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난' EBS, 장수 프로그램까지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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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작비 100억원 삭감... '딩동댕 유치원'·'방귀대장 뿡뿡이' 기존 방송분 재활용 편성

▲ EBS <딩동댕 유치원> 방송 화면 갈무리.

[PD저널=이은주 기자] 지난해 200억원대 적자를 낸 EBS가 재정난의 여파로 간판 어린이 프로그램까지 '재방송'으로 내보내고 있다. 

지난해 8월부터 기존 방송분을 '재탕'하고 있는 <딩동댕 유치원>에 이어 오는 4월부터는 <방귀대장 뿡뿡이>도 제작을 중단하고 재방송에 들어간다. 

지난해 2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 EBS는 올해 제작비를 15%가량 삭감했다. 올해 제작비 예산은 553억원으로 전년도 제작비 653억원에서 100억원이 줄었다. 

신사옥 건립 등으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EBS는 긴축 경영이 불가피한 상태다. 지난 11일 취임한 김명중 EBS 사장도 재정 위기 상황 관리 등을 위해 비상 경영을 선포한 바 있다. 

EBS 관계자는 "스타급 출연자에 의존한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을 줄이고, 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성도 선택과 집중 전략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제작비를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수 어린이 프로그램인 <딩동댕 유치원>은 하반기에 예정된 개편과 제작비 감축 등의 여파로 8개월째 기존 방송분을 가공해 다시 내보내고 있다. 

주 5일 방송되는 데일리 프로그램이라서 제작비와 제작진의 규모가 적지 않아, 프로그램 제작과 개편 준비를 병행하는 게 여의치 않았다는 설명이다. <딩동댕 유치원>은 2009년 등에도 재정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제작이 중단되고, 기존 방송을 '재활용'한 적이 있다. 

EBS 유아·어린이부 한 관계자는 "EBS는 제작비가 풍족하지 않은 편인 데다 하반기에 선보일 프로그램 기획을 위해 PD들의 인력 재배치가 필요했다"며 "어린이 프로그램은 시의성이 크지 않아 예전에도 '재활용'을 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오는 4월부터는 <방귀대장 뿡뿡이>도 제작을 중단하고 재방송으로 편성된다. 

EBS 관계자는 “제작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예산으로 유아 프로그램을 제작을 하다가 (지금은) 제작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라며 "지상파의 위기 속에 EBS가 공영방송으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TF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재방송 프로그램이 늘면서 시청자들의 불만과 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자녀 유치원 등원 전에 <딩동댕 유치원>을 즐겨본다는 한 시청자는 지난 9월 시청자 게시판에 “언제까지 재방송을 할 예정이냐"며 “9월에 겨울옷을 입은 출연자의 모습이 나와 당황스럽고 실망스럽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제작비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언론노조 EBS지부 관계자는 “재방송 비율이 높아지면 시청자들이 떠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제작하는 콘텐츠를 줄이면 EBS의 브랜드 가치도 하락하게 되고 장기적으로 시청자들에게 EBS의 존재감도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유아어린이 특임국은 <PD저널>에 “유아들의 발달단계 특성을 반영하고 시의성이 크지 않은 유아 프로그램은 한 번 제작한 프로그램을 1회 편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 재활용하는 편성 패턴을 가지고 있다‘며 ”재활용 자체가 문제가 된다기보다는 매년 적당한 제작과 재활용 비율이 유지되고 있는지가 편성의 주요 고려 요소“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EBS는 변화된 방송 환경에 맞추어 양질의 유아어린이 프로그램을 기획, 제작하기 위해 6명의 PD로 구성된 유아어린이 TFT(2018년 8월~ 2019년 2월)를 운영하고 있다”며 “유아어린이 신규 프로그램 기획 및 중장기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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