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도 표절하는 한국의 언론 신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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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출처 밝히지 않고 정부 비판 수단으로 활용... 언론 자유와 반비례하는 신뢰도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언론의 자유는 갈수록 신장되고 있지만 언론 신뢰도는 밑바닥이다. 언론사의 잦은 실수와 고의성이 다분한 왜곡 보도 등 스스로 절제와 품격을 잃은 한국 언론의 현주소에 소비자들의 실망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 일련의 사건은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왜 추락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MBN이 한미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면서 ‘김정숙 여사’를 ‘김정은 여사’로 표기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MBN은 "제작진의 실수였다"며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실수 치고는 용납하기 어려운 잘못이었다.

이에 앞서 연합뉴스TV는 10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소식을 보도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 앞에 북한 인공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배치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연합뉴스TV 측은 사과방송을 하고, 보도국장·뉴스총괄부장을 보직 해임하는 등 대안 모색에 부산한 모습이다. 자유한국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청와대를 ‘빨갱이’로 몰아가는 자료로 썼다.

<중앙일보>는 뉴욕특파원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사설을 베껴 쓴 게 적발돼 망신살이 뼏쳤다. <중앙일보>는 12일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외신의 상당 부분을 인용한 사실이 확인돼 디지털에서 해당기사를 삭제했다”며 “독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 <중앙일보>가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외신을 인용한

사실에 확인돼  디지털에서 삭제하고 사과한 칼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중앙일보>는 ‘위정자들이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사회 약자에게도 경제적 도움의 손길이 미치길 기대했겠지만, 실제 그 효과는 오히려 일자리 수를 깎아먹는 원인이 됐고 범죄자 양산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하며 문재인 정부 최저임금 인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WSJ 사설을 대부분 베껴 쓴 내용이었지만 이 부분만 달랐다.

사회적 표절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언론이 남의 칼럼을 도용한다는 것은 스스로 언론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다. <중앙일보>는 단순히 표절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 표절을 이용해서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비판하는 데 이용하려 했다. 얼마나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는지를 짐작케한다.

여기에 <조선일보>도 빠지지 않는다. <조선일보>는 최근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이 청와대 직원에게 자신의 관사 가사도우미 일을 시켰다는 내용을 특종인양 단독으로 보도했다. 청와대는 자체조사 후 사실이 아님을 밝히고 이에 대한 법적 검토도 하겠다고 한다.

언론사들의 단순 실수로 넘기기 어려운 보도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점은 과거보다 달라졌지만 아직 인정하지 않거나 사과조차 하지 않고 깔아뭉개는 수법을 유지하는 곳도 있다. 시간은 언론사 편이기 때문이다. 오보나 왜곡보도는 금방 잊히고 대신 지지자들에게는 오보도 진짜처럼 각인 시키는 효과가 있으니 손해 볼 게 없다. 그 사이 언론의 신뢰는 망가진다. 언론 자유가 있다고 무절제한 보도를 하는 것은 언론 스스로 사회적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국 언론의 자유도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2018년 세계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20위나 순위가 껑충 뛰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31위(2006년)까지 솟구쳤다가 박근혜 정부에선 역대 최하위인 70위(2016년)까지 곤두박질쳤던 언론자유도는 최근 들어 상승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언론 신뢰도는 한심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포브스 통계 (언론 신뢰도, Where people think the news is accurate)에 따르면 언론신뢰도가 높은 나라는 네덜란드(82%), 인도(80%), 캐나다(78%), 독일(75%) 등이다.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로 나타났을까.

러시아(60%), 브라질(57%)의 순위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최하위권 한국(36%)이 나타났다. 언론 스스로 이런 수치스런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아 얼마나 한국 언론 신뢰도가 국제사회에서 초라한 모습인지 국민들도 잘 모른다. 누가 한국 언론의 신뢰도를 이렇게 떨어뜨렸나. 언론이 스스로 답을 찾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남의 표절에는 눈을 부라리지만 자신의 칼럼 표절이나 왜곡보도 비판에는 ‘언론자유 침해’를 내세우는 한국 언론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빨갱이’로 비난하고, 무리한 오보를 하고도 정정도 하지 않는 언론이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없다. 언론사‧기자 스스로 추락하는 언론 신뢰도에 대한 자성하고 자율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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