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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5.29 15:40
  • 수정 2019.05.29 15:45

'PD수첩' PD "김현철, 처벌 가능 질문엔 적극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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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각 PD "'의료윤리 위반 제재 방법 없어...의료계 자정 고민해야"

▲ 27일 방송된 MBC 의 한 장면 ⓒ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이 문제가 한 명의 특이한 의사에게 일어난 사건으로 축소되지 않길 바랍니다. 이 사건은 의료시스템에 구멍이 발견되었다는 불편한 경고와 같습니다."

28일 방송된 MBC <PD수첩> '굿닥터의 위험한 진료' 편 클로징 멘트의 일부다. 정신과 의사 김현철이 담당 환자를 상대로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피해자와의 친분이나 취약한 심리 상태 등을 이용해 피해자를 길들여 벌이는 성폭력-기자 주)을 벌였다는 의혹을 조명한 방송은 의료윤리를 저버린 김 씨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하면서도, 문제 의사 한 명의 문제로만 사건을 바라봐선 안 된다고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방송은 김현철 씨의 성폭력 의혹으로 시작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향정신성 의약품 처방 실태, 요양급여 부당청구 등을 차례로 다뤘다. 김 씨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지만, 법과 제도의 미비로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연출을 맡은 이중각 PD는 29일 <PD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서는 '성 착취'로 여기고 법적 처벌까지 가능한데,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적 인식과 합의의 부족으로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부적절한 의료 행위를 하거나 의료인으로서의 윤리를 어긴 사람에 대해 제동을 걸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중각 PD와의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김현철 씨와 관련된 의혹을 방송에서 다룬 것은 <PD수첩>이 처음이 아니다. 타 방송과 달리, <PD수첩>이 좀 더 주목해 보고 싶었던 것은 어떤 것이었나.

김현철 씨와 같은 의사가 또 있을 때,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방송 후반부에 잠깐 의료법을 언급했는데, 가장 크게 문제가 된 환자와의 부적절한 성관계는 의료법상 해당 규정이 없다. 대한의사협회 윤리지침이 있긴 하지만, 법적 강제성이 없어 이를 근거로 행정조치를 내릴 수도 없다. 약물 과다처방 등의 문제도 누가 (처방 실태 등을) 심의하거나 하지 않으니 별다른 방법이 없다.

검찰은 피해자가 고발한 사건을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볼 수 없다'며 불기소 처분했지만, 방송에선 정신분석학 용어인 '전이'(정신질환 치료 과정에서 환자가 의사에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을 이르는 말-기자 주)를 사용해 김현철 씨의 '그루밍 성범죄' 의혹을 설명하려고 했다.

방송에서도 사례로 들었지만 미국의 경우 환자와 의사 사이에 권력 관계가 형성된다고 보고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거기까지 인식이 없는 것 같다. 문제의식도 부족하다. 의사와 환자 사이의 문제를 왜 단순한 남녀관계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되는지, 그 부분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었다.

다양한 의혹이 제기됐는데, 취재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약물 과다처방 문제의 경우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문제가 아닌가' 싶은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처방 시 권고나 지침 정도는 있지만 규정 같은 것이 없다. 또 전문가 집단의 의견을 받는 것도 어려웠다. (처방이) 잘 됐다, 혹은 잘못됐다는 명확한 대답을 얻기도 어려웠고 정신과 의사 여러 명에게 의견을 구했는데 쉽지 않아 더 파고들 수가 없더라.

이날 방송에는 '김현철 씨가 서울에서 방송가 관계자들에게 약품을 나눠줬다'는 증언도 새롭게 등장했다.

본인(김현철 씨)이 서울에 와서 방송 스케줄을 소화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대구에 돌아와 '진료를 봤으니 면담기록을 남기라'고 직원에게 시켰다는 것 아닌가. 일종의 왕진이라는 건데,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 의심 제기는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확실하게 확인되지는 않은 방송가의 소문인 만큼 추가적인 취재가 필요한 부분이다. 의무기록이 남아 있다고 하니 들여다볼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김현철 씨는 <PD수첩>과의 인터뷰에서 '그루밍 성범죄' 의혹을 비롯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본인이 성폭력 피해를 입은 것이라는 주장도 했다. 실제로 만나서 인터뷰를 했는데, 그 과정은 어땠나.

(김현철 씨와) 사전에 만나기로 약속한 날 아침, 서울에서 출발하는데 못 보겠다’는 연락이 왔다. 진료시간엔 병원에 계실 것 같아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직원들이 갑자기 김 씨가 퇴근했다면서 문을 잠그고 가더라. 결국 다음 날 퇴근하는 김현철 씨를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과거 환자분들을 비롯해 많은 증언을 들었고, 증거도 확보한 상황이었는데 (김현철 씨는)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다. 특히 법적으로 처분 받을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반박하려는 듯한 입장도 느껴졌다. 그동안 많은 분들을 만났지만 인터뷰가 쉽지만은 않은 분이었다.

방송 이후 김현철 씨에 유명세를 부여한 방송사와 언론 등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PD수첩> 역시 초반에 그가 출연한 방송 장면을 등장시켰는데.

김현철 씨가 방송에 등장한 시점과 사건이 발생하기 전이라서 '출연자 검증' 등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방송을 통해 김 씨가 얻은 유명세가 피해자들에게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웠다. 김 씨 역시 유명인들의 사인을 진료실에 붙여 놓고, 자신이 방송에 나왔다고 과시하고 있다. 이런 부분 역시 큰 문제다.

김현철 씨의 이름이 방송 직후부터 내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파장이 커 보인다. 앞으로 김 씨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가 가능할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리가 제보하기 전까지 요양급여 부당청구 문제를 몰랐던 것 같다. 이제 조사를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면 앞서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김현철 씨를 회원에서 제명하고 대한의사협회에 처분을 요청한 사실이 있는데, 1년째 결론이 안 나오고 있다. 우리도 문의했지만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진행 경과도 처분 결과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역시 근거 규정이 없으니 행정 조치를 못 한다는 한계가 있다.

피해자 중 한 분이 말씀하셨지만 김현철 씨는 문제 있는 의사 중 하나일 수도 있다. 이 사건을 통해 앞으로 (의료계에게) 자정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우리 제작진 역시 후속 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 지켜볼 것이다. 문제만 던져 놓고, 관심을 잃으면 안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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