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발명' 꿰뚫어본 남다른 통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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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발명' 꿰뚫어본 남다른 통찰력
PD 출신 언론학자들의 신간, '기획의 인문학'‧'미디어 발명의 사회사'
  •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
  • 승인 2019.03.20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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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채훈 PD연합회 정책위원] PD 출신 언론학자 2명이 나란히 책을 냈다. 홍경수 순천향대 교수가 쓴 <기획의 인문학>과 김평호 단국대 교수의 <미디어 발명의 사회사>가 최근 출판됐다.

프로그램 기획은 모든 PD들의 숙제다. 하지만 창조적인 삶을 가능케 해 주는 즐거운 일이기도 하다. 홍경수 교수는 “어제 몇 시간이나 살아 있었습니까”라는 일본 카피라이터 나카하타 다카시의 도발적 질문을 인용하며 “새로운 것을 꿈꾸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온전히 살아있는 시간”이라고 강조한다.

AI 등 4차산업의 바람이 거세게 부는 제작현장에서도 기획력은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홍 교수는 하늘(天=트렌드), 땅(地=콘텐츠), 사람(人=주체)의 세 요소에 ‘성찰’을 더해 기획 과정을 설명한다. SBS <힐링 캠프>는 ‘힐링’과 ‘캠프’라는 트렌드, 직접 경험과 실제 감각을 통한 구체화, 그리고 시대정신에 대한 PD의 성찰이 낳은 결과다. MBC <무한도전>은 ‘88만원 세대’의 좌절감이란 사회적 분위기를 PD가 포착했기 때문에 탄생할 수 있었다.

<기획의 인문학>은 KBS PD 시절 <낭독의 발견>, <단박 인터뷰>를 기획하고 <가요 무대> 예고에 자작시를 올리는 등 톡톡 튀는 기획력을 선보인 홍교수의 실제 경험으 녹여 현장감과 설득력이 뛰어나다.

홍교수는 콘텐츠와 플랫폼의 관계를 분석하고, 의미론·어원학·수사학·은유법을 기획에 활용하는 방법을 알기 쉽게 설명한 뒤, “나는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우리는 끈기있게 꿈꾼다”는 기획의 키워드를 강조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정찬형 YTN 사장(전 MBC 라디오PD)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젊은 방송인들 복 받았다. 이런 책을 읽고 대전환의 시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을 방송콘텐츠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게 되었으니.”

김평호 교수가 쓴 <미디어 발명의 사회사>는 고대 문자부터 망원경, 증기기관, 전기, 전신, 사진, 영화, 라디오, TV을 거쳐 스마트폰까지 새로운 발명이 인간 소통의 네트워크를 어떻게 변화시켜왔는지 통찰한다. 제목에 ‘발명’이란 말을 굳이 넣은 것은 기술과 과학의 발명이 인간 소통에 가져온 혁명적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다.

디지털미디어와 IT가 미래사회의 핵심에 있는 건 물론이다. 김 교수는 콜럼버스의 항해로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되고, 원거리 통신이 제국주의를 촉진하고, 미디어 혁명이 사회를 파편화하고 개인화하는 최근 상황까지 세계사의 변화를 종횡무진 성찰한다. 19세기 이래 이 모든 변화가 왜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났는지 진단하고, ‘뉴뉴(New New) 미디어 생태계’의 미래상을 그려보는 등 김 교수의 개성 있는 시각이 드러난 대목들이 흥미롭다.

김 교수는 MBC PD 시절 <명화의 고향 - 반 고흐> 등을 연출했고, 노조 사무국장으로 있던 1990년, 외압으로 <PD수첩>이 불방됐을 때 사장에게 항의하다 해고되는 시련을 겪었다. 영국과 미국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2002년부터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소크라테스를 인용하며 “문자의 기록은 기억력을 감퇴시키며, 인터넷에 사고행위를 위임하는 것은 지적능력을 쇠퇴시킨다”고 지적한 김 교수 특유의 인문학적 성찰은 살짝 미소를 머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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