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질병' 산업계 우려 키우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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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질병' 산업계 우려 키우는 언론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에 부정적 전망 일색..."생산적인 논의의 장 마련해야"
  • 이미나 기자
  • 승인 2019.05.29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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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국회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 뉴시스

[PD저널=이미나 기자] 최근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분류하기로 결정하면서 게임 산업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국민 대다수를 잠재적 중독자로 본 것'이라는 거친 반응도 나오고 있다.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를 둘러싸고 정부 부처까지 갈등 양상을 빚고 있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은 산업계를 이해를 앞세운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찬반이 팽팡하게 맞서는 현안을 공론의 장으로 올려놓는 것보다 반대 입장을 전달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WHO는 지난 2016년부터 추진해오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포함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안을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총회 B위원회에서 통과시켰다. 이 안이 최종 확정될 경우, 오는 2022년부터 한국을 비롯한 194개 회원국에 적용된다.

WHO는 '게임을 하는 행위를 통제할 수 없고, 다른 삶의 관심사나 일상생활보다도 게임을 우선순위를 두며, 사회·가정·교육·직업 등 다른 영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침에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몰두'하는 수준에 이르면 '게임이용장애'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원문 보기)

WHO는 예외가 있을 순 있지만 적어도 1년 이상 이 같은 행위가 지속될 때 '게임이용장애' 진단을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다. 쇼핑 중독과 같이 통제 불능 상태를 일으키는 경우에 한해 게임 이용도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28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게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일부 게임사용에 자제가 안 되는 취약군이 있다는 것"이라며 "이들을 관리하고 치료해야 전 세계인의 건강이 관리가 된다는 측면에서 봐야 할 것 같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은 게임 산업계의 우려만을 앞세워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의 부정적 시각만을 부각하고 있다. 특히 경제지를 중심으로 '규제 태풍이 올 것'이라거나 '정부가 게임회사에 추가적으로 세금을 징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지난 27일 <머니투데이>는 '질병코드 등재가 게임업계에 뼈아픈 3가지 이유' 기사에서 "게임 산업 성장 부진, 신기술 중심의 투자 확대 등 업계 주요 변화가 많은 시기에 WHO 결정이 내려지면서 게임 생태계 자체에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라며 게임회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의 성명서 내용을 전했다.

<헤럴드경제>도 이날 '게임 중독 질병 등재…한국게임시장 아시아 중 최대 타격' 기사에서 "국내 게임업계는 게임질병 등재에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정부의 규제, 중국 시장이라는 높은 문턱에 이어 게임질병 등재까지 삼중고를 맞게 됐기 때문"이라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규제 강화로 해석했다.

WHO가 게임 자체를 중독물질로 규정하려는 것이라거나, 게임을 질병화한 것이라는 시각을 반영한 보도도 많다.

27일 한국경제의 <WHO 게임 중독 논란…"게이머 23만명 찾는 '지스타'는 정신병원인가">, 28일 뉴스1의 <'게임중독' 질병분류 갑론을박…"게임중독 병가도 되나요?"> 등 WHO의 질병 분류를 비꼬는 반응에 주목한 기사도 쏟아지고 있다. 

'게임이용장애'과 함께 '게임중독'이라는 용어가 혼재되면서 혼란을 가중시키는 측면도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준으로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게임중독'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는 총 1039건인 반면, '게임이용장애'로 검색된 기사는 모두 691건이었다.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이 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보도도 나오고 있지만, 이는 오히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는 지적이다. 

앞서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교수는 2018년 <시사인>과의 인터뷰에서 "그런 주장이야말로 아주 무섭고 무책임한 말이다. 정신질환자에 대해 스스로 낙인찍고 있다는 전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신체의 병이든 정신의 병이든 문제가 생기면 치료를 받는 게 맞다. 낙인이 실재한다면 정신건강의 문제에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게 먼저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언론이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생산적인 논의를 가로막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환민 게임개발자연대 사무국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게임이 중독물질이 된 것'이라고 보도하는 건 지나친 비약"이라며 "언론이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할 논의가 산으로 가도록 오히려 불을 붙이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김경우 게임캐스터는 "'규제가 강화'나 '세금 추가 징수' 등 근거 없이 불안감만을 조성할 수 있는 보도는 지양해야 한다"며 "대신 자칫 게임 자체를 '악마화'할 수 있는 일부 여론에 대해서는 언론이 제대로 된 정보를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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