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정상화 이후 중압감 컸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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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정상화 이후 중압감 컸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2년 연속 '올해의 PD상' 수상한 'PD수첩' 박건식 CP..."김학의 전 차관 등 실명 공개는 시청자에 대한 예의"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3.28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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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2017년 제작 거부 끝에 제자리로 돌아온 MBC <PD수첩>은 짧지 않은 공백을 메우고, 시청자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까지 짊어졌다. 

정부의 언론 탄압에 제작진이 표적 수사, 체포까지 당한 <PD수첩>의 공백기는 유독 길었다. 'MBC 정상화'와 함께 제자리를 찾은 <PD수첩>이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라는 이름을 되찾을지 기대감도 컸다.   

지난 한 해 <PD수첩>의 남긴 발자취는 뚜렷했다. 한국불교의 최대 종파와 대형 교회들의 이면을 들추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특수강간 사건과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파헤치는 등 비판과 감시라는 저널리즘 본령에 충실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한국PD연합회가 <PD수첩> 제작진(강지웅·강효임·김동희·김재영·김정민·박건식·서정문·유해진·임채원·조성현·조준묵·최원준·한학수, 이상 가나다순)을 제31회 한국PD대상 '올해의 PD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다. <PD수첩> 제작진은 방송 정상화를 위한 제작 거부로 2018년에 KBS새노조 파업 영상 제작팀과 함께 '올해의 PD상'을 받았다. 

지난 25일 만난 박건식 <PD수첩> CP는 "2년 연속으로 '올해의 PD상'을 받는 것은 대단히 드문 일인데, 이런 드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 MBC < PD수첩 > 제작진 ⓒ MBC

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제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수상한 지 1년 만에 다시 <PD수첩>이 올해의 PD상을 받게 됐다.

지난해는 격려 차원에서 주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는 프로그램으로 받은 것이라 그런지 더욱 보람차고 기쁘다. 지난 1년여 간 <PD수첩> 구성원들은 힘든 내색 않고 정말 열심히 달렸다. 파업이 끝나기 전부터 팀을 구성해 방송을 준비했고, 그 팀워크가 1년 이상 이어지고 있다. 이런 애쓰는 모습을 기특하게 봐 주신 것 같다.

수상 소식을 접한 <PD수첩> 제작진의 반응은 어땠나.

다들 놀라워했다. 한편으로는 '작년에 한 번 받았는데 또 받을 수 있을까?' 싶었을 거고, 한편으로는 '어쩌면 받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들이 있었던 것 같다. 2018년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는 인정을 받았다는 것, 서로 수고했다고 도닥거릴 수 있는 것, 그런 점에서 가장 의미가 큰 것 같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다룬 김정민 PD도 이번에 작품상을 받게 됐다.

2018년 <PD수첩>에서 굉장히 고생한 PD 중 한 명이다. 한국 사회에서 '장자연 리스트'를 소재로 방송을 제작한다는 게 버거운 일이었을 텐데도 두 말없이 맡아 줬다. <조선일보>라는 거대 세력을 상대로 하면서, 소송에도 시달려 가면서 방송을 만들었는데 상을 하나도 받질 못했다. 그런 점에서 김정민 PD가 그동안 고생했던 것에 대한 보상, 혹은 위로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기뻤다. 

'방송 정상화' 이후 현업에 돌아왔을 때, 그만큼 책임감도 컸을 것이라 생각한다.

중압감을 많이 갖고 있었다. PD는 부단히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프로그램과 멀어질수록 감각도 떨어진다. 그런데 7년간 현업을 떠났던 사람도 있었고, 해직됐던 사람도 있지 않았나. 또 하나, 우리에겐 '입증 책임'이 있었다. 앞서 우리가 비판했던 이들보단 낫다는 것을 프로그램으로 보여줘야 했다. 그런데 마음만 간절하지 몸은 녹슬어 있고, 그러다 보니 우리의 희망대로 될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현업에 돌아와 급변한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tvN이나 JTBC처럼 굉장히 빨리 젊은 세대를 흡수해 나아가는 방송사들이 있는 반면 우리는 2012년 총파업과 이른바 '유배'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옛날에 멈춰 있는 느낌이었다. 시사 부문에선 취재만이 아니라 내용을 풀어내는 방식도 중요한데 그 부분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이미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러면서 트렌드를 잃어버린 데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어떻게 젊은 세대에 접근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분은 지금도 숙제다.

그럼에도 위안을 얻는 부분은 우린 진정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비한 점도 물론 없지 않지만,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다 보면 시청자와 마음과 마음으로 만날 수 있지 않겠나. 2005년 지금의 최승호 사장이 <PD수첩>을 진행할 당시 했던 말이 여전히 유효한 화두인 것 같다. '<PD수첩>이 능력이 모자라서 못 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외압 때문에 못 하는 일은 없다. 그래서 시청자의 제보를 기다린다.' 지금도 똑같다. 우리가 능력이 완벽하진 않을 수 있더라도 제보자가 전한 올곧은 마음이 시청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 2018년 방송된 < PD수첩 > 예고 및 화면 갈무리 ⓒ MBC

2018년 제작한 방송을 돌아보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시청률 면에서도 좋은 성과를 얻은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경쟁력을 회복하기까지 가장 큰 원동력이 된 것은 무엇이었을까.

프로그램만으로 정면 승부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다. 그런 마음이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 제작에 묻어난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조금 더 (시청자의) 신뢰를 얻었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어떤 아이템이든 두려움 없이 가는 자세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실명 공개의 원칙이 그렇다. 우리 사회는 공인의 공적 활동에도 실명 보도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PD수첩>은 조계종 편에서 관련된 승려의 법명을 공개했고, 김학의 전 차관의 이름도 거론했다.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조선일보> 일가의 이름도 전부 공개했다. 익명으로 보도하면 우리야 편하겠지만, 우리만 알고 시청자만 모르는 건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소송을 감당하더라도 가능한 한 실명을 공개하자는 것이 제작진의 원칙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1년간의 <PD수첩>에는 백 점 만점에 몇 점을 줄 수 있을까.

그래도 90점은 받을 수 있지 않겠나.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보람을 느끼는 건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으로 파문이 커져 한국 사회가 조금씩 변화할 때인데, 지난해 비교적 그런 일들을 했다고 본다. 김학의 전 차관이나 김기덕 감독 등 기성 언론에서 단편적으로 다루거나 다루지 않던 걸 본격적으로 의제화했고, 조계종이나 대형 교회 등 종교계에도 화두를 던졌다. 누군가 반드시 다뤄야 할 것이라면, '주인이 없는' 공영방송 MBC에서 <PD수첩>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상화'는 이뤄졌지만 지상파의 침체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미디어 시장 규모부터 달라졌다. 지상파가 3분할하던 과거가 삼국지 시대라면 지금은 춘추전국시대다. 명색은 지상파라지만 현실은 PP(방송채널사업자)가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옛 영화만 그리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과거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영향을 미친 부분도 있다고 본다. 대체적으로 지상파를 억제하는 정책이 이어졌고, 특히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에는 지상파를 '좌파'로 보고, 우파적 미디어를 키웠다. 그런데 이 정책의 방향과 기조가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방송의 공익적 역할을 위해 수신료나 광고제도, 방송발전기금 등 재원에 대한 고민이 근본적으로 필요할 때다.

내년이면 <PD수첩> 30주년이다. 앞으로 <PD수첩>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거대 권력에 대한 감시를 포기해서는 안 되지만 거기에 매몰돼서도 안 된다. 앞으로는 청년·여성·소시민의 문제 등도 골고루 보려고 한다. 또 젊은 <PD수첩>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있다. 소위 '훈계'하는 것 같은 방식은 이제 먹히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너희들, 이런 것 알아야 해'하는 학주(학생주임)적 관점보다는 가이드처럼 옆에서 친절하게 설명하는 자세가 더 맞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제 30주년이 되는 만큼 <PD수첩>도 한 단계 도약을 해야 한다. 치열한 문제의식은 유지하되, 형식은 젊어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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