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들인 ‘닥터 프리즈너’, 때깔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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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들인 ‘닥터 프리즈너’, 때깔 좋네
오랜만에 선보인 KBS 본격 장르물...감옥과 병원 배경으로 사회 풍자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19.04.03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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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방송 예정인 KBS <닥터 프리즈너> 예고편 화면 갈무리. ⓒKBS

[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KBS <왜그래 풍상씨>가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신파적 가족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았던 걸 떠올려 보면 후속작인 <닥터 프리즈너>는 너무나 다른 색깔의 드라마다. 본격 장르물인데다 감옥과 병원이라는 이질적인 두 장르적 요소를 하나로 섞어 놓았다.

이제 겨우 4회가 진행됐지만 8.4%(닐슨 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은 14.5%까지 치솟았고, 화제성이나 평가 면에서도 좋은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장르물에서 중요한 ‘압도적인 몰입감’을 주는 이 드라마는 서서울 교도소 선민식(김병철 분) 과장과 이곳에 새로 의료과장으로 들어온 나이제(남궁민 분)의 치고받는 팽팽한 대결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뺏는다.

이들이 대결 구도를 갖는 건, 선민식 과장이 그간 서서울 교도소를 장악하고 이른바 VIP들을 상대로 해온 불법적인 거래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갖가지 병을 만들어 ‘형 집행 정지’ 판결을 받게 하고, 자신의 친인척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이송해 비싼 입원비를 받아 돈을 챙겨온 그였다.

‘서서울 교도소의 왕’을 자처하던 인물이었지만, 나이제가 들어오면서 그 왕좌는 위협받는다. 태강병원 응급의학센터 에이스였지만 갑질의 대명사인 태강그룹 이재환 상무(박은석)와 척을 지면서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진 나이제는 서서울 교도소에서 그들과 대항하며 자신의 입지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한다.

기획의도에서 박계옥 작가가 설파하고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가진 자들에 대한 복수극’이 아니다. 노력했고 실력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인맥뿐인 현실 속에서 그들의 방식으로 성공해가는 나이제라는 인물을 그리려는 것이다. 그것이 편법일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이뤄지지 않는, 가진 것 없는 이의 성공을 시청자들은 바란다.

나이제의 성장담 혹은 성공담을 다루고 있고, 실제로 그와 선민식이라는 인물 사이의 팽팽한 대결 구도가 드라마의 핵심적인 포인트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이면에 깔려 있는 비판 의식이다. 병원도 감옥도 가진 자들과 못 가진 자들의 위계가 나뉘는 세상이라는 시선 말이다.

가진 자들은 얼굴에 생긴 작은 상처 하나를 꿰매달라고 당장 시급한 환자를 수술하는 의사를 오라마라 한다. 결국 그렇게 생긴 실랑이로 위급한 환자가 사망하지만 이들은 미안한 감정 따위는 전혀 없다. 자신들이 남들과는 다르다는 ‘선민의식’이 있어서다(선민식이라는 이름 작명의 이유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고 심지어 병원과 감옥은 서로 공조하기도 한다. 범법을 저지르고 감옥에 들어가도 교도소 의료과장의 처방전으로 그들은 호텔 같은 병원으로 이송되어 편안한 ‘수감생활(?)’을 하고, 심지어는 풀려나 자유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니 사법 정의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뉴스를 통해 그토록 많이 봐왔던 휠체어를 타고 검찰에 나서는 이들의 모습이 <닥터 프리즈너>라는 드라마의 밑그림이 되는 셈이다.

그리고 이들 가진 자들과 연계해 부를 축적하는 선민식 같은 인물들이 있다. 아예 친인척이 운영하는 병원을 차려놓고 돈 많은 재소자들을 상대로 장사하듯 처방전을 쓰고, 심지어 말을 듣지 않는 이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는 약물까지 사용한다. 물론 이건 극화된 이야기일 테지만, 교도소 의료과장리 권력을 남용하면 보이지 않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KBS는 앞서 김지우 작가의 <부활>, <마왕>, <상어> 같은 본격 장르물을 시도한 바 있고, <적도의 남자>나 <굿닥터>, <어셈블리>, <태양의 후예> 등의 다양한 장르들이 섞인 드라마를 선보였다. 다만 세련된 장르물은 제작비가 담보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자주 편성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닥터 프리즈너>는 100억대의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다. 제작비가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아니지만, 드라마도 제작 규모에 따라 성패가 갈리기도 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닥터 프리즈너>의 나이제가 실력으로 승부하다 결국 저들의 세계에 뛰어든 것처럼, 드라마도 점점 빈익빈 부익부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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