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버섯처럼 번지는 ‘5·18 가짜뉴스’, 삭제는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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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판결‧방심위 차단 의결로 피해 구제 역부족..."5‧18 특별법‧가짜뉴스 대책 마련 서둘러야"

▲ 광주방송 kbc가 지난 2월부터 제작하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 '5·18 가짜뉴스 바로잡기'. ⓒkbc

[PD저널=박수선 김혜인 기자] '5‧18 가짜뉴스’가 역사 왜곡 우려에도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39번째 맞는 오월, 유튜브에선 오월 영령을 모독하는 ‘가짜뉴스’가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극우인사 지만원 씨는 지난 14일 지만원TV에 올린 영상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5‧18 당시 광주를 방문해 '사살명령'을 내렸을 것“이라고 증언한 당시 미군 정보요원 김용장 씨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북한군 개입설’을 또다시 꺼냈다.

지금까지 군 당국을 포함해 정부 차원에서 여러 차례 5‧18 관련 조사를 벌였지만,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에 북한군이 있다’는 정황이나 결과가 나온 건 없다. 정부의 지속적인 부인에도 지 씨가 지만원TV에 올린 ‘북한군 개입설’ 영상은 어림잡아 30개가 넘는다.

이뿐만 아니라 ‘뉴스타운’ ‘프리덤뉴스’ 등 40여개의 보수 유튜브 채널을 통해 5‧18 가짜뉴스가 유통되고 있다. 2017년 10월 유튜브 ‘프리덤 뉴스’ 채널에 올라온 ‘5‧18 북한군이 전남도청을 지휘했다“는 내용의 대담은 조회수 100만을 넘겼다.

대법원이 2012년 5·18단체가 지만원 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아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뒤 5‧18 역사왜곡이 온라인과 유튜브 등에서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짜뉴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확증편향이 강해진다”며 “5·18 민주화운동이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소재가 되면서 보수 세력의 결집을 위해 유튜브가 적극 활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유튜브에서 ‘5‧18 역사를 왜곡하는 영상이 퍼지고 있는데도 손쓸 방법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유해‧불법 영상을 제재하는 방심위가 5‧18 가짜뉴스에 대한 민원을 받아 접속 차단조치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현재 방심위에는 100건에 육박하는 ‘5‧18 왜곡 영상’ 안건이 쌓여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과 더불어민주당이 ‘5‧18 북한군 개입설’ 등을 담은 영상 140건, 60건에 대해 각각 심의를 요청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정도만 심의를 거쳐 '접속 차단' 결정이 내려졌다. 

방심위 직원 한 명이 업무를 도맡고 있는 데다 의견 청취 등의 절차를 거쳐 의결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접속 차단 결정이 나오더라도 당장 5‧18 왜곡영상이 삭제되는 것도 아니다.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유튜브 같은 경우 방심위가 KT 등의 망사업자에게 URL 차단을 요구하는데, 사업자가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하는 의무는 없다.

방심위 관계자는 “ISP 사업자에게 접속차단을 바로 이행해 달라 요청하고 있지만 접속차단 시점은 각 사업자마다 다르다”며 “5·18 역사왜곡 정보를 담당하고 있는 직원 1명이 유튜브 심의 대상 영상을 일일이 녹취하고 있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방심위가 지난 3월 접속 차단을 의결한 5‧18 왜곡 영상 30건도 여전히 이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접속차단'시정요구를 받은 지만원 씨의 유튜브 게시물. ⓒ지만원TV 유튜브 페이지

5‧18 가짜뉴스가 급속도로 퍼지는 유튜브에서 지역언론과 시민사회 중심으로 가짜뉴스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kbc 광주방송은 지난 2월부터 ‘5·18 가짜뉴스 바로잡기’ 영상을 매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유공자 특혜 논란’, ‘5‧18 폭동 주장’ 등을 ‘팩트체크’하는 콘텐츠다.

김태관 kbc PD는 “유튜브에 5·18을 검색하면 가짜뉴스가 먼저 노출된다”며 “처음에는 가짜뉴스에 굳이 대응해야 하나 싶었지만 5·18 왜곡 영상들을 보니 문제가 심각했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5·18 역사왜곡대응 TF'를 구성한 광주광역시도 온라인에서 유포되고 있는 '5·18 가짜뉴스'를 바로잡기 위해 별도의 플랫폼을 준비 중이다. 

광주MBC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을 맞아 17일 오전 9시부터 19일 오전 0시까지 39시간 동안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내보낸다. 

5‧18 가짜뉴스 대책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지난해 ‘가짜뉴스 대책’을 발표하려다 제재 범위와 규제 수위 등에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 가짜뉴스 규제가 자칫 표현의 자유를 위축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언론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팩트체크 전문매체 ‘뉴스톱’의 김준일 대표는 “독일 '홀로코스트법'처럼 강력한 역사 왜곡 처벌법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면서도 “이에 앞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선에서 허위정보를 어디까지 단속해야하는지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역사왜곡에 단호하게 대처하기 위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규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 구글, 5·18과 언론 시민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사회적 기준을 세우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 5·18 역사 왜곡 처벌 광주운동본부가 지난 3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민주화운동 39주기 전까지 왜곡 처벌법을 제정하라고 정치권에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가짜뉴스 대책과 별개로 5‧18 역사왜곡 처벌 등을 골자로 한 ‘5‧18 특별법’ 처리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지난 15일 여론조사회사 리얼미터가 tbs 교통방송 의뢰로 ‘5·18 특별법'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18 역사왜곡 처벌 법안'에 찬성한다는 답변(60.6%)이 반대(30.3%)보다 갑절 많았다.   

지난 2월 여야 4당은 39주년 기념일 이전에 ‘5·18 특별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자유한국당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악의적이고 의도적인 역사왜곡을 막기 위해 ‘5·18 민주화운동 특별법 개정안’과 ‘진상규명 특별법’ 마련이 시급하다”며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5·18 진상 보고서가 없는 것도 가짜뉴스 대응을 어렵게 하고 있는데, 더 이상 진상규명을 미루면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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