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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총리의 화법

맥 빠진 대정부질문에서 '사이다 총리' 평가 받는 이유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9.03.25 18: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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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자유한국당 이학재 의원의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정치인은 말이 정치인생의 성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이 정치인의 인격과 가치, 품격을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최근 대정부 질문에서 야당의 ‘파상공격’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이낙연 국무총리의 화법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치·외교통일안보·경제·사회 등 국정 전 분야 현안의 핵심을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받아쳐내면서 ‘뚫리지 않는 방패’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뉴스1), “야당의 공세를 노련하게 받아 넘기며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했다”(<한국일보>)는 평가가 나왔다.

언론이 역대 어느 총리와 달리 총리의 존재감과 역할을 강조하며 대권주자로 부각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총리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이면에서 정치인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것들이 적어도 세 가지가 있다.

첫째, 무엇보다 총리 본분에 충실한 자세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전 분야에 대해 질의를 받고 응답하기 위해선 현안에 대한 공부가 필수다.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주요 사안에 대한 철저한 준비는 성실성에서 나온다. 이런 준비를 거친 우문현답은 국민에게 ’사이다 발언‘이 된다.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없음이 명백해졌다. 원래대로 돌아가야 한다.”(김재경 자유한국당 의원)
“핵을 쏘고 미사일을 쏘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말씀인가.”(이낙연 국무총리)
“국민들이 안보를 위태롭게 생각하면 국민적 안보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김 의원)
“핵 미사일 도발이 없어진 지 1년 4개월이 넘었다.” (이 총리)

짧은 질의 응답 속에 냉정의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 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가. 말은 부드럽지만 정곡을 찌르고 있다. 물론 주요 사안을 충분히 알고 있더라도 말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절제된 화법은 이를 악화시키지는 않는 법이다.

둘째, 뻣뻣해서도 안 되지만 무조건 저자세도 안 된다.

대정부질문에서 정부를 향해 공격할 절호의 기회를 두고 야당 의원들은 총리를 곤경에 빠트리고 본인은 스타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동안 대정부질문에 나선 총리는 사실 잘해야 본전이라는 자세로 종종 저자세나 얼버무리는 식이었다. 질의하는 상대가 무슨 질문을 어떻게 하든 무시하지 않으면서 하고싶은 말을 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이 총리는 놀랍게도 상대를 때로는 존중하는 듯하면서도 하고싶은 말은 다하는 유연하고 절제된 화법을 구사했다.

곽상도 한국당 의원이 문 대통령 사위의 취업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이 총리는 “위법이 아니라면 한 개인의 사생활은 보호돼야 한다”며 “말하는 분이 위법이란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방어했다. 명확한 증거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상대방의 허점을 지적하면서 ‘사생활’로 방어해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검사 출신 곽 의원이 구체적으로 날카로운 공격을 해올 때 저렇게 응수하기가 쉽지 않다. 자칫 무조건 방어에 급급할 수 있고 변명만 늘어놓는 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전 충분한 공부와 함께 내공을 쌓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함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이 총리는 ‘청와대가 왜 사실을 밝히지 않냐’는 곽 의원의 말에 “아마도 이렇게 설명해도 의원님을 비롯한 몇 분은 다른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여서 그렇지 않겠나”라고 오히려 역공을 취했다. 이 총리는 두루뭉술한 답변이 아닌 직설적 화법으로 정곡을 찔렀다.

셋째, 어떤 질문에도 진솔함과 여유를 유지해야 한다.

적대적 질문을 한다고 해서 감정적으로 응수하면 하수가 된다. 총리는 여야 모든 의원들을 상대해야 하고 때로는 도발적이고 인신모욕적인 질문도 받게 된다.

전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원하는 답변을 얻지 못하자 “총리님의 모든 발언은 속기록으로 남는다”며 “지금처럼 하면 발언을 후대까지 국민들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총리는 “저도 알고 있다”라며 “의원 발언도 속기록에 남는다”고 받아쳤다.

또 전 의원이 “중요한 정국 현안과 국제사회 동향에 대한 언론 기사는 최소한 확인해야 한다. 기초가 안 된 것 같다”고 말하자 이 총리는 “의원님만큼은 못해도 균형있는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기초가 안됐다’고 감정을 건드렸지만 총리는 이에 흔들리지 않았다.

폭언과 품격 없는 언사로 본인은 물론 정당에도 부담을 주는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는 단순히 말의 문제가 아니라 인격과 정치 품격의 문제다. 정부의 방패막이 정도로 ‘얼굴마담’ 역할에 머물렀던 국무총리의 역할이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이처럼 달라질 수 있음을 이 총리는 이번 대정부질문에서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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