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지구’, 단순하지만 대담한 추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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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츠신 원작으로 대재앙에 맞선 범우주적 인류이민계획

▲ 영화 <유량지구> 스틸컷.

[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 <신지혜의 영화음악> 진행)] 태양의 노화로 지구가 위험해진다. 이에 지구인들은 마음과 생각을 모아 세계연합정부를 세우고 인류의 존속을 위해 엄청난 프로젝트를 감행한다.

다른 태양계의 적당한 곳을 물색한 지구인들은 현재의 궤도에서 지구를 통째로 들어내 그 곳으로 옮기고자 하는데, 이를 위해 지구상에는 만 개의 기지가 세워지고 적도를 따라 지구의 이동 동력을 심어 놓는다.

2500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유랑지구’. 그렇게 지구는 자신의 궤도를 벗어나 광활한 우주를 향해 모험을 떠난다.

우주정거장에 파견돼 오랜 기간 임무를 수행한 류배강 중령. 지구로 귀환하기 전 날, 목성 근처를 지나던 지구에 문제가 생긴다. 목성의 중력이 지구의 대기를 빨아들이더니 지구마저도 끌어당기게 된 것이다. 어린 아들에게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발걸음을 뗐던 그는 돌발 상황 앞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으로 17년을 보낸 류치. 속임수를 써서 올라온 지상은 섭씨 영하 70도를 밑도는 혹한의 날씨로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다. 급박한 상황에 놓인 지구 덕분에 우연히 만난 지구 엔진 구조대에 합류하게 되고 목성의 중력에서 탈출해야 하는 지구를 위해 마음과 힘을 쏟게 된다.

소설가 류츠신의 단편에서 시작된 영화 한 편은 지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게 한다. SF에 열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휴고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류츠신.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면서 매일 저녁 글을 써 전세계 SF 팬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작가다. 그의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 <유랑지구>가 만들어졌으니 이건 ‘필람’ 영화가 될 수밖에 없다.

▲ 영화 <유량지구> 스틸컷.

최근 들어 (사실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으나 대중들에게 보다 많이 알려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긴 하겠지만) 과학자들이 쓴 SF 소설들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드라마 콘텐츠가 부쩍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순한 상상력이 아니라 과학적인 이론과 현실에 대한 깊은 통찰력 그리고 작가적인 상상력이 융합된 이들의 콘텐츠들은 21세기, 급속하게 발전해 가는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맞물려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

영화 <콘택트>의 원작 소설 <arrival>의 저자 테드 창, <토끼의 아리아>로 유명한 곽재식 그리고 <삼체>로 자신의 고유한 SF 영역을 구축한 류츠신 등 과학자들이 써내려간 소설들은 태생적으로 기본 골격이 다르다.

어슐러 르귄, 필립 K. 딕, 아이작 아시모프, 윌리엄 깁슨 등이 쓴 SF 걸작들이 이미 많지만 21세기적 과학기술을 기초로 한 콘텐츠들은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그동안 지구의 종말, 인류의 존속을 소재로 삼은 콘텐츠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콘텐츠는 돈이 많거나 영향력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멸망해가는 지구를 탈출하거나 소수의 생명을 우주공간으로 날려 보내는 정도로 그려졌다. 그 와중에 빚어지는 갈등과 소란, 혼란은 등장인물간의 갈등 요소의 핵심으로 다뤄졌다.

하지만 류츠신은 아예 지구를 통째로 궤도 밖으로 이동시켰고 그 발상의 스케일과 추진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궤도 밖으로 지구를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자전을 멈춰야 하고 어마어마한 추진 동력이 있어야 하며 그 과정을 이뤘을 때 지구는 어떤 현상을 맞게 될 것인가를 선명하게 그려냈다.

2500년짜리 프로젝트 중 이제 겨우 17년이 흘러 기껏 목성까지 왔을 뿐인데 어이없게도 목성의 중력에 이끌려 충돌위기를 맞게 되다니! 그리고 아주 단순하지만 시도해봄직한 이론으로 지구의 탈출을 감행하는 지구인들이라니!

영화를 보는 순간 거칠지만 거부할 수 없는 세계관에 매료되고야 만다. 그리고 인류의 존속을 위해 지구인이 이렇게 마음을 모을 수 있다면 희망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유랑지구>는 사회‧정치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볼 때 아주 단순하게 접근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과학에서 다루는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는 실제 세상과는 스케일이 다르다. 나노, 양자의 세계부터 광년까지 아우르는 이 세계에서 우리 인간,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에서 또 우주에서 어떤 존재인지, 인류의 유일한 삶의 터전인 지구가 종말을 향해 치달을 때 우리 인류는 과연 인류애를 어디까지 발현할 수 있을 것인까.

<유랑지구>는 일면 거칠고 단순하지만 그래서 많은 것을 담아냈다. 단 하나의 목표, 인류의 존속이라는 목표를 향해 씩씩하고 대담하게 달리는 멋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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