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저널=이미나 기자]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침묵해 오던 <조선일보>가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의 수사 결과 발표에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21일자 3개 면에 걸쳐 이번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법정 대응 입장과 함께 <조선일보>의 외압과 봐주기 수사를 확인한 조사 결과를 전면 부정했다.
과거사위 조사 기간에 사건 증언자로 나선 윤지오 씨에 대한 의혹성 보도를 제외하곤 <조선일보>에서 관련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관련 기사: '윤지오 증언' 침묵한 '조선', '거짓증언' 의혹엔 앞장)
<조선일보>는 이날 1면 <"'조선일보 수사외압' 과거사위 발표는 명백한 허위… 사건과 무관한 방 사장이 왜 외압을 행사하겠나"> 기사에서 "일부 사람의 일방적 주장과 억측에 근거해 수사 외압을 단정적으로 발표한 과거사위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조선일보와 임직원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적절한 법적 조치를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10면과 11면을 털어 '독자에게 답합니다'라는 형식으로 <조선일보> 사주 일가의 결백을 거듭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0면 <검·경·법원 "방상훈 사장은 관련 없어"… 과거사위는 그래도 "수사 미진하다"> 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결백'을 강조했다.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연루 가능성이 있으나,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과거사위 결과에 대해선 같은 기사에서 "본지의 명예를 먹칠하기 위해 아무런 증거도 없는 일방적 진술을 사실인 듯 인용"했다고 주장했다.
술접대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당시 <조선일보> 미디어전략팀장)에 대해서도 "밤 11시쯤 먼저 일어나 서울 성북동 자택으로 귀가했다"는 그동안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과거사위는 방정오 전 전무에 대한 의혹을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으나, <조선일보>는 이를 오히려 방 전 전무의 무고함을 강조하는 데 인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같은 주장을 하면서 당시 장자연 사건 수사기록과 2010년 장자연 사건 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조선일보>의 외압 등으로 당시 경찰·검찰의 수사가 부실했다는 이번 과거사위의 조사 결과로 당시 사건 수사기록과 법원 판결의 신뢰성도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장자연 사건과 <조선일보> 사주 일가와 관련된 의혹을 밝히지 못하자 <조선일보>가 9년 전 수사기록과 판결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다수 언론은 <조선일보>의 자성을 촉구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권석천 논설위원의 칼럼 <'장자연 사건' 문질러버렸다>에서 "이 정도라면 '사건을 문질러버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란 격언쯤은 한가해 보일 정도다"라며 "본질은 '수사 부실'을 넘어 '수사 농단'에 가깝다. 무더기 증거 증발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장자연 사건, 검경과 조선일보는 책임지는 자세 보여야>에서 "장자연 사건이 재수사에는 이르지 못했다 해도, 부실수사와 관련된 검경 간부들에 대해선 징계 등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며 "조선일보도 책임 있는 언론사라면 자성해야 옳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도 사설 <끝내 못 밝힌 '장자연 죽음'의 진실, 검경 책임 크다>에서 "사건 발생 10년 뒤에 이뤄진 '늑장 재조사'의 한계를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특히 누가 '조선일보 방 사장'인지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아 진실을 확인할 기회를 놓쳤다는 과거사위의 지적은 왜곡수사에 대한 통렬한 일침"이라고 지적했다.
김이택 <한겨레> 논설위원은 칼럼 <'장자연 사건 특수협박' 조선일보사 책임은 누가 지나>에서 "언론이 수사기관을 '협박'해 결국 부실·왜곡 수사로 이어졌다면 별일 아닌 듯이 넘길 일인가"라며 "'특수협박'으로 장 씨 죽음의 진실을 은폐하고 남의 명예와 인격을 치명적으로 훼손한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언론 자유'의 방패 뒤에 숨어 책임을 모면하려 한다면 비겁한 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