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산불 보도 '총체적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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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주관방송사 KBS, '오늘밤 김제동' 정규 방송했다가 여론 뭇매...'재난 정보 미흡' 지적도

▲ 4일 방송된 KBS <뉴스특보> ⓒ KBS

[PD저널=이미나 기자] 강원도 고성과 속초 일대에 일어난 산불로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의 '강원도 산불' 보도가 함량 미달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일 오후 7시 17분경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대형 화재로 번졌다. 산림청은 이날 오후 10시 산불 재난 국가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SNS에도 "살려달라"며 실시간으로 산불 상황을 전하는 누리꾼들의 글과 사진이 연이어 게재됐다.

긴박했던 현지 상황에도 지상파 3사는 뒤늦게 특보 체제로 전환,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신속하게 속보를 전달해야 하는 공적 책무를 가진 지상파 방송사가 초기 대응에 미흡했다는 것이다.

재난주관방송사인 KBS는 오후 10시 53분부터 11시 5분까지 KBS 1TV를 통해 특보를 내보낸 뒤 11시 5분부터 정규 방송인 <오늘밤 김제동>을 방송했다. KBS는 <오늘밤 김제동> 방송 20분 만에 특보 방송을 재개했다.

MBC는 오후 11시 7분부터 애초 편성된 <킬빌>을 결방하고 특보를 방송했다. SBS는 예능 프로그램 방송 도중인 오후 11시 52분부터 58분까지 특보를 방영했다가 다음 날 오전 0시 46분부터 산불 소식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특보의 내용도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018년 발표한 '재난방송 등 종합 매뉴얼 표준안'에서 "재난방송은 재난지역과 이재민 등 피해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4일 특보에서는 고성·속초 주민들과의 전화 연결에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할애하거나, 산불이 난 원인과 피해만을 반복해 보도하는 경향이 눈에 띄었다. 현장을 '중계'하는 데엔 충실했지만 대피소 정보나 대피 요령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는 덴 부족한 모습이었다.

수어통역이 5일 오전에야 제공되면서 정작 긴급한 상황에선 장애인의 안전권을 보장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철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수어통역도 제공되지 않고, 장애인 당사자들의 대피 요령도 전달되지 않는 상황에서 장애인 당사자들은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라며 "장애인 당사자에 대한 고려를 (방송사가) 평소에 생각하지 않으니, '비일상적'인 재난 상황에서는 전혀 대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5일 KBS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재난민을 위한 재난방송을 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피해 상황, 피해 원인을 반복 보도하는 것은 재난민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재난방송의 목적은 재난민의 피해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다. 재난민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재난방송을 하라"고 요구했다.

'재난방송' 청원에 현재 90명 이상이 서명한 상태다. KBS 시청자 청원은 한 달 동안 1천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관련 부서 책임자가 직접 답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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