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의 어벤져스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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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 흥행몰이, '매력적인 캐릭터' 인기 요인

▲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200만 관객 돌파 기념 스페셜 이미지

[PD저널=허항 MBC PD]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초고속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 기세라면 기념비적인 흥행 기록을 쓸 것 같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세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몰입도가 엄청나다. 두 번 이상 관람하는 n차 관객이 많을 거라는 예측이 있는데, 나 역시 엔딩스크롤이 흐르는 순간 또 한 번 관람하러 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빈 팝콘통과 함께 가슴 두근거리는 감동을 들고 나오다가, 불쑥 ‘업계 종사자’로서의 궁금증이 솟구쳤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몰입도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무엇이 전세계를 이토록 열광하게 만드는 걸까. 화려한 CG와 엄청난 스케일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비슷한 스케일을 추구한 블록버스터들이 다 흥행한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사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스토리는 블록버스터의 고정관념을 충실히 따른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위기가 닥쳤는데,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특별한 능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서 악의 무리와 싸운다는 이야기로 요약된다. 단순한 이 스토리에 세 시간이나 몰입하게 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바로 ‘캐릭터’다.

<어벤져스> 시리즈가 성공한 것은 ‘성공한 캐릭터’들이 모여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닥터 스트레인지, 헐크, 블랙 위도우. 이미 대중들이 익히 열광해오고, 애정해 마지않던 캐릭터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대중들이 그들의 외모와 성격을 떠올릴 수 있다. 어떤 장점과 허점을 갖고 있는지 영화팬들은 잘 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상황 안에서 내가 아는 그 캐릭터가 어떻게 행동할지가 순간순간 궁금하다. 내가 좋아하는 아이언맨은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캡틴 아메리카는 이전에 보여줬던 그 모습대로 행동할지, 계속 긴장하며 그 행보를 따라가게 된다.

▲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 아시아 팬이벤트 현장.

예능 프로그램, 특히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캐릭터 구축’이다.

이를테면 <우리 결혼했어요>는 대중들이 크게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가 탄생할 경우 얼마 안 가 시청률과 화제성이 쭉 올라가는 현상을 여러번 경험했다. 연예인 커플을 매칭해 결혼생활에 돌입하게 한다는 고정된 설정 속에서, 어느 날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가 나타나면 시청자의 몰입도가 확연히 달라진다. 데이트하며 밥을 먹거나 집을 구하는 등의 평범한 상황 안에서 저 캐릭터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할지 일거수일투족이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예능PD들은 항상 ‘매력적인 캐릭터’ 발견에 가장 큰 노력을 기울인다. <무한도전>과 <나 혼자 산다>가 큰 사랑을 받는 이유 역시, 아마 그런 캐릭터 구축에 성공했기 때문이 아닐까. <무한도전> 추격전 안에서 유재석, 박명수, 하하, 노홍철이 각자의 캐릭터대로 목표를 향해 돌진할 때 시청자들은 손에 땀을 쥐며 웃었다. 시청자가 친숙하게 느끼는 캐릭터가 된 박나래와 기안84의 소소한 일상은 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계속 채널을 고정하게 만든다.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내가 아는 매력적인 사람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좋은 친구를 만나 좋은 에너지를 얻듯, 대중들은 애정을 느끼는 캐릭터를 통해 힐링과 즐거움을 얻는 것 같다.

물론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은 어렵다. 출연자의 본래 성향과 연출자의 캐릭터 연출 의도가 맞아떨어져야 하고, 노력 끝에 구축한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어필할 것인지는 ‘운’의 문제다. 하지만 연출자와 출연자가 함께 빚어낸 캐릭터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 프로그램을 승승장구하게 한다면 그만큼 보람된 일도 없다.

아이언맨까지는 아니어도 되겠다. 하지만 넘사벽(?)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은 연출자로서의 욕심이 늘 마음 한편에 있다. 데뷔 후 처음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중견배우, 느낌이 독특해보이는 아이돌, 왠지 모르게 채널을 고정하게 하는 예능 감초들.

언젠가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되는 ‘캐릭터’로 다듬어 낼 원석이 어디 없을까, 눈을 조금 더 크게 뜨고 찾아보게 된다. 잘 만들어진 캐릭터의 힘이 얼마나 큰지,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새삼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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