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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케이팝, 초심으로 돌아가야

상업주의 논리에 빠진 한류...1990년대 케이팝 정신은 무엇이었나 정길화 MBC PDl승인2019.03.26 11: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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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 세계를 해설하다> '케이팝의 모든 것' 편 화면 갈무리.

[PD저널=정길화 MBC PD·언론학 박사]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익스플레인 : 세계를 해설하다> 시리즈에는 케이팝에 관한 것도 있다. 지난해에 6월 공개된 ’케이팝의 모든 것'편은 들머리에서 비틀즈(1964, British Invasion), 지미 헨드릭스(1969, 우드스탁 페스티벌에서 '성조기여 영원하라' 연주), 마돈나(1984, MTV 비디오뮤직어워드 시상식) 등을 '음악사의 아이콘이 된 순간(iconic moment)'이라고 꼽았다.

이후 TV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보여준다. 그리고 내래이션에서 이르기를 '(이 음악이) 낯설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탄생시킨 것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일련의 음악들을 보여주는데 이는 바로 케이팝이다. 즉 '난 알아요'를 케이팝의 기원으로서 음악사의 아이콘이 된 순간으로 본 것이다. 여기서 아이콘은 하나의 상징 또는 에포크(epoch)라고 생각된다.

서태지의 '난 알아요'가 세상에 처음 나온 시점은 언제인가. 우선 넷플릭스에도 나온 동영상 즉 서태지와 아이들이 MBC의 <특종TV연예>에 출연해 '난 알아요'를 부른 4월 11일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노래를 사실상 처음으로 접한 날일 것이다. 당시 우연히 실시간으로 TV에서 이 프로그램의 본방송을 시청한 기억이 선연하다. 당혹, 충격, 놀라움, 묘한 매력 등으로 소감을 말할 수 있다.

다음으로 1992년 3월 23일을 생각할 수 있다. 이날 '난 알아요'가 수록된 Yo! Taiji가 발매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무렵의 대중가요는 음반이 중요한 시절이라 앨범 발매일을 기준으로 3월 23일을 '난 알아요'의 탄생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3월 23일을 케이팝의 시원(始原)으로 기릴 수도 있겠다. 신기원인 것이다.

대중음악 전문가 김학선은 <K-POP 세계를 홀리다>(2012)에서 서태지의 '난 알아요'가 처음 선을 보인 후 가요계는 '서태지와 아이들'과 난 알아요'로 정리되었다고 평가했다. 서태지가 등장해 가요계를 평정한 1992년은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매우 중요한 해(장유정, 서병기 <한국대중음악사개론>, 2015)였고, 그들의 데뷔곡은 새로운 소리풍경을 연 '서태지혁명'이었다(존 리, <케이팝>, 2014/2019).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 역시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서태지가 ‘선구자적 지위’를 갖고 있다고 보았다(<케이팝의 시대>, 2016). 또한 문화사회학자 김성민은 근저 <케이팝의 작은 역사>(2018)에서 '한국형 아이돌의 원형'으로 소방차를, '케이팝의 기준점'으로 서태지를, '케이팝 아이돌의 전형'으로 HOT를 꼽았다. 특히 김성민은 서태지로부터 대중성, 실험성, 사회성 등을 주목했다.

‘난 알아요’가 한국 대중가요계에 등장한 이후 그로부터 27년. 한때 문화대통령에 등극했던 서태지는 가요계를 떠난 지 오래다. 영욕도 있고 부침도 있었다. 표절 시비, ‘장르 수입상’ 시비 등으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난 알아요'로 시작된 서태지의 음악에 새로움과 모험을 추구하는 도전정신, 실험정신 나아가 작가주의가 담겨 있었다는 것에는 전문가와 팬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할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최근 연이은 추문으로 케이팝이 위협받고 있다. ‘클린 뮤직’을 표방했던 케이팝의 존재론적 침몰이 우려된다. 사태의 주역 중에 한 사람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한 멤버이기도 하다. 한류가 거대한 산업이 된 지금 상업주의 논리가 휘몰아쳐 왔다. 스캔들로 얼룩진 오늘날의 시점에서 케이팝은 27년전 '난 알아요'의 정신을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애오라지 음악만을 생각했던 그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다.


정길화 MBC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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