘어 향후 방송사와 제작진에게 무거운 숙제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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