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에 고개 돌린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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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 중시 흐름 타고 JTBC, ‘취향존중’ 등 취미 소재 예능 제작

▲ JTBC <취향 존중 리얼 라이프-취존생활> 예고화면 갈무리. ⓒJTBC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리얼 버라이어티에 이어 대세로 자리잡은 관찰예능과 먹방‧쿡방 등의 프로그램이 정체기를 맞고 있다. 방송사마다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내놓으면서 시청자들이 진부함을 느끼거나 관찰 예능 속 출연자들이 논란을 일으키면서 프로그램까지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집 구하기’, 갑을관계, 세대문제 등 2030세대가 관심 있을 만한 소재를 다룬 예능이 하나둘씩 나오다가 최근엔 여가를 즐기는 ‘취미’와 ‘취향’을 앞세운 프로그램도 선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는 볼거리가 가득한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시골 생활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대리만족을 선사했다면, 취미 예능은 굳이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 개인 중심으로 일상을 꾸민다.

특히 JTBC에서는 타깃에 따라 다양한 ‘취미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첫 방송된 JTBC <취향 존중 리얼 라이프-취존생활>이 대표적이다. ‘워라밸’을 일상으로 옮겨와 나를 위한 시간을 쓰는 사람들이 늘어난 현상에 주목하며 기획됐다. 퇴근과 동시에 시작되는 직장인의 이중생활을 주목하듯 스타들의 취미생활을 독려한다.

출연자인 이연복 셰프는 60년 만에 주방을 떠나 새로운 취미를 찾기 시작했다. 그는 낙원상가를 찾아 색소폰, 드럼, 기타 등 다양한 악기를 연주해보며 악기 탐색에 나섰고, 초보들이 기타를 배우는 동호회에 가입해 새로운 도전을 알렸다. 배우 채정안은 필라테스를, 각종 운동을 섭렵한 것으로 유명한 배우 이시영은 새벽부터 야외 러닝, 헬스, 탁구를 하는 등 운동 마니아다운 모습을 보여줬다. 배우 조재윤은 생계형 취미로 중장비 자격증 취득에 도전한다.

▲ JTBC <취향존중> 방송 화면 갈무리. ⓒJTBC

내달 13일부터 방영되는 JTBC<뭉쳐야 찬다>는 ‘조기축구’를 소재로 한다. 프로그램 이름처럼 여행예능 <뭉쳐야 뜬다> 멤버였던 김용만, 김성주, 안정환, 정형돈이 스포츠 전설들과 조기축구팀을 결성해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다. 스타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축구라는 새로운 종목에서 함께 팀을 이루고, 전국의 숨은 축구동호회와의 대결을 펼친다.

또 내달 21일부터 방송되는 JTBC2<악플의 밤>에서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다룬다. 취미라고 명명하지 않아도 이미 2030세대를 넘어 5060세대까지도 SNS 이용이 활발한 상황에서 <악플의 밤>에선 SNS의 발달에 따른 문제를 다룬다. 스타들이 출연해 자신을 따라다니는 악플을 직접 대면하고, 이에 대해 속내를 밝힌다.

‘취미 예능’은 과거에도 당구, 볼링, 낚시 등 스포츠에 도전하는 예능으로 종종 제작되곤 했지만, 흥행을 거두진 못했다. 최근 TV에서 다시 얼굴을 내민 ‘취미 예능’의 문법은 과거와는 약간 다르다. 의식주 관련된 생활밀착형 예능이 주목받아온 만큼 ‘취미’도 소소한 일상을 조금이나마 풍성하게 만드는 관점으로 버무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화되면서 늘어난 저녁 시간을 취미나 자기계발 활동 시간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2030세대는 ‘시간’과 ‘취미’를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을 정도로 ‘시간적 여유’와 ‘취미생활’을 중요하게 여긴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개인을 중심에 놓는 가치관이 강화되면서 생겨난 ‘취미’에 관한 수요를 방송 프로그램이 놓치지 않고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시청자들은 TV 앞에서 누군가의 취미생활을 엿보고, 나만의 취미를 찾는다. 돈과 시간의 부담이 드는 여행 대신 소소한 일상을 색다르게 채우고, 쓸모있는 재미를 추구하면서 자신만의 취향을 드러낸다. ‘의식주’라는 보편성을 띤 예능에서 취미, 취향으로 개인의 구체성을 강조한 예능이 얼마나 시청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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