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식 MBC PD "CJ ENM 제작 환경 개선해야" 1인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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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작 관행 바꾸기 쉽지 않지만... 최소한의 노동자 권리 보장 필요"

▲ 26일 CJ ENM 앞에서 방송제작환경개선 1인 피켓시위를 진행한 김민석 MBC PD ⓒPD저널

[PD저널=김혜인 기자] 26일 낮 12시 서울 상암동 CJ ENM센터 앞. MBC 드라마 PD인 김민식 PD가 CJ ENM의 제작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나타났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가 지난 10일부터 ‘故 이한빛 PD 사건 재발방지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벌이고 있는 1인 시위 주자로 나선 것이다.

방송사 PD가 타 방송사 문제에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건 드문 일이다. 점심시간에 맞춰 회사 밖으로 나온 CJ ENM 직원들도 김민식 PD에게 눈길을 주며 발걸음을 옮겼다.

김민식 PD도 언론노조 쪽에서 1인 시위 참여를 제안받고 흔쾌히 승낙한 것은 아니었다. CJ ENM 드라마에 참여하고 있는 제작진, 배우 등을 공격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1인 시위 명단에서 이한빛 PD의 유가족 이한솔 이사의 이름을 보고, 가족들이 드라마 제작 현장을 바꾸기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데, 동료들을 배려한다는 생각 때문에 거절하는 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결국 드라마 제작 관행에 대한 이야기이고, 바꿔야 하는 문제니까요.”

CJ ENM은 이한빛 PD가 열악한 방송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제작 인력 처우 개선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근에도 올 하반기에 방송 예정인 tvN <아스달 연대기> ‘151시간 연속촬영’ 등의 문제로 고발을 당하는 등 실제 제작 현장에서 가시적인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MBC <이별이 떠났다>를 연출한 김민식 PD는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2017년 김장겸 사장 퇴진에 앞장선 그는 현장에 복귀한 뒤 노동시간을 준수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김 PD는 “스태프가 글을 쓰는 블라인드 앱에 <이별이 떠났다>는 노동시간 준수하겠다고 했는데도 실상은 아니라는 글이 올라왔다”며 “소품‧미술팀은 촬영 준비 시간이 길기 때문에, PD가 촬영시간을 줄인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고 전했다.

드라마 제작 환경을 바꾸는 건 PD 개인과 방송사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문제도 아니다. 김 PD는 <이별이 떠났다> 스태프 회의에서 ‘휴게시간 8시간’ ‘촬영시간 18시간‘을 준수하겠다고 공언했다가 여러 곳에서 항의 아닌 항의를 받았다.

그는 “제작비를 올리지 않고 촬영시간을 18시간으로 제한하면 촬영 일수가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제작사 입장에서는 방송사 PD의 갑질로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관행으로 굳어진 구조를 바꿔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드라마 산업을 가장 아래에서 지탱하고 있는 스태프를 위해서다.

김 PD는 “드라마 제작비가 아무리 올라도 스타 플레이어들에게 돌아가지, 일선 스태프에게 배분되진 않는다”며 “조금 더 가진 이가 덜 가진 이를 배려하는 게 좋은 시장, 좋은 일터라고 보는데, 법에서 정한 노동자의 최소한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방송사와 제작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 PD가 든 피켓에는 “CJ ENM도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에 지상파 3사 수준으로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요구사항이 적혀 있었다.

그는 “지상파 3사는 그나마 환경 개선에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CJ는 아직 구체적인 노력이 없다고 한다”며 “드라마 시장에선 지상파가 약자고 CJ가 1위인데, 대표주자답게 배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CJ ENM은 한빛센터의 요구에 이달 말까지 답변을 주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빛센터는 “CJ ENM의 책임자가 진정성 있는 개선 의지를 보일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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