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쉼표, 마곡사에서 보낸 1박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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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쉼표, 마곡사에서 보낸 1박 2일
반복되는 일상 벗어나 참여한 PD연합회 '템플스테이'
  • 전하연 원음방송 PD
  • 승인 2019.04.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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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전하연 원음방송 PD] 매일 반복되는 업무 속에 모든 것이 싫증났다.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자 이것저것 배워보긴 했지만 마음은 그대로였다. 그렇게 좀 더 재밌는, 일상과 다른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아보던 그맘때, PD연합회에서 ‘템플 스테이’ 팸투어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본 게, 내면과 진득하게 대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본 게 언제인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마음의 평안을 한번 찾아보자는 생각으로 마곡사로 향했다.

마곡사는 충청남도 공주시의 태화산에 자리 잡은 절이다. 대형버스가 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구불구불한 길을 거쳐 주차장에서 내릴 때까지만 해도 절이라는 공간이 실감나지 않았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을 반기는 이정표를 보고서도, 무성하게 가지를 뻗은 나무들을 보며 절로 이동할 때까지도 아직은 현실의 감각이 강했다.

천천히 사찰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해탈문을 통과해 그 공간 안에 들어서자 동행과의 대화가 자연스레 멈춰졌다. 자연스러운 굴곡을 보이며 하늘을 향해 손을 뻗치고 있는 건물들의 기와와 절 안에 있는 개울 위로 든든하게 서있는 돌다리, 높진 않지만 고개를 들게 하는 오층석탑을 만나자 마음이 절로 고요해졌다.

템플스테이 일정은 상당히 체계적이었다. 막연하게 조용한 절에서 명상을 하는 것 정도로 생각했는데, 그 절과 불교문화, 그리고 우리의 전통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로 짜여 있었다. 옷들을 벗고 채도가 낮은 주황색의 생활복으로 맞춰 입은 우리는 절을 본격적으로 둘러봤다. 개울을 사이에 두고 남원과 북원으로 나뉘어 있는 마곡사를 걸어서 한 바퀴 도는 건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았다. 안내를 맡은 스님의 설명을 듣자 다가서기 어려웠던 건물들이 더 친숙해진 느낌이었다.

마지막 일정은 그동안 입고 있던 생활복을 반납하는 것이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동안 익숙해진 질감을 벗으니 뭔가 한 시절이 지나간 느낌이었다. 계곡의 징검다리를 건너는 것조차, 생활복을 입고 건너는 그 느낌은 어찌나 다르던지. 1박 2일 머물지 않고 잠깐 사찰을 방문했다면 못 느꼈을 감정이었다.

템플 스테이를 떠나며 던졌던 화두. 그에 대한 우문현답은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받은 선물, 다포에 적혀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내 삶에서 절정의 날은 언제인가. 바로 오늘이다.’

▲ 지난 20일~21일 양일간 마곡사에서 진행된 한국PD연합회 탬플스테이를 마치고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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