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망신주기' 반성 없는 추모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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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망신주기' 반성 없는 추모방송
지상파, 서거 10주기 맞아 '인간 노무현' 조명..."'뇌물수수 사건' 압박 해놓고 추모 열기 편승" 지적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5.22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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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SBS < SBS스페셜 - 노무현, 나는 왜 싸우는가? >의 한 장면 ⓒ SBS

[PD저널=이미나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노무현 뇌물수수 사건' 보도를 통해 '망신주기'에 적극 가담했다는 평가를 받은 방송사들은 올해 특집 프로그램에서 '인간' 노무현의 삶을 돌아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는 23일 오후 10시에 방송되는 KBS <봉하마을에서 온 편지>는 2008년 <다큐 3일> '대통령의 귀향, 봉하마을 3일간의 기록'에 방송되지 못했던 노 전 대통령의 생전 모습과 서거 후 10년이 흐른 지금 봉하마을의 모습을 함께 담았다.

이경묵 KBS PD는 "당시 영상을 다시 보면서 그때 (노 전 대통령이) 했던 이야기들 중 가슴에 와 닿거나, (시대를) 앞서갔던 것들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당시 꿈꿨던 것들이 지금 봉하마을에 어떻게 남아 있는지, 서거 10년이 지난 뒤 찾아오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등을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오늘밤 김제동>에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초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바랐던 '사람 사는 세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물었다. 

MBC는 23일 오후 4시 55분에 <MBC스페셜> '대한민국 대통령-대통령으로 산다는 것'을 재방송한다. '대통령으로 산다는 것'은 2008년 2월 퇴임을 앞둔 노 전 대통령의 청와대 생활과 참여정부 5년의 소회 등을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다.

봉하마을이 자리한 경남지역 방송사인 MBC경남은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특별기획'으로 6시간 연속 라이브 방송 <다시, 바람>을 준비했다. 23일 오후 2시 10주기 추도식 중계를 비롯해 노 전 대통령이 나온 지난 방송과 미공개 영상 등을 방영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방송된 <SBS스페셜> '노무현, 왜 나는 싸우는가?' 편은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육성을 활용해 그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노무현, 나는 왜 싸우는가?'편을 연출한 이윤민 PD는 "인간 노무현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건 그의 말"이라며 "생전 말을 중요하게 여겼고, 어록을 많이 남긴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그의 말을 모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다는 기획 의도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 KBS에서 23일 방송되는 <봉하마을에서 온 편지> 스틸컷 ⓒ KBS

그러나 서거일을 앞두고 추모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지상파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언론개혁을 강조했던 노 전 대통령과 언론은 참여정부 내내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적대적인 보도는 서거 직전 극에 달했다.

특히 지상파는 서거 직전 흠집내기식 보도로 노 전 대통령을 몰아세웠다는 비판을 받았던 터라 자성 없이 추모 열기에 편승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서거 10일 전에 SBS가 단독으로 내보낸 '논두렁 시계' 보도의 진상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 2017년 SBS는 국정원 개입 의혹이 제기된 '논두렁 시계' 보도와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국정원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2017년부터 해외에 머물면서 "노 전 대통령이 시계를 받았다는 보도의 배후에는 국가정보원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논두렁 시계' 보도 배후설은 검찰의 재조사 대상에서도 빠져 진상을 규명할 길은 막힌 상태다. 

이런 배경 때문에 <SBS 스페셜> 방송이 나간 뒤 'SBS가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할 자격이 있느냐'는 시청자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윤민 PD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그런 부분(비판 여론)에 대해선 염두에 두지는 않았지만 SBS 구성원으로서 비판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묵 PD도 "당시 언론이 기득권과 같은 진영에 서서 가십성으로 받아 적기만 한 게 사실"이라며 "(10년 전 언론의 행태를) 시청자들이 판단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언론의 잘못된 관행과 권력과 유착된 과거를 돌아보는 움직임은 많아졌지만, 이것만으로 언론의 과오가 모두 용서 받을 수는 없다"며 "당시 보도에 대해 언론이 처절하게 반성하고, 그 뒤에는 어떤 배경이 있었는지를 파헤쳐야 했는데 미흡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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